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상이라고? 잘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운이 좋은 건데 morgan021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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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새벽 3시의 심장박동
뉴욕 맨해튼 브로드 스트리트의 어슴푸레한 새벽, 모니터 속 일본과 프랑크푸르트 선물이 동시에 꿈틀댈 때 트레이더들은 저마다 다른 리듬으로 숨을 고른다. 1990년대 초, 마크 더글러스는 이 시간대의 트레이딩룸을 인간 심리학 각축장이라 불렀다. 그는 Trading in the Zone에서 “진짜 적은 시장이 아니라 내 안의 감정”이라고 썼지만, 정작 초보자 군중 심리 실험 같은 화려한 에피소드는 그 어디에도 없다. 대신 그는 계좌 잔고가 아니라 심장을 측정했다.
오늘날 신경경제학은 이를 소마틱 마커(somatic marker) 가설로 뒷받침한다. 우리가 확정 손실을 보기 전에 몸이 먼저 부정맥을 일으키고, 기회의 문을 보기 전에 미세한 전류가 손바닥을 적신다는 것이다. 안와전두피질(vmPFC)과 편도체가 과거의 고통과 쾌감을 빠르게 대조하며 “조심해” 혹은 “밀어붙여”라는 체내 경고음을 울린다. 2024년 텍사스 A&M 연구진은 아이오와 갬블링 태스크를 변형해, 손실이 잦은 덱을 고를 때 심박 변이가 40 밀리초 늦게 회복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시장을 읽는 데 쓰이는 최초의 언어는 숫자가 아니라 맥박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트레이더는 두뇌의 호출음을 곧장 이성적 행동으로 번역하지 못한다. 실제 매매 화면엔 신호음보다 훨씬 또렷한 빨간색, 초록색 체결 알람이 튀어 오른다. 손실 직후 30분 무매매 규칙이 입소문으로 퍼진 이유도 여기 있다. 그러한 대기는 감정을 억압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몸이 내놓은 신호를 두뇌에 다시 해석시킬 시간을 벌어 주는, 말하자면 감정과 데이터의 거리두기다. 그렇게 땀과 심박으로 상징되는 소마틱 마커가 날것에서 통역본으로 바뀐다.
승리 후 과잉 자신감, 독이 되다
감정은 감탄사이자 데이터다. 이 말이 진부하게 들리면, 십여 년 전 런던 증권거래소 데이터를 재분석한 2023년 INFORMS 논문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67 명의 프로 트레이더에게 피부전도, 심박, 뇌파를 실시간으로 달고 거래하게 한 뒤, 긍정적 각성 상태가 짧은 수익률 급증을 예고하지만 두 시간 안에 변동성 확대와 함께 누적 손익을 깎아먹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승리의 쾌감은 시장 이해의 보상임과 동시에 착각을 유발한다는 얘기다.
더글러스도 연속 수익 뒤 포지션을 키우는 유혹을 가장 무서운 함정으로 꼽았다. 그를 계승한 심리 코치들은 자신감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세 과잉을 포착해 레버리지를 줄이거나 손절폭을 조인다. 테크니컬 분석가 알렉산더 엘더가 제안한 ‘두 번 연속 수익 후엔 손실 한도를 절반으로 줄여라’는 대처법도 같은 맥락이다.
긍정적 감정이 나쁘냐는 질문은, 칩 거머리 반응이 늘 해롭냐고 묻는 것과 같다. 생물학은 “적절할 때의 거머리 반응은 생존율을 높인다”고 답한다. 문제는 그 적절함을 언제 어떻게 정의하느냐다. 칭찬과 도파민은 학습을 강화하지만 일정 농도 이상이면 탐욕을 낳는다. 트레이딩에서의 적절함은 기록과 규칙으로만 가늠할 수 있다. 매매 일지에 감정 점수를 남기는 것은 번거롭지만, “2.5 점 이상의 들뜸은 손익 대비 리스크 1.8 배 확대로 이어진다”는 식의 자체적인 통계를 만들어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흔히 ‘기분을 조절한다’고 할 때 착각하기 쉬운 부분은 억제해야 한다는 것인데. 새롭게 번역한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마인드풀니스, 호흡법, 인지 재평가, 저널링이 공통으로 겨냥하는 것은 감정을 무력화하는 게 아니라 메타데이터화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불안을 숫자 코드로, 승리의 도취를 문장 기록으로 바꾼다. 감정은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시각화 한다면 행동을 무력화하지 못한다.
감정의 지도 위, 다음 좌표는
역사적 데이터와 뇌과학이 교차하면서, 트레이딩 심리는 멘탈 스포츠가 아닌 전산 생리학의 일부가 되고 있다. 심박 센서는 체결 버튼 옆에, 스트레스 지수 그래프는 캔들 옆에 자리 잡는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감정 데이터는 읽는 자의 태도에 따라 칼이 되기도 방패가 되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소마틱 마커는 “시장이 당신을 공격한다”는 두려움을 “몸이 준비된 정보를 먼저 내놓는다”는 통찰로 바꾼다. 승리 뒤 찾아오는 자신감은 훈장을 닮았지만, 동시에 다음 국면을 흐릴 수 있는 공해가 되기도 한다. 감정을 인식하고, 수용하고, 조절하는 건 환상을 버리며 불확실성에 이름표를 붙이는 일이다.
더글러스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강연에서, 그는 “우리는 항상 틀릴 준비가 돼 있어야 시장과 친구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식방송 출연자들이 이 말을 인용할 때 자주 놓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친구다. 친구는 적이 아니다. 그리고 친구의 언어는 때때로 심장박동 78, 피부전도도 5.6 μS, 감정 점수 +2.3으로 번역돼 돌아온다. 그 숫자를 꾸준히 적는 습관을 들인다면 점차 심리 전쟁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 될 것이다.
시장은 내각제도, 대통령제도 아닌 체내 신경계가 주권을 행사하는 마이크로 국가다. 그곳에서 소마틱 마커는 국경 검문소, 감정은 통과 도장이며, 매매 일지는 행정 기록물이다. 통화량인 자본이 아닌 통행권인 감정을 먼저 관리할 때 우리는 시장이라는 대륙을 오가는 진짜 여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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