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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금의 희소성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인간은 반짝이는 것에 끌렸다. 모닥불 속에서 처음 발견한 광택은 호기심을 키웠고, 금이라는 단단한 덩어리는 곧장 욕망의 중심이 되었다. 금은 손에 잡히고, 녹슬지 않으며,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이 세상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금을 화폐로 삼았다. 광산에서 캐내려면 삽이 필요하고, 삽을 쓰려면 힘과 음식이 필요하다. 이 모든 수고가 채굴 비용이 된다. 비용이 높다는 사실은 곧 희귀성과 연결되고, 희귀성은 다시 가치로 바뀐다.


한참 뒤, 전혀 다른 공간에서 비트코인이 태어났다. 금속도 흙도 필요 없는 완전한 디지털 조각이었다. 컴퓨터로 암호학 퍼즐을 풀어야만 얻을 수 있었기에 채굴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전기가 곧 삽이고, 그래픽카드는 곡괭이다. 열을 식히는 팬 소리가 숲의 매미처럼 소리를 낼 때마다 네트워크의 블록은 한 장씩 쌓였다. 사람들은 이 과정을 보고 금을 캐는 것과 비슷하다며 디지털 금이라 불렀다. 겉으로 보면 완벽한 비유였다. 금과 비트코인 모두 공급이 제한되고 캐내려면 노력과 전기가 든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숨겨져 있다. 금은 손가락에 끼우면 반짝이고 기판에 올리면 전류를 잘 흘린다. 물건이면서 동시에 재료다. 반대로 비트코인은 화면 속 숫자다. 산업적 쓰임새는 없지만 네트워크 상에 존재한다는 이유로 값이 매겨진다. 금의 역사는 길다. 피라미드를 세운 이집트 인부도 금 목걸이를 썼다. 비트코인은 이제 겨우 10대 초반이다. 이렇게 보면 디지털 금이라는 말엔 마케팅의 향이 짙다. 그래도 사람들은 비유를 계속 쓰고 뉴스 헤드라인도 즐겨 사용한다. 왜냐하면 한눈에 이해하기 쉬운 데다 희귀성이라는 공통분모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과 비트코인을 잇는 다리는 희귀성과 채굴비용이다. 이 다리가 튼튼할 때 시장은 움직인다.


채굴 단가와 가격의 숨바꼭질

비트코인의 채굴 단가는 전기 요금, 장비 값, 난이도 조정에 따라 널뛰기를 한다. 난이도는 대략 두 주마다 조정된다. 퍼즐을 푸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문제가 어렵게 조정되고 느리면 쉬워진다.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인해 평균 10분에 한 번 새 블록이 찍혀나온다. 채굴 난이도가 올라가면 더 강한 장비와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채굴 단가가 따라서 뛴다. 여기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 있다. “그럼, 단가가 오르면 가격도 오르지 않을까?”


표면적으로 보면 맞는 말 같다. 생산 원가가 높아지면 장사를 하는 사람은 팔 때 가격을 올린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조금 다르다. 가격을 정해주는 큰손은 전 세계 수많은 매수, 매도 주문이다. 채굴자가 코인을 내다 팔아야 전기가격을 메울 수 있는데 그 순간 수요가 죽어 있으면 가격은 미끄러진다. 2022년 에너지 위기가 이랬다. 국제 가스와 석탄값이 튀어오르자 비트코인의 채굴 단가도 치솟았다. 그러나 같은 시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공포가 시장을 짓눌렀다. 그렇게 코인 가격은 오르기는커녕 내리막을 탔다. 당시 단가 상승이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다.


반대로 2020년 반감기 때는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고 난이도가 높아졌는데도 가격이 뛰었다. 시장에선 희소성이 두 배로 강해졌다는 메시지가 퍼졌다. 수요가 뜨거웠기에 단가 상승이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요컨대 채굴 단가는 가격의 방향을 정해주는 하나의 기둥이다. 그러나 나머지 기둥, 즉 수요와 심리가 무너지면 지붕은 기울어진다. 채굴 단가와 가격은 숨바꼭질을 한다. 서로를 의식하지만 한곳에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비트코인과 금, 이런 면도 생각해보아야

첫째, 비트코인이 진정 디지털 금이면 과연 금처럼 위기를 견딜 수 있을까? 금은 인플레이션과 전쟁 속에서도 빛났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여전히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며 24시간 거래 때문에 위기가 터지면 순식간에 출렁인다. 둘째, 채굴 비용이 낮아지는 방향의 기술 혁신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더 나은 냉각 기술, 재생에너지 직거래, 혹은 칩 설계 혁명이 단가를 확 낮출 가능성이 있다. 그때 가격은 같이 내려갈까? 아니면 이미 축적된 신뢰 덕에 버틸까?


셋째, 규제라는 외부 변수가 있다. 어떤 나라는 채굴을 금지하고, 어떤 나라는 세금을 매긴다. ESG 바람이 거세질수록 전기 먹는 하마 비트코인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질 것이다. 채굴 단가가 인위적으로 치솟을 수도 있고 법적으로 변동성을 맞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심리다. 희귀한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빠르게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은 가격을 롤러코스터로 만든다. 채굴 단가가 아무리 높아도 욕망이 식으면 가격은 고꾸라진다. 반대로 단가가 낮아도 열망이 불붙으면 가격은 발화한다.


결국 비트코인의 가치는 단순히 채굴 비용만으로는 계산되지 않는다. 채굴 단가는 하방을 받쳐주는 쿠션의 역할이다. 쿠션이 두꺼워도 뛰어드는 사람이 없으면 공은 굴러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눈앞의 해시레이트 숫자만 보지 말고, 금리 표, 전력 시장, 투자자 커뮤니티의 소문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 금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금광을 파내듯이 정보의 광맥을 캐내야 한다. 그래야 채굴 단가라는 말에 속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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