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틀림을 마주하는 과감한 용기
조지 소로스가 남긴 “나는 언제나 틀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은 거대한 투자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금언이 아니다. 이 말은 우리의 일상, 철학, 가치관에 은은한 울림을 주는 키워드이자,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가장 실용적인 모토로 떠오른다. 실제로 소로스는 투자 실패를 인생의 필연적 학습 기제로 여겼다.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를 감지해내는 민감한 더듬이를 길러내는 일이야말로 그가 말한 틀림의 진정한 의미였다. 그에게 손실은 굴욕이 아니라 시장과 대화하는 또 다른 언어였다. 이처럼 틀림이 지닌 힘은 전략적이며 동시에 인간적인 차원에서도 매력적이다.
일상적인 순간에도 이 태도는 깊은 파장을 던진다. 누구나 오늘의 자신이 내린 선택과 판단이 완벽하기를 원한다. 식당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결단부터 배우자를 선택하거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까지, 인간이라면 틀림에 대한 공포심을 품고 있다. 소로스식 사고는 그런 공포심을 역이용한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어차피 틀릴 수 있다”는 뿌리 깊은 전제가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향하게 하며 행동력 또한 강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극복하게 해주거나 최소한 그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이 말이 겸손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대담함을 촉발한다는 사실이다. 스스로가 늘 틀릴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외부 정보와 비판,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훨씬 열린 태도를 지닌다. 그 결과 언제든 자신이 옳아질 가능성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소로스가 투자 시장에서 보여준 대담한 포지션 전환은 바로 이런 원리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오판을 두려워하기보다 오판을 빠르게 감지하고 그 감지를 발판 삼아 극적인 선회에 성공했다. 이 대담함이 투자 세계의 명성과 부를 안겨주었지만 역으로 사람들에게 내가 틀릴 준비를 했다면 좀 더 과감해져도 된다는 교훈을 심어주었다.
자기 회의와 자기 주권의 미묘한 경계
틀림을 인정하는 일에는 자기 회의가 깔린다. 내 판단이 어쩌면 완전히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자기 확신을 잠식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소로스의 스탠스는 자기 회의를 중시하면서도 동시에 자기 주권을 강화한다. 즉, “언제든지 틀릴 수 있으니, 결정에서 더 과감해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스스로 틀림을 허용하면 선택의 부담감이 줄어든다. 틀리면 고치고, 옳으면 실행을 이어간다. 그 단순한 구조가 강렬한 실천력을 만들어낸다.
어떤 이들은 틀리기를 전제로 한 결정은 무책임하다고 치부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역설이 숨어 있다. 스스로가 틀릴 수 있음을 감수하는 태도는 실패에서 비롯되는 책임을 더 진중하게 떠안게 만든다. 당연히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에 결정이 옳고 그름을 떠나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는 전환 과정을 훨씬 능동적으로 수행한다. 이것은 확신이라는 단어가 무조건적인 긍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때로는 확신보다 근거 있는 회의가 더 큰 진실에 도달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태도는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사회에서 특히 빛난다. 누구나 전문가라는 명함을 내밀기 쉬운 시대다. 소셜미디어만 열면 숱한 의견과 관점이 쏟아진다. 이럴 때 언제나 틀릴 준비를 해둔다면 다양한 신호 속에서 실제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해낼 수 있다. 무작정 자신을 믿지 않는 게 아니라 자신이 취하는 결정이 임시 가설임을 인지하며 외부 검증과 자발적 의심을 지속한다. 그러면서도 결정적 순간이 오면 과감하게 실행한다. 그 결과, 더욱 빠르고 기민하게 세상의 변화를 포착한다.
틀림을 수익으로, 성숙으로
조지 소로스가 금융 세계에서 보여준 장면은 상징적이다. 1992년 영국 파운드화를 매도하며 엄청난 수익을 기록한 사건은, 틀림의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않은 대담함이 실질적 이익으로 이어진 결정적 사례였다. 그날 소로스는 영란은행조차 방어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그 판단이 혹여 틀렸을 때의 시나리오까지 이미 준비해두었다고 전해진다. 바로 이런 치밀함과 냉정함은 필승 전략을 탄생시켰다. 그렇게 “나는 언제나 틀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은 때로는 큰 승리를 가능케 하는 뒷받침이었다.
투자 세계가 아닌 일상에서도 이 원리를 적용해볼 수 있다. 사랑, 인간관계, 커리어 모두가 예측 불가능한 도전이고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오판은 생긴다. 소로스의 말은 그런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도록 북돋아준다. “언제나 틀릴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당연히 탐색할 수 있는 경로가 늘어난다. 틀릴 때마다 경험이 쌓이고 다음 선택지에서 성공 확률이 조금씩 높아진다. 이것이 유연성과 자기 회의가 결합해 만들어내는 장점이다.
또한 이 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언제든 틀릴 수 있으니, 너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보겠다.”는 자세는 팀이나 조직에서 상호 존중을 낳는다. 내 견해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리더는 동료들에게 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장려한다. 그 결과 집단적 지혜가 발휘되고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해진다. 비단 투자나 거대 조직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정 내의 대화에도 적용되는 원리다. 스스로를 절대적 권위자로 여기지 않는 사람만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 있다.
결국, “나는 언제나 틀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한 문장이 품고 있는 시사점은 깊고도 광범위하다. 겸손하되 대담하고 회의를 품되 과감하게 결정하는 시기 적절한 태도가 현재의 불확실한 세상과 잘 맞아떨어진다. 틀림이 두려운 존재라기보다 성공의 밑바탕이 될 수도 있는 안내자 같은 존재임을 소로스는 몸소 보여주었다. 아마도 그의 말이 주는 울림은 실패를 회피하기보다 실패를 통찰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갈 것이다.
'취미로 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보나치 되돌림, 황금비가 깨진 자리에서 누가 웃었나 (0) | 2025.04.18 |
---|---|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팔아라? 고점에 사면 된다는 트레이딩 마인드 (0) | 2025.04.18 |
투자, 확신보다 준비된 자가 보상받는 법칙이 작용하는 곳 (0) | 2025.04.17 |
사놓고 버티기만 하면 돈 번다는 조엘 그린블라트의 유명한 공식은? (0) | 2025.04.16 |
통계는 감정을 이긴다. 하딩이 말하는 검증된 트레이딩 전략이란? (0) | 2025.04.15 |
애매할 땐 차라리 빨리 틀린다는 전략으로 대응하기(매매일지) (0) | 2025.04.14 |
캔들 하나하나의 강도를 측정하는 보조지표, SOTT를 알아보자 (0) | 2025.04.14 |
허리가 아프면 주가에 위기가 온다? 소로스가 말하는 허리 통증 매매법 (0) | 2025.04.14 |
성공적인 트레이더는 잘 맞히는 사람이 아니다. 틀렸음을 빠르게 인정하는 사람이다 (0) | 2025.04.13 |
손절 기준을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시장이 대신 결정해준다 (0) | 2025.04.1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