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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TO ONE #4
오늘날 많은 이들이 사이버 공간으로의 이주를 마쳤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IT 장치 속에서 보냅니다. 음식을 주문할 때도 쇼핑할 때도 여가를 즐길 때도 항상 따라다닙니다. 최소한 음악이라도 하나 틀어야 하니까요. IT는 과거 작은 변화로 시작하였지만 마치 피보나치처럼 불어나면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모든 곳에 AI가 깃드는 것은 물론, 기억이나 의식을 드라이브에 저장하고 불러오는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나아가 세계
저자
장용하 021스쿼드
출판
부크크(Bookk)
출판일
2024.11.15

 

수학은 왜 뜨거운 쟁점이 되었나?

수학은 언제나 ‘기초 교양’이라는 이름 아래 당연히 배워야 하는 학문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실무 현장으로 넘어오면, 정작 이론적 수학 없이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영역이 넓다는 사실이 자주 드러난다. 가령 대부분의 웹 개발, 모바일 앱 개발, 또는 간단한 서버 사이드 로직 구현 과정에서는 방정식이나 미분 방정식이 웬만하면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수학은 두껍고 묵직한 교과서로 우리 곁에 있는가. 세상에는 그 지식의 가치를 증명해 줄 현장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머신러닝이나 AI처럼 분석, 최적화가 핵심인 영역에서는 선형대수학과 확률·통계 이론이 없으면 모델을 이해하거나 개선하기 어렵다. 암호학 역시 정수론, 이산수학 등 고급 수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결국 수학을 어디까지 배워야 하느냐는 끝나지 않는 논쟁으로 남아 있다. ‘그래도 수학은 기초 지식이니 많이 배워 둘수록 좋다’는 시각과 ‘언제 써먹을지도 모를 지식에 매몰되는 건 시간 낭비’라는 주장이 대립한다. 최근에는 후자의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으며, 실제로 다수의 개발자는 자료구조와 알고리즘만으로도 버젓이 코드를 짜고 팀을 이끌어 간다.


정말로 수학은 언제 활용되는가?

개발이라는 분야가 단 하나의 틀로 정의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구체적인 업무에서 ‘수학이 실제로 요구되는가?’를 따져보면 된다. 데이터 사이언스, AI 연구, 로보틱스, 게임 엔진 구현처럼 방정식과 확률 모델, 행렬 연산이 매일같이 쓰이는 곳이 있다. 예컨대 딥러닝 모델을 다루는 프로그래머에게는 편미분, 역전파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코인 지갑이나 보안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이들은 소수 이론, 이산수학의 가치를 절감한다.


반면 일상적으로 서비스 운영에 집중하는 개발자들에게는, 적어도 수학의 고차원 이론까지 파고들 일은 흔치 않다. 웹 프론트엔드에서 HTML, CSS, JavaScript를 다루고, 백엔드에서 SQL과 API를 설계하는 실무는 고급 수학보다는 컴퓨터 구조, 네트워크, 운영체제 이해가 더 절실하다. 업무 효율을 생각하면 필요한 것을 제때 배우는 전략이 훨씬 합리적이다.


실제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스택 오버플로의 개발자 설문에서 다수의 일반 웹·모바일 개발자는 “자료구조, 알고리즘 이외에 깊은 수학적 지식이 필요 없다”고 답한다. 단, 약 10% 안팎에 해당하는 AI 연구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그래픽스 엔지니어 등은 “분야 진입 전 충분한 선형대수학, 미적분, 확률 통계 실력이 쌓여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어떤 선택이 현명한가?

결국 ‘지금 바로 배워둘 것인가, 필요할 때 배울 것인가’라는 고민이 핵심이다. 사람의 뇌는 사용하지 않는 지식을 쉽게 잊어버린다. 미적분의 기초를 아무리 통달해도, 실무에서 몇 해 동안 전혀 쓰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업무나 프로젝트에서 정말로 필요한 단계가 되면 집중해서 배우자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물론 수학적 사고력이 전혀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 해결 능력과 논리적 추론은 개발자가 갖추면 좋을 기본기다. 그러나 이를 위해 반드시 해석학, 위상수학처럼 대학원 수준의 교과서를 섭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무와 괴리가 큰 고차원 이론은 언제 사용될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은 여전히 순수 수학 자체를 즐기거나 미래에 닥칠 변화에 대비해 학문의 폭을 넓히고 싶어 한다. 그 경우에는 배움을 미루지 않는 것이 맞다. 누구나 같은 길을 가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듯이, 수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연구와 탐구를 이어간다. 다만 다수의 개발자가 현실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은 후자, 즉 “현재 프로젝트에 요구하는 것부터 습득하자”라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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