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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역설, 인간의 자만

어느 날 아침, 미국의 대형 투자사 CEO가 회의실에 들어섰을 때 모두가 잔뜩 긴장해 있었다. 전날 밤까지 강세를 보였던 채권시장이 돌연 하락세로 돌아섰고 파생상품에서 손실이 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레이더는 자신의 분석이 맞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시장이 틀렸길 바라는 묘한 역설을 품고 산다. 하지만 시장은 그 누구의 바람도 들어주지 않는다. 예측한 대로 흘러가면 감사할 것이고 예상 외로 뒤집히면 도망칠 구멍을 찾느라 바쁘다.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오랫동안 회자되어 온 이름이 있다. 바로 마이클 스타인하트다. 그는 헤지펀드 업계에서 오랜 기간 독보적인 성과를 냈고 자서전이나 인터뷰에서 단호하게 주장했다. ‘틀림을 빨리 인정하지 못하면 시장이 훨씬 더 냉혹하게 응징한다’는 말이다. 그가 이런 통찰을 얻게 된 배경에는 오랜 투자의 역사에서 보아온 수많은 파국이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별 게 아닌 듯 보이겠지만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대다수의 투자자가 어딘가에서 방향을 틀려놓고도 스스로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꽤 길다. 시장과의 싸움에서 시간은 돈이다. 그 시간 동안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버티면 버틸수록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특히 1994년 미국 금리 인상 시기, 채권시장이 뒤집힐 때 많은 펀드가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봤다. 그런데 스타인하트는 채권 롱 포지션이 뚜렷한 반등을 보여주지 않자 48시간 이내로 대부분 청산했다고 전해진다. 그 판단 덕분에 손실을 최소화했고, 이후 시장이 안정을 찾았을 때 재진입해 연말에 결국 흑자를 기록했다.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헤지펀드 세계에서 틀렸음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그렇게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몇몇 투자자들은 가끔 빠른 손절이 지나친 조바심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눈앞의 작은 손실보다 한 번의 대패가 포트폴리오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스타인하트의 조기 청산 철학이 훨씬 합리적이다. 예측에서 틀린다 해도 가벼운 손실로 대처하면 얼마든지 재도전할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일단 무너지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큰 손실을 입는 세상이 바로 투자 세계다.


인정의 속도, 그리고 감각에 근거한 전환

얼마나 잘 맞추는 지가 투자의 성패를 가른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복잡한 매크로 데이터, 기술적 지표, 수급 흐름을 훑어가며 남들보다 정확하게 시장을 읽어내는 일이 최고라 여겼다. 그런 접근은 논리적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작 막상 살아남는 이들은 다르게 말한다. 조지 소로스도, 폴 튜더 존스도, 그리고 마이클 스타인하트 역시 시장을 완벽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맞추는 데 집착하기보다 틀렸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스타인하트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손실을 방어하는 핵심 원칙이라고 말해 왔다. 특히 그가 개발한 전략은 수치와 감각이 결합된 형태였다. 매크로 지표나 금리, 환율, 주식 수급을 면밀히 관찰하되, 동시에 시장 참여자들이 내놓는 심리적 신호를 간파하려 했다. 예컨대 갑작스러운 매도세나 특정 섹터의 과열은 숫자로도 설명이 되겠지만 감각적 해석이 필요한 영역도 있었다는 뜻이다.

 

그는 자신이 예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시장 흐름을 포착하면 최대한 빨리 포지션을 줄이거나 반대로 전환했다. 몇 주씩 버티며 이럴 리가 없다고 변명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 '종이 울리면 이미 늦은 것이다’라고 말한 스타인하트의 신념은 그 자신이 오랫동안 시장에서 살아남으며 입증해낸 성공 공식이었다. 일각에서는 너무 빠른 손절이 종종 노이즈에 휘둘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스타인하트가 의지한 지표와 감각은 단순한 예감이 아니라 이전 사례와 데이터를 축적해온 결과물이었다. 결국 그의 빠르게 손실을 제한하는 습관은 장기적으로 복리수익을 훼손하지 않는 핵심이 되었다.

 

트레이더에게 틀림을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과 직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스타인하트는 자존심이나 예측의 위신보다 자산을 우선했다. 이 점에서 그는 인간의 합리적 부분과 현실적 욕망을 직접적으로 충족시키는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작은 패배들을 인정하면서 큰 승리를 노리는 편이 이롭다는 사실은 계산으로도 명백하게 증명되었다. 시간과 자본이 한정된 현실에서 패배를 키우지 않는 것이 곧 승리의 핵심이 된다.


시장을 이기는 것이 아닌 시장을 피하는 기술

누군가는 스타인하트가 지닌 투자 철학을 두고 보수적이고 회피적이다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이 말은 어느 정도 맞기도 하다. 그가 말하는 즉각적으로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시장을 지배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시장의 덫을 피하는 기술에 가깝다. 매순간 시장이 틀렸는지 혹은 자신이 틀렸는지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어느 쪽이든 시장의 움직임에 손실을 최소화하며 대응하면 모두가 틀렸어도 살아남는 쪽이 되기 때문이다. 가끔 시장이 너무 왜곡되어 있어 일시적으로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지만 손실이 커지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한다면 곧 재도약할 동력을 갖출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스타인하트가 열정을 불태웠던 헤지펀드는 끝없는 탐욕과 두려움이 소용돌이치는 세계였다. 거대한 자금이 단 며칠, 심지어 몇 시간 만에 가치를 뒤집어버릴 수 있는 곳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는 매 순간 현실을 냉정히 재평가하는 것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천재라 칭한 적이 없었다. 대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데이터를 부지런히 체크하면서 언제든지 자신의 확신이 틀릴 수 있음을 전제로 삼았다. 그런 태도 덕분에 대규모 위기에서 비교적 빠른 탈출이 가능했고 다른 매니저들이 무너지고 있을 때도 재빨리 손실을 복구해 나갔다.

 

오늘도 개인 투자자들은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예측의 옳고 그름을 경쟁하듯 따지지만 실제로는 돈은 그렇게 버는 것이 아니다. 틀렸다고 느낀 순간 과감하게 포지션을 정리하는 사람은 결국 생존하며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예측이 맞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진정한 투자의 기술은 시장을 압도하는 능력이 아니라 시장에 끌려다니지 않는 기민함이다. 그러한 점에서 마이클 스타인하트의 발자취는 특별한 교훈을 남긴다.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승리를 거둔다는 역설적인 진리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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