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선물 트레이더

육군 장교의 기초 군사훈련

잊어버린 과거

음.. 가장 처음으로 밝히고 싶은 바는, 나는 육군 학사장교 59기로 입교하여 현재 17주 교육훈련 중 15주차 교육을 진행 중인 사관후보생이다. 군사보안을 위해 육군모집 등 공식 사이트에서 공개하는 공식 정보 외엔 단 하나도 언급하지 않겠음을 밝히며 시작하겠다.

 

역시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훈련 강도나 체력과 관련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는 운동과는 거리가 매우 멀었다. 단순히 학사장교 시험을 보기 위해서 1.5Km 뜀걸음을 연습하여 7분 초반대로 들어올 수 있는 시험용 체력을 맞췄을 뿐이다. 그런 내가 입교한 뒤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매일 있는 체력 단련 시간은 공포 그 자체였다. 뜀걸음을 하면 숨이 가쁘거나 무릎이 아프거나 보통 둘 중 하나인데, 둘 다 해당됐다. 무릎은 힘들다 못해 감각이 없어질 정도가 되고 머릿속이 하얘져야 1Km 정도가 남거나 그런다. 그 와중에 군가도 부르는데 정말 나로서는 힘들었다. 그리고 군인화 단계에서는 먹는 것도 통제되어 심적으로 상당히 불편하다. 요즘 같은 경우야 속도만 조절하면 4km 뜀걸음도 무리 없이 뛸 수 있지만 여튼 과거엔 그랬다. 정말 이렇게 강제로 해서 체력이 늘긴 늘까 했던 3월이 생각난다. 근데 체력은 정말 늘어났다. 포기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마음가짐과 신체적 고통으로 생겨나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만 있으면 된다. 3월 맨 처음 3Km 기록은 약 17분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13분 초반대로, 등급으로는 1등급이다. 참고로 12분 30초부터는 특급이다. 누가 지금까지 이동한 거리를 계산한 것이 있었는데 3월부터 현재까지 대략 700Km 정도를 이동하거나 뛰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지 계산해보니 대충 맞다. 학사장교 홍보물에 보면, 55기의 경우 달린 거리 349.5km, 행군한 거리 : 343.1km 라고 명시되어 있다. 특전사 기준으로 보면 코웃음 칠 정도의 수준이지만, 3Km를 17분 뛰던 나에게는 지옥이었다. 이젠 완전군장이 생각보다 가볍다는 생각도 든다. 여튼 군인이 되지 않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기초 체력이 배양된다.

 

근데 뜀걸음은 그렇다 쳐도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는 개인이 알아서 시간 날 때 해야 늘어난다. 3월 때의 기록이 4월이 되도 5월이 되도 거기서 거기인 후보생이 생각보다 꽤 있다. 훈련과 크게 관련이 없기에 틈틈이 개인 시간을 투자하여 해주어야 한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딱히 없다. 58기와는 다르게 59기부터는 배운 걸 종이에 써내는 졸병식 교육이 아닌 새로 개발된 장교식 교육으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 이런 교육 방식은 태어나서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 정도 언급하겠다. 아직은 정착 중이라 이런 저런 말이 많은 것 같다. 여튼 이런 저런 교육을 받고 임관종합평가를 받게 되며 모든 평과 과목에서 합격해야 임관할 수 있다.

 

애들 수준은 음.. 솔직히 높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거기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공군 학사장교가 육군이나 해군 학사장교보다 지적 수준이 더 높은 듯싶다. 단순히 출신 대학만 봤을 때 그렇다. 공군엔 비전투 병과가 많아서 그런 것으로 판단해본다. 독도법이 뭐냐고 물어본다는 카더라 통신의 정보도 있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제대 이후 기업에서 장교 출신 전형까지 생각한다면 육군 장교를 추천한다. 그래도 폭력이나 범죄를 저지른다거나 하는 상식외의 행동을 하는 후보생은 못본 것 같다. 역시 병사와 장교의 마인드 차이가 아닐까 판단해본다. 그리고 지적 수준이 높은 것 보다는 눈치 빠르게 상황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낙오, 낙오와 관련해서는 음.. 정말 쫒겨나는 경우도 있다. 제일 억울한 것은 교육 받다가 다치는 경우인데, 회복이 되지 않으면 내년 교육까지 기다리거나 병사로 간다고 한다.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두 명이 아니라 마음이 좀 무거웠다.

 

그리고 또 이야기할만한 게 뭐가 있을까... 교육기간이 길다. 너무 길다. 기초 군사훈련 17주를 다 받고나면 병과교육을 16주 추가로 더 받게 된다. 교육 받는 동안 전문사관, 법무 사관, 군의 수의 사관, 군종 사관들은 모두 임관하였고 항공 준사관도 들어왔다가 나가고 새로운 법무 사관후보생들이 입교할 동안 학교에는 여전히 우리가 있다. 저 정도 교육 받고 장교로 임관 시켜도 과연 될까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들은 기초 군사적인 지식보다는 자기 업무에 대한 지식이 더 중요하니 이해되기도 한다. 여튼 학사장교 기초 군사훈련 기간은 14년 기준 일반 육군 병사의 기초 군사훈련이 5주인 것에 비하면 아주 길다. 챙김 받는 입장과 챙겨주는 입장의 차이라는게 이런걸까 싶기도 하다.

 

학사장교 장점

 

 

학사장교 진출 현황

 

 

본의 아니게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닌, 이끌어가는 입장이란 것은 멋지다. 일에서도 그렇고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사람들을 리드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은 매력 중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분명 쓰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 일단은 이 정도만 해야겠다. 멋진 소대장이 될 날을 기대하며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