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선물 트레이더

[일기] 술 맛보기

잊어버린 과거

요즘엔 술 맛을 보기 시작했다.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안 먹어본 술을 사서 마셔보는 게 생각 외로 쏠쏠한 재미가 있다.


맨 처음 목표는 소주 한 박스(약 20~25병?)를 다 먹는 것이었는데, 어느덧 3~4병만 남게 되었고 다른 술을 찾기 시작했다. 소주를 한 박스를 먹다보니, 이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어묵탕에 소주 한 병도 거뜬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아재가 되어간다는 거신가..


소주 한 병이 기분 좋게 취할 정도가 되었다. 정말 마실 수록 주량이 늘어난다는 게 대학교 신입생 때 말고는 느껴본 적이 없는데,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여튼, 소주를 거의 다 마시고 이거 저거 사서 먹어보고 있는데, 아마 제일 처음 산 술이 데낄라 였던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샷 잔을 같이 주던데 그게 갖고 싶어서 샀다.


그렇게 갖게 된 샷 잔으로 시원하게 한잔 한잔 비워내며 술을 마셔가는데,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데낄라로 시작해서 보드카, 화요, 오매락 등등.. 가장 맛있었던 건 가장 저렴했던 화요 정도이고, 로스 바스코사인가.. 까베르네 쇼비뇽의 레드와인 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예전에 먹었던 시바스리가 운드라가 인가.. 이 것도 까베르네 쇼비뇽 품종의 레드 와인인데 다시 먹어보고 싶어도, 13년도인가 한번 먹었던 이후로 본 적이 없다.


다 40도가 넘는 술이어서 가득 채운 샷 잔을 한 번에 넘기기엔 부담스럽다. 근데, 그러면 뭔가 옛날 기억이 회색 빛이 되어버리면서 지워지는 것 같아서 좋다. 왠지 모르게 나쁜 기억도 좋게 바뀌는 것 같고.. 나도 모르게 더 차분해지고 그렇다. 중2병 같지만, 왠지 꽉 짜여진 시간에서 해방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 프라이머리랑 오혁의 bawling 같은 몽롱한듯한 음악을 들으면 술이 더 잘 넘어간다. 소화도 더 잘되는 것 같다. 


다만 안타까운 건 같이 마실 좋은 친구가 멀리 산다는 것. 좋은 술은 꼭 좋은 사람들하고 마시고 싶은데, 그럴 사람이 적기도 하고 멀기도 하고.. 그렇다. 


들떠서 부어라 마셔라가 아닌, 좋은 음악 틀어 놓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나도 모르게 무의식 적으로 끌리는 그런 느낌 있는 자리가 좋다. 2명이어도 좋고 4명이어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