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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 모니터 불빛만이 덩그러니 방을 비추는 시간이다. 당신의 눈은 뻑뻑하고, 어깨는 돌처럼 굳어 있다. 분명 저녁 먹기 전까지만 해도 아주 간단한 일을 하려던 참이었다. 그저 웹사이트의 이미지를 가운데 정렬하고 싶었을 뿐일 수도 있고, 파이썬 라이브러리 하나를 업데이트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난생처음 보는 시스템 환경 변수 설정창을 띄워놓고 레지스트리를 건드리고 있거나, 운영체제의 커널 버전을 확인하는 명령어를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상황이 익숙하다면, 그리고 이 지독한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컴퓨터를 포맷해 본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단순히 운이 나빴던 것이 아니다. 당신은 논리적 사고의 치명적인 오류, 바로 'XY 문제'라는 덫에 걸린 것이다. 이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이며, 당신이 얼마나 똑똑한지와는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논리의 기생충 같은 존재다. 오늘은 이 지긋지긋한 밤샘의 원흉을 해부하고, 우아하게 탈출하는 법을 이야기하려 한다.

당신은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억울할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 해결책을 찾았고, 구글링을 수백 번 했으며, 시키는 대로 다 했다고 항변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당신의 그 열심이 당신을 망쳤다. 당신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잘못 설정된 해결책에 집착하느라 본질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드릴이 부러졌다고 울지 말고, 문을 봐라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XY 문제의 정의다. 개념은 아주 간단하다. 당신이 원래 해결하고 싶었던 진짜 문제를 X라고 하자. 그리고 당신은 그 X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좋다고 믿는 방법인 Y를 시도한다. 그런데 얄궂게도 Y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이제 당신의 머릿속에서 X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당신의 모든 신경은 '어떻게 하면 Y를 고칠 수 있을까'에 쏠리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파일 확장자를 바꾸고 싶다. 이게 X다. 당신은 "파일명을 읽어서 뒤의 세 글자를 자르는 스크립트를 짜야겠다"라고 결심한다. 이게 Y다. 그런데 스크립트가 파일명에 점(.)이 두 개 들어간 파일을 처리하지 못해 에러를 뿜는다. 당신은 이제 "문자열 파싱 정규표현식 오류 수정하는 법"을 검색하며 밤을 새운다. 당신이 진짜 원했던 건 그저 파일 확장자를 바꾸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정규표현식 학자가 되려 하고 있다. 정작 윈도우 탐색기에서 F2 키만 누르면 되는 일이었는데 말이다.

이것이 바로 XY 문제의 본질이다. 수단(Y)이 목적(X)을 집어삼킨 주객전도의 상황. 당신이 "드릴이 부러졌어요, 더 튼튼한 드릴 추천해 주세요"라고 질문할 때, 고수들은 당신을 보며 혀를 찬다. 왜냐하면 그들은 당신이 뚫으려는 것이 옆방으로 가는 문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문을 열려면 열쇠를 찾아야지, 왜 벽을 뚫고 있는가. 하지만 터널 시야에 갇힌 당신의 눈에는 오직 '망가진 드릴'만 보인다. 드릴만 고치면 벽을 뚫고, 벽을 뚫으면 옆방에 갈 수 있다는 그 좁은 인과관계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구글이 침묵한다면 당신이 범인이다

당신이 XY 문제에 빠졌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무엇일까. 바로 '구글 검색 결과가 0건'이거나, 혹은 전혀 상관없는 결과만 나올 때다.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와, 내가 전 세계에서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버그를 발견했구나. 나는 선구자다." 미안하지만, 착각이다. 구글에 검색 결과가 없다는 건, 당신이 선구자라서가 아니라 전 세계 80억 인구 중에서 오직 당신만이 그 바보 같은 짓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은 그 길로 가지 않는다. 남들은 이미 잘 깔린 고속도로를 타고 목적지로 갔다. 당신 혼자 정글도를 들고 가시덤불을 헤치며 "왜 여기에 길이 없냐"고 화를 내고 있는 셈이다. 에러 메시지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었는데도 스택오버플로우에 비슷한 질문조차 없다면, 등골이 서늘해져야 한다. 그것은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라, 당신의 접근 방식 자체가 틀렸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이때 멈춰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오기를 부린다. "내가 이기나 컴퓨터가 이기나 해보자"라며 더 깊은 심연으로 들어간다. 희귀한 라이브러리를 설치하고, 시스템 설정을 강제로 변경하고, 보안 경고를 무시한다. 이 과정은 마치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다. 결국 작은 설정 하나를 바꾸려던 당신은 운영체제 부팅이 안 되는 대참사를 맞이하고 나서야, 포맷 버튼을 누르며 새벽을 맞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환경 변수를 편집하다가 윈도우 재설치까지 가게 되는 슬픈 사연의 전말이다.

챗GPT에게 엉뚱한 질문을 던지지 마라

요즘은 구글링 대신 AI에게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AI는 XY 문제의 공범이 되기 딱 좋은 존재다. 챗GPT는 너무나 친절해서, 아무리 멍청한 질문(Y)을 해도 어떻게든 답을 찾아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콘크리트 벽을 숟가락으로 뚫는 법 알려줘"라고 물으면, 챗GPT는 "숟가락의 각도를 45도로 유지하고 마찰력을 높이세요"라고 진지하게 조언한다. AI는 당신에게 "도대체 왜 숟가락으로 벽을 뚫으려 하시나요? 문이 바로 옆에 있는데요"라고 먼저 묻지 않는다. 그저 당신이 시키는 대로 야크 털을 깎는 법을 알려줄 뿐이다.

그래서 AI와 대화할 때도, 커뮤니티에 질문할 때도 화법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당신이 지금 막혀 있는 부분(Y)만 묻지 말고, 당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X)를 함께 말해야 한다. "제 컴퓨터에서 레지스트리 키가 안 먹혀요"라고 묻지 말고, "제가 파이썬 버전을 바꾸고 싶은데(X), 레지스트리를 수정하는 방법(Y)을 쓰고 있어요. 그런데 안 되네요.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물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리고 똑똑한 AI는 즉시 당신의 손을 잡아 Y의 늪에서 건져줄 것이다. "아, 레지스트리 건드리지 마세요. 그냥 아나콘다(Anaconda) 쓰시면 클릭 한 번에 해결됩니다." 이 한마디를 듣는 순간, 당신이 지난 4시간 동안 했던 사투가 얼마나 허무하고 무의미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 허탈감을 견디는 것이 성장이다.

멈추는 것이 가장 빠른 전진이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더 빨리 달리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런데도 우리는 멈추는 것을 두려워한다. 지금까지 쓴 시간이 아까워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혹은 지금 당장 멈추면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드린다. 하지만 베테랑 개발자들과 고수들은 안다. 가장 빠른 해결책은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나는 것(Step Back)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모니터를 끄고, 커피를 한 잔 내리고, 창밖을 보라. 그리고 스스로에게 소리 내어 물어보라. "내가 원래 하려던 게 뭐였지?" 이 질문 하나가 당신의 뇌를 리셋한다. 복잡하게 얽힌 Y의 실타래를 끊어내고, 선명한 X의 목표를 다시 보게 한다. 드릴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리면, 굳게 닫혀 있다고 생각했던 벽 옆에 활짝 열린 문이 보일 것이다.

우리의 시간은 유한하고, 에너지는 소중하다. 그 소중한 자원을 의미 없는 야크 털 깎기에 낭비하지 마라. 당신은 야크 털을 깎으러 이 자리에 앉은 게 아니다. 당신은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문제를 해결하고, 창조하기 위해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숟가락으로 벽을 뚫는 짓은 이제 그만두자.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팔뚝이 아니라, 문고리를 돌리는 여유다.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질문을 의심하라. "어떻게(How)"를 묻기 전에 "왜(Why)"를 먼저 물어라. 그 작은 의심이 구원으로 인도할 것이다. 지도를 다시 펼쳐라. 목적지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

3줄 요약

  1. 당신이 밤새 오류와 싸우는 이유는, 해결책(Y)이 막혔기 때문이 아니라 원래 목적(X)을 잊고 엉뚱한 수단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2. 구글 검색 결과가 없거나 AI가 이상한 답을 한다면, 당신이 남들은 가지 않는 비효율적인 길로 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다.
  3. 늪에 빠졌을 때 가장 현명한 대처는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멈춰 서서 "내가 원래 하려던 게 뭐였지?"라고 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