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선물 트레이더

[썰] 타 학과 수업 들었던 썰

잊어버린 과거

4학년 2학기니까 벌써 2년 전인가..


인지심리디자인이라고 디자인(공학) 학과에 있던 수업이 있었다. 


2학점 짜리 1학년 수업이었는데, 나름 괜찮았다. 심리학+디자인이 접목으로, 기초적인 심리학 베이스의 근거 있는 디자인 방법을 배우는 수업이었다.


첫 수업에는 몰랐었는데, 수업을 들어갈 수록 애들이 나를 이방인 취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30명 수업에서 남자가 나 포함 2명인가 밖에 없었어서 신입생 여자애들이랑 놀라고 수업 신청한 건 아니냐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 기분이 꽤 나빴다. 


당시에는 여자친구가 없었지만, 호감이 가는 애도 없었다. 남자 빼고 28명 정도면 내가 대학 다니면서 같이 수업들은 여학생들 수 보다 2배 3배 많은 수치였음에도 불구하고.. 호감 가는 사람 없었다. 그래서 그냥 수업 들으면서 이건 이렇구나, 저건 저렇구나 하고 순수하게 수업 시간에만 나타났다가, 수업 끝나면 신속하게 사라지는 그냥 학생이었는데, 왜 이런 분위기가 조성이 되었는지 지금도 모른다.


특히 조별 발표가 자주 있었는데, 자기들 의견이 무조건 정확하다는 하며 내 의견은 "타 학과니까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하는 식으로 몰아가니, 나름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내가 또 말도 잘 못하다 보니 내 심리 상태 어필도 잘 안되고 막.. 답답... 선배 대우 바라지도 않지만 무시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내가 그래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신청해서 들었던 건데, 뭐지 이 분위기.. 난 그냥 이방인일 뿐인가...


그냥 조용히 배우고만 가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싶어서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왠만한 전공 뺨 후려치듯한 공부량을 소화하기로 했다. 이 학과에서 A+는 꼭 내가 한자리 뺏어가야겠다 싶었다.


최초 강의 소개 시 교수님이 알려주는 참고 도서를 2주 단위로 한권씩 총 세 권이었나 모두 대여해서 추가 공부를 했다. (인지)디자인 계열에서 쓰이는 단어들을 싸그리 정리해서 사전을 만들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고민했던 내용은 모두 문제 은행으로 제작했다. 교수님 성향 파악을 위해 교수님이 집필한 논문을 읽고 관심 있어하는 생각이나 문장을 추려냈다. 매번 쉬는 시간과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질문을 하여 얼굴 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갖가지 과제에서 필요 이상의 정성과 분량으로 노력을 어필했다. 2장 분량 정도의 간단한 내용도 8~10장 정도로 상세하게 작성하는 등 나 홀로 점점 독보적이 되어갔다.


시험을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60분 중에 20분 정도면 80%가 퇴장헸다. "내 상대는 아니구나"싶었다. 중간고사의 경우 5문제인가 그랬는데, 단답형 및 서술형이 섞여 있었다. 단답형이라고 진짜 단답형을 적어내고 서술형마저 단답형으로 적어낸 애들이 태반이었다. 확신했다. 나밖에 없다.. 라고.


어차피 정답은 같겠으나, 아는 지식 및 노력을 2% 더 어필하기 위해 앞장 뒷장에 아는 지식을 모두 쏟아내듯이 시험을 봤다. 60분 중에 55분까지도 계속 써내려 갔다. 60분이 되어서야 나는 시험을 끝냈다. 나는 항상 시험 시간을 다 채우고 나오는 스타일이어서 그랬기도 했고.. 음..


기말고사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종강이 다가올 즈음에는 "니네가 디자인 과여봤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감? 비슷한 게 생기기도 했다.


결과가 궁금했다. 어느 날 교수님은 점수를 모두 입력했고, 점수 확인 전 교수 평가를 거치면 확인할 수 있었는데,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성적을 열람했다.


나 때는 학교 홈페이지가 후져서, 홈페이지 GET 메소드 조작 방식만으로도 해당 수업의 교수님이 평가한 학생 별로 점수를 모두 볼 수가 있었는데(2014년도에 막힘)


30여명 중에 A+가 나밖에 없었다. 나름 환희'_'ㅋ

규정 상 최대 10%까지 A+를 줄 수 있었고 대략 3명 정도가 받을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내가 100점 만점에 70 몇점인가 그랬고 2등(A0)이 40 몇점인가 그랬다. 평균이 30 몇점이었던가.. 다른 애들 점수는 고만고만했다.


스샷 찍어서 단톡방에 보내줄까 생각도 해봣는데,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서.. 사실 다른 사람 점수 보는 거 막힐까봐가 큰 걱정이라면 걱정이었을 것 같다. 그냥 방에서 혼자 행복해했다. "ㅎ 쌤통이다"하면서 뿌듯해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속 좁고 나쁜 애였던 것 같다. 그게 뭐라고 참ㅋ


여튼 노력을 알아주신 교수님 덕분에 마지막 학기도 이쁜 평점으로 마무리를 했다.


그냥 그랬다. 등록금을 풀로 낼 집안 상황이 아닌 데다 대출은 절대 하기 싫어서 올 A+ 4.5가 아니면 휴학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꽤나 째째하고 구질구질해 보였을 것이다. 


밥은 맨날 "쭈밥"이라고 부르던 가장 싼 짜장 덮밥 비슷한 거만 먹고 살았기도 했고.. 뭐.. 그냥 갑자기 이런 일도 있었구나 적어보고 싶었다. 그래도 이 때가 좋았던 것 같지만.. 돌아가라면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지금보다야 학교 다닐 때가 좋지만, 돌아가면 군대를 다시 가야하니까 ㄷㄷㄷ   


아 그리고 여기 블로그에서 "성적"으로 검색하면, 성적 인증이나 대충 관련 내용 등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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