직업은 선물 트레이더

[팩트]2014 조류인플루엔자(AI) 닭고기 섭취의 안전성

잊어버린 과거

조류인플루엔자(AI)가 우리나라를 습격했다. 당국에서는 철새에 의한 감염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03년도부터 11년도까지 우리나라는, 주기적이진 않았지만, 계속 끊임없이 AI로부터 고통받아왔다. 그리고 그 피해의 중심엔 늘 양계농장이 있어왔다.

 

이번 AI는 설날 이전에 발생했기에 이전보다 우리를 더 안타깝게 한다. 곧 있으면 설날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편히 쉴 양계농장 관계 업자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관련 기사: 자식 같은 닭 묻었는데… 설 생각하면 죄인이제!)

 

그러나 더 안타깝게 만드는 사실은, AI가 발생해서 수많은 조류를 처분한 사실만이 아니다. 치킨이나 오리 구이 등 가금류 식품에 대하여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데 있다. 도축 검사증명서를 통해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 받았어도 가금류 식품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여전하다.(관련 기사:  닭·오리 판매 급감…"설 대목에 AI 덮쳐" 상인들 울상)

 

그래서 당국과 관계자들은 가금류 식품의 섭취와 관련하여 각종 악성 루머를 근절하고 공식적인 정보를 배포하고 있지만 많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주위에서 하는 이야기가 더 디테일하고 생생하게 들리기에 공식 자료를 안 믿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갖가지 여러 자료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철새에 의한 감염이기 때문에 이미 전국의 모든 가금류가 AI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도 있고 예상 외로 달걀을 통해서도 조류독감이 옮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리고 실제로 완전히 익히지 않은 닭고기 제품이 버젓이 팔렸다는 식의 이야기도 있다.(관련 기사:"AI 살처분 대상 41만 마리…보상금 44억원 달해", "날계란ㆍ덜익은 계란도 조류독감 감염 가능성", "유명 대형마트 ‘덜 익은 닭고기’ 판매 물의", "AI 뜨니까 닭고기 나오네"…군대 급식 괴담, 확인해보니")

 

그러나 이럴수록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휘둘리는 사람들은 정해져있다"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가장 먼저 알아야할 팩트는 AI의 정체이다. 이번 2014년에 우리나라에 나타난 AI는 H5N8로 과거 03년부터 4차례 발생했던 AI인 H5N1과는 다른 종류의 AI다. 그리고 현재 중국에서 나타난 H7N9와도 다른 유형의 AI다.(관련 기사: 과거 4차례 AI 발생 현황)

 

 

농림축산식품부의 AI 인간 감염 사례에 대한 입장

(이미지 1) 농림축산식품부의 AI 인간 감염 사례에 대한 입장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H5N8형의 AI는 인체에 감염된 사례가, 약 30년 전 아일랜드에서 최초로 발생한 뒤, 전 세계적으로 단 한건도 없다. 치사율 60%의 H5N1이 세계적으로 수백명의 감염자와 사망자를 낸 것과는 매우 상이한 결과다. 다만 우려하는 부분은, AI의 경우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인체감염의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고 시사하기도 한다.(관련 기사:‘치킨’ 먹어도 될까… H5N8형 인체감염 전무, 익히면 안전)

 

그러나 AI의 인체감염과 관련하여서, 먹는 것과 인체감염은 서로 다른 이야기다. 여기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닭은 유통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이와 같이 말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닭 유통과 관련된 발언

(이미지 2) 농림축산식품부의 닭 유통과 관련된 발언

 

털이 빠지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당국의 조치 외에도 HACCP인증 도계장의 공급 방식 등으로, AI 감염 여부는 관련 산업의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니 만큼 민감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분위기인 것 같다.(관련 기사: AI, 오해와 진실… 감염 계육, 유통 자체가 불가능!)

 

두 번째 이유는, 문제가 있어도 조리하면 먹어도 안전하다는 것이다. AI에 걸린 닭이 유통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걱정하는 것은 AI의 잠복기에 대한 것이 있다. 잠복기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AI감염이 확인되기 전에 닭이 유통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섭씨 56도에서 3시간, 70도에서 30분 혹은 75도에서 5분간 조리하면 바이러스가 모두 소멸한다고 알려져 있다.(관련 기사:AI 위험지 가지 말고 닭·오리 익혀먹어야). 온도가 높을수록 바이러스는 더 빨리 소멸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치킨의 경우 섭씨 150도 이상의 고온에서 10분 이상 조리되므로 안전하고 오리 고기는 충분히 익혀 먹으면 된다. KFC같은 경우는 섭씨 157도 이상에서 13분 이상 조리된다고 카톡을 돌리기도 한다. 그리고 삼계탕도 100도 이상에서 조리된다.(관련 기사: AI 확산…치킨업계 '불안' 해소 힘 쏟는다)

 

그러나 치킨이 잘 안 익은 것 같다는 등 업체와 소비자 간 싸우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내가 보기엔 업체 선정의 문제이지 치킨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AI가 아니더라도 닭을 덜 익힐 경우 대장균, 살모넬라균, 캠필로닥터균 등 건강을 위협하는 균들은 많다.(관련 기사: "생닭 만진 후 손 씻고 다른 재료 손질해야", "닭고기 항생제 내성률 87% 달해… 세균검출은 97%나"). 그러므로 덜 익힌 것으로 문제를 삼으려면,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0명인 H5N8 AI보다는 오히려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의 감염되어 사망한 사례를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실제로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으로 사망한 사례는 많다.(관련 기사: '지나친 우려' 금물...주의는 필요 [최원석, 고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세 번째 이유는, 먹어서는 AI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언급했었는데, 감염환자들의 대부분은 조류와 빈번히 직접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동일한 이야기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AI 인체 감염 가능성 언급

(이미지 3) 농림축산식품부의 인간 감염 방법 정보

 

그러니까 오염된 먼지나 배설물에 묻어있던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혈액에 들어오는 식으로 몸에 침투했을 때 감염된다는 이야기다. 호흡기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여과장치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평소 철새나 닭 혹은 오리와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경우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섭취와 감염의 관련성 여부

(이미지 4) 농림축산식품부의 섭취와 감염의 관련성 여부

 

그리고 식품을 통해 감염되려면, AI는 위산을 지나 살아남아야 하는데 pH 1~2의 강한 산성의 위산에 버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현재 우리나라에 나타난 조류독감인 H5N8 AI은, 약 30년 전 최초 발생 이후로, 감염자가 세계적으로 한명도 없다. 다른 조류독감의 경우, 감염되려면 조류와 자주 마주치며, 직접적으로 깃털이나 먼지 등을 통해 호흡기로 바이러스가 들어와야 가능 하다. 그리고 AI에 감염된 가금류는 시중에 식품으로 유통될 수 없다. 혹시 잠복기 때문에 실수로 유통되더라도 조리하면 안전하다. 그리고 정말 만약 본의 아니게 먹게 되더라도 위산 때문에 AI는 버틸 수 없다. 한마디 더 하자면, 아직 감염자조차 한명도 없는 H5N8 AI보다는 오히려 감염자와 사망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대장균을 더 무서워해야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이게 결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을 피해 때문에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주의는 하되 과잉반응을 할 필요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