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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서막

시장은 언제나 이야기를 품고 있다. 1987년의 블랙 먼데이는 그중에서도 파괴력이 컸다. 하루 만에 대폭락한 다우 지수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기술적 문제만이 아니었다. 숨겨진 취약점들이 한꺼번에 터진 결과였다. 극단적 낙관 이면에는 언제나 균열이 존재했다.

 

투자자들은 늘 ‘이제는 다를 것’이라 말한다. 기술이 발전했고, 안전장치도 갖춰졌으며,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되기도 한다. 때로는 같은 실수를 새로운 모습으로 되풀이한다. 과연 우리가 진짜 교훈을 얻었는지, 아니면 잠시 잊고 있을 뿐인지 되짚어볼 때다.


레버리지라는 양날의 검

돈을 빌려 투자하는 행위는 수익을 극대화한다. 빚은 자산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손실도 극대화된다. 이것이 레버리지의 본질이다. 1980년대 역시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가 성행했다. 이때 쌓인 위험은 시장 하락이 시작될 때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작은 충격이 거대한 파도처럼 번진 것이다.

 

오늘날은 더 정교한 금융기법이 활개를 친다. 파생상품, 알고리즘 트레이딩, 고빈도 매매 등 복잡한 도구가 넘쳐난다. 그만큼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하락이 닥칠 때, 이 모든 기법이 서로 꼬리를 물고 끝없는 매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1987년과 유사한 파급이 언제든 재현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군집 심리의 역설

금융 시장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그리고 인간은 집단적으로 움직일 때 비이성적 행동을 보인다. 상승장이 계속되면 ‘공포 없이 매수’가 반복된다. 거품이 끼어도 모든 투자자가 동시에 욕심을 키운다. 반대로 한 번 공포가 시작되면 매도 행렬은 순식간에 줄을 선다.

 

블랙 먼데이는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당시 프로그램 매매는 불길에 부채질을 했지만, 그 불길을 일으킨 것은 결국 사람들의 두려움이었다. 기계적 알고리즘은 심리적 공포에 즉각 반응한다. 충격 → 매도 → 추가 하락 → 다시 충격의 순환이 폭락을 심화시켰다.

 

오늘날도 이 패턴은 반복되고 있다. 뉴스 하나, 소셜 게시물 하나에 전 세계 시장이 요동칠 때가 있다. 더 빠르고 많은 정보가 오히려 심리를 증폭시킨다. 군집 심리는 변하지 않는다. 달라진 것은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증폭기가 생겼을 뿐이다.


안전장치는 정말 안전한가?

1987년 이후 도입된 서킷 브레이커는 위기 시 거래를 잠시 멈춘다. 이론상으로는 충격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불안이 극에 달할 때, 잠시 멈춘 매도 욕구는 재개와 동시에 더 거칠게 분출될 수도 있다. 단시간에 쏟아진 매물이 시장 유동성을 잠식하면, 서킷 브레이커도 속수무책일 수 있다.

 

예기치 못한 블랙스완급 이벤트가 닥칠 경우, 제도적 안전장치가 완벽하게 기능할지 확신하기 어렵다. 과거 금융위기들을 보면, 일단 공포가 퍼지면 누구도 시장을 제어하기 쉽지 않았다. 외견상 안전해 보이는 구조에도 비선형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연결된 금융기관, 국가 간 자본 이동, 서로 얽힌 파생상품은 복잡한 도미노를 만들어낸다.


변동성의 서로 다른 얼굴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우리는 반복된 패턴을 본다. 상승기에 몰려든 자금이 어느 순간 과열로 판명되면, 사소한 악재도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 낙관이 절망으로 뒤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인간의 심리는 그만큼 급격히 이동한다.

 

한편, 변동성이 전혀 없는 시장도 건전하지 않다. 적절한 변동성은 위험을 알려주고, 투자를 분산시키며, 안정적인 가격 형성에 기여한다. 문제는 특정 시점에서 이 변동성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폭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고, 기업 실적이 나빠지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신호가 겹쳐진다. 그리고 그때 모든 참여자가 동시에 놀란다.


신뢰를 회복하는 순간

시장은 폭락 후 회복을 거듭해 왔다. 투자자들은 패닉셀이 끝난 뒤 다시 진입한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금리 인하, 재정정책 등이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을 한다. 결국 경제가 실물 측면에서 살아나면, 사람들은 다시 자산가격 상승을 기대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학습효과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기 때마다 주식을 사면 성공한다’는 식의 경험칙이 생겼다. 2020년 코로나 쇼크 때도 일정 시점부터 폭발적인 매수가 이뤄졌다. 위기는 항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이 공유된 것이다. 다만, 그 교훈이 언제나 옳은지는 또 다른 문제다. 과도한 믿음이 또 다른 거품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과거, 불확실한 미래

블랙 먼데이, 닷컴 버블,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쇼크. 모두 다른 원인이었지만, 공통점이 있다. 과열-충격-패닉-정책개입-회복의 구조가 비슷하다. 문제는 이 패턴이 앞으로도 동일하게 펼쳐질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형태의 위기가 닥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파편화, 인공지능 기반 매매, 미중 갈등, 크고 작은 전쟁, 기후변화 등 새로운 변수가 점점 많아진다. 이미 시장은 전례 없는 속도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더 복잡한 세계에서 더 자주 예측이 빗나가는 사건들을 마주할 것이다.


금융 시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금융 시장을 단순히 돈 버는 장으로만 보면 큰 그림을 놓치기 쉽다. 시장은 한 국가의 경제, 세계 무역, 정치적 긴장, 사회적 불안 등과 얽힌 복합체다. 특정 시점에는 누구도 예상 못 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다. 그리고 그런 위기는 종종 시장의 근본적 취약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현대 금융 시스템은 안정과 불안이 교차하는 장이다. 안전장치가 많아진 만큼 더 복잡한 위험요소도 늘었다. 군집심리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고, 레버리지는 여전히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이런 현실을 인지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위기를 대처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미래의 블랙 먼데이는?

블랙 먼데이가 또 오느냐고 묻는다면, “형태는 달라지겠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 사건들은 단순 반복이 아니라 변주되는 법이다. 겉보기 이유가 다르더라도, 본질은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과 심리적 취약성이 결합될 때 한순간 폭발한다.

 

레버리지, 알고리즘 매매, 글로벌 자본 흐름이 얽힌 오늘날, 위기는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서킷 브레이커도 만능 방패가 아니다. 특정 신호가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면, 한밤중에 갑자기 급락이 시작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교훈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위기를 살펴보고, 제도와 심리를 함께 다듬어 나가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다.


최종 선택은 나의 몫

시장 붕괴는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을 투영한다. 동시에 기술과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하면 손쓸 틈 없이 무너지는 현장을 보여준다. 그러나 모든 위기를 경험하면서 금융 시스템은 진화해 왔다. 투자자들도 조금씩 학습한다.


결국, 위기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리스크를 공부하고 대비하며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경계하고, 군집심리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 등을 모두 포함해서. 그것이 바로 다음 블랙 먼데이와의 싸움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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