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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있을수록, 왜 더 피곤해질까?
사람은 멈추지 않는 역동적 존재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공장 라인처럼 무던히 일하다 보면 몸이 알아서 단련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다. 그러나 현실은 달콤하지 않다. 휴식 없는 노동과 장시간 앉아있기에 익숙해졌다고 믿는 순간, 몸은 오히려 거부한다. 허리는 뻐근함을 호소하고, 두 다리는 살짝 저린 감각을 보내온다. 그럴 때면, 괜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왜 이 모양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생존의 관점에서 보면, 적응은 늘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몸을 혹사하고 쉴 틈 없이 몰아치면, 몸은 지속 가능한 삶의 형태를 포기하고 무기력 모드로 전환한다. 이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정신적 불안정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고도의 생체 메커니즘이다. 우리 몸이 애초에 수십만 년 전부터 움직이며 사냥하고 뛰어다니며 살아온 덕에, 가만히 있는 것에 과도하게 익숙해질 이유가 없었다. 장시간 앉아있는 것은 결국 진화적 관성에 역행한다.
신체에 가해지는 압박은 더욱 명확하다. 앉은 자세는 허리, 고관절, 척추 주변 근육에 불균형을 낳는다. 서 있을 때보다 요추 압력이 훨씬 높아지며, 하체의 혈액순환도 둔해진다. 그저 무의식으로 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 같지만, 자세 근육들은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그뿐이 아니다. 호흡마저 얕아지고, 심리적 각성도가 떨어진다. 앉아있다가도 갑자기 스트레칭이나 산책으로 작은 움직임을 가지면 뇌가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이유다.
적응의 동물, 하지만 왜 무한히 앉아있기는 불가능한가?
이른바 ‘무제한 앉기’를 상상해 보면 어딘가 어색하다. 당장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이 상상되고, 누워서 TV만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온다. 참고가 될만한 NASA가 실시한 무중력 시뮬레이션 실험이 있다. 참가자들은 침대에 누워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한되었다. 그 결과 골밀도 감소, 혈액순환 장애, 심지어 인지 능력까지 떨어졌다. 움직이지 않는 상태의 우리의 몸은 그저 버틸 뿐,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고통 없이 무한히 앉아있을 수 있는 신체는 애초에 인류 진화의 결과물이 아니다.
앉기는 자세 유지 근육의 끊임없는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중력의 방향이 변하는 우주가 아니라 지구에서 살아가는 이상, 몸은 서서나 누워서나 끊임없이 조정을 거치며 밸런스를 맞춘다. 저강도의 근육 운동이 사실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문제는 이 저강도의 활동이 너무 길어지면 피로가 누적된다는 점이다.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쉽게 번아웃이 오듯, 근육과 신경의 번아웃도 장시간 자세 유지로 인해 발생한다. 그것이 허리 통증이나 어깨 결림 같은 형태로 다가오는 것이다.
여기에 혈류 순환 문제도 작동한다. 오래 앉으면 하체의 혈액순환이 느려져, 다리가 저리고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혈액이 줄어든다. 뇌로 가는 산소 공급도 다소 줄어든다. 몸이 휴식한다고 착각하기도 쉽다. 그러나 근골격과 신경계가 내내 마찰을 겪으니, 결코 진정한 휴식 상태가 아니다. 곁으로 보면 앉는 것은 수동적이라 보이지만, 사실 정적 상태에서도 몸은 지속적으로 예민하게 버티는 상태이다.
적응이 아닌 ‘적절한 변화’를 선택하려면?
오래 앉아서 일해야 하는 현대인은 그래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적절한 휴식과 운동, 그리고 포지션 전환이다. 50분 앉았다면 5~10분은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일어서서 허리를 움직인다. 스탠딩 데스크나 가벼운 산책은 몸이 원하는 작은 움직임을 충족해 준다.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혈액순환과 호흡 패턴이 달라진다.
적응은 무작정 치열하게 극복하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몸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회복을 끼워 넣어야 적응의 긍정적 측면을 살릴 수 있다. 과거 인류는 몸을 무리하게 혹사하면 생명을 위협받았다. 그래서 몸은 위험 신호를 보내는 데 매우 능숙하다. 앉아 있기 힘들다는 감각이 든다면, 이미 몸은 중요한 휴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무제한 앉기 같은 이상향을 버리고, 유한한 앉기 속에서 최적의 건강과 집중력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불가능한 전투가 아니다. 마치 우주비행사가 무중력에 노출된 뒤 재활 운동을 하듯, 하루하루 짧은 움직임으로 노화를 늦추고 허리의 불평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번아웃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인간은 분명 적응의 동물이다. 하지만 그 적응은 종종 몸의 기능을 억제하거나, 방어 태세로 전환하는 부정적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관찰하고, 조금만 더 자주 일어나 몸을 움직이며, 휴식을 예민하게 취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것이 현대인에게 주어진 생존 전략이다.
휴식과 움직임은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몸은 미세하게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고, 적절한 변화는 작은 결심에서 시작된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가벼운 기지개를 켜는 일, 몇 걸음이라도 걸으며 뇌에 새로운 산소를 공급하는 일, 곧게 펴고 있던 허리를 살짝 풀어주는 일. 이런 행동들이야말로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가장 본질적이고면서도 또한 중요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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