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선물 트레이더

[자랑 주의]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성적

잊어버린 과거

감회가 새롭다.

 

블로그를 아예 접으려고 생각도 해봤지만, 가끔은 글을 써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드디어 졸업을 했다. 뭔가 많이 배운 것 같기는 한데, 배운 것이 없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뭐랄까. 마치 마트의 시식 코너를 한 바퀴 돌아본 느낌? 좀 배웠다는 느낌이 들려면 아마도 대학원을 가야하는 것 같다.

 

연구랍시고 일 년 정도 졸업연구 교과를 수행했는데 솔직히 이 때 배운 게 정말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API도 직접 찾아보고 원리도 깊게 고민해보고 여러 논문이나 서적도 찾아보고 그래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이 성적 자료는 뭔가 일부러 뽑아본 것은 아니고, 제출할 곳이 있어서 뽑아봤다. 지금은 잘 접수되어서 다음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학위명과 학위등록번호도 나오게 뽑고 싶었으나 졸업식 이전에 뽑았기에 빈칸이다.

 

 

 

솔직히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수석 상장이나 이런 비슷한 상을 뭔가 하나라도 받을 줄 알았다. 확실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성적은 졸업자 기준으로 탑이었는데, 상장은 다른 학우가 받았다.

 

아마 성적 기준은 아니었나보다. 확실히 그 학생은 대학원을 진학한다던가 EH학생이었다던가 가족회사 장학생에 선정되었다던가 졸업 작품 전시 때 수상했다던가 등의 학과에 기여한 바가 나보다 더 컸었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보면 그 학생이 받은 상은 어쩌면 초라한 상인지도 모르겠다. 청장상이나 장관상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근데 어떤 면에선 나도 참 바보 같다. 어차피 이쪽 분야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쓸모없는 종이 한 장에 신경 쓰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오히려 잘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관심 있는 학우에게 줘서 격려하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나는 나대로 괜히 이상한 자부심 같은 것이 생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마 이런 걸 "바람 들다" 정도로 표현하는 것 같다.

 

컴퓨터 잡지 같은 것을 보면 소스 코드서부터 알고리즘, 신기술 등을 읽다보면 딱히 이해되지 않은 것은 없지만, 실제로 실력이 좋은가하면 절대 그렇지는 않다. 아마 상장을 받은 학우가 실력은 나보다 배 이상으로 좋을 것이다. 나는 단순히 책을 읽고 외운 수준 정도였다. 정말로. EH에서 성실하게 일한 학우와 비교할 때는 수준차이가 확연할 것 같다.  

 

그리고 또 어떤 면에서는 한심하다. 뭔가 생각처럼 되지 않는 일이 발생을 해야 겨우 그제야 그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니 말이다. 어쩌면 실력 있는 학우에게 상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공시되지도 않은 나만의 기준을 잣대로 마음 아파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졸업식에선 졸업장보다 값진 상장은 없다. 대학 다닐 동안 다치지 않고 잘 다닌 것에 만족한다. 누구 말대로 마음에 바람 들지 않아서 다행이다. 소신껏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기대해본다. 모두에게 축복이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