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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
[1] 2025년 현재 생성형 AI 시장은 기술적 성과가 아닌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기반으로 한 거대한 버블 상태에 놓여 있다.
[2] 2027년은 앤트로픽의 흑자 전환 약속으로 상징되는 시장의 신뢰도를 측정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며, 이 약속의 실패는 버블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3] 현재의 '묻지마 투자'는 AI가 창출하는 실제 가치가 아닌, 기대 심리에 의존하고 있어, 그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제2의 닷컴 버블처럼 급격한 몰락을 맞이할 운명이다.


2027년, 유리성의 균열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가장 비싼 파티에 초대받았다. 2025년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이 파티의 이름은 ‘생성형 AI’다. 파티장에서는 수십억 달러짜리 샴페인이 강물처럼 흐르고, 기업 가치는 하룻밤 사이에 조 단위를 넘나든다. 모든 대화는 AGI(범용인공지능)라는 신의 강림을 예언하고, 천문학적인 적자는 미래를 위한 숭고한 투자로 찬양받는다. 이곳에서는 비관론이 설 자리는 없다. 의심은 무능의 증거이며, 질문은 신성모독으로 취급된다. 모두가 유리로 지어진 거대한 성 안에서 영원할 것 같은 축제를 즐기고 있다.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 ‘기대의 정점’에 선 2025년의 AI
기술 컨설팅 기업 가트너가 매년 발표하는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인간의 기대가 어떻게 부풀어 올랐다가 꺼지는지를 보여주는 냉정한 지도다. 2025년, 생성형 AI는 의심의 여지 없이 이 지도의 가장 높은 봉우리, ‘기대의 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s)’에 깃발을 꽂았다. 이곳은 기술의 실제 효용성이나 수익 모델과는 무관하게, 오직 ‘가능성’이라는 단 하나의 연료로 타오르는 곳이다.

이 봉우리 위에서 사람들은 오픈AI가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손실의 규모를 AGI를 향한 인류의 담대한 도전으로 포장한다. 앤트로픽의 매출이 몇 배 뛰었다는 소식에 열광하면서도, 그보다 더 빠르게 불어나는 순손실은 애써 외면한다. 마치 2000년 닷컴 버블의 광기 속에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웹사이트 트래픽만 보고 기업의 수익성은 무시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는 모델의 파라미터 개수와 투자 유치 금액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이 파티의 주최자들은 끊임없이 속삭인다. “비용 구조는 곧 해결될 것이다.”, “킬러 앱이 곧 등장할 것이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이 달콤한 속삭임은 수조 달러의 자본을 끌어모았고, 그 돈은 엔비디아의 금고를 채우고 아마존과 구글의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는 데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다. 정작 파티의 주인공인 LLM 개발사들의 계좌는 비어만 가는데도, 파티장의 음악 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모두가 이 축제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 믿고 싶어 한다.

2027년, 약속의 시간이 왔다

하지만 모든 파티에는 끝이 있고, 모든 약속에는 만기일이 있다. 이 거대한 유리성에 드리워진 첫 번째 그림자는 ‘2027년’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다. 바로 AI 업계의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인 앤트로픽이 투자자들에게 현금 소진을 멈추고 재무적 자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한 해다. 이는 단순한 목표 제시가 아니다. ‘가능성’과 ‘기대’라는 안개 속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손에 잡히는 검증의 시간이다.

2027년은 이 모든 광기가 진짜 실체를 가진 혁명이었는지, 아니면 허상에 불과했는지를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다. 이날 앤트로픽이 발표할 재무제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적표가 아니다. 그것은 생성형 AI라는 거대한 담론 전체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만약 그들이 약속을 지켜낸다면, 파티는 계속될 명분을 얻는다. 그러나 만약 실패한다면?

그 실패는 단순히 ‘예상보다 조금 늦어지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 산업의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첫 번째 공식적인 사망 선고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모든 적자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합리화해왔던 논리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언젠가는 돈을 벌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지금 당장은 돈을 벌 수 없다’는 차가운 현실로 대체되는 순간, 유리성의 투명한 벽에 첫 번째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만약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첫 번째 균열. 그것은 작고 미세해서 처음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앤트로픽의 실적 발표 이후 몇몇 신중한 분석가들이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일 것이다. “매출 성장은 인상적이지만, 비용 구조 개선에는 실패했다.”, “수익성으로 가는 길이 예상보다 험난하다.” 같은 문장들이 월스트리트의 리포트를 장식하기 시작한다.

이 작은 균열은 보이지 않는 파동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AI 기업의 가치를 매길 때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만 보던 투자자들이 처음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도대체 언제부터 순이익을 낼 수 있는가?’라는,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샘 올트먼이 제시했던 2029년이라는 시간표는 너무 멀게만 느껴지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조차 AI 개발 자체의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부각된다.

믿음은 전염병과 같지만, 의심은 그보다 더 빠르고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시장을 지배하던 압도적인 낙관론의 면역 체계가 약해지는 순간, 의심의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던 막대한 R&D 비용은 이제 ‘돈 먹는 하마’로 보이기 시작하고, AGI라는 원대한 비전은 수익 창출을 지연시키는 비현실적인 핑계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파티장의 음악 소리는 여전히 요란하지만, 예민한 사람들의 귀에는 유리가 삐걱거리는 불길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묻지마 투자’의 끝: VC들이 출구(Exit) 전략을 가동할 때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VC)은 기술의 신봉자가 아니다. 그들은 냉정한 자본가다. 그들은 혁신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내고 퇴장할 기회’에 투자한다. 그들에게 AI 스타트업은 인류의 미래가 아니라,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빛내줄 상품이다. 그리고 모든 상품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시장에 첫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이들은 바로 VC들이다. 그들은 파티가 끝나고 모두가 출구로 몰려들기 전에,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뒷문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묻지마 투자’의 시대가 끝나고 ‘묻지마 회수’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들의 움직임은 교묘하고 은밀하다. 처음에는 몇몇 초기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지분 일부를 블록딜로 매각할 것이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하지만 확실하게 현금화를 시작한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 아직 상장하지 않은 유니콘 기업들의 장외 주식 가격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한때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며 줄을 섰던 후속 투자자들은 갑자기 관망세로 돌아선다. 자금 조달 라운드는 지연되고, 기업들은 예정했던 R&D와 채용을 축소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한다. 돈의 흐름이 마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수조 달러의 물로 채워졌던 수영장에서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비로소 누가 수영복을 입고 있었고 누가 벌거벗고 있었는지 드러난다.

제2의 닷컴 버블: 살아남는 자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자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그 운율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2027년 이후의 풍경은 2000년 3월의 나스닥 붕괴를 떠올리게 할 것이다. ‘새로운 경제(New Economy)’를 외치며 인터넷 주소만 있으면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닷컴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재가 되어 사라졌던 그 시절처럼.

수익 모델 없이 오직 ‘사용자 수’라는 허상 위에 세워졌던 펫츠닷컴(Pets.com)의 몰락은, 오늘날 ‘파라미터 수’에만 집착하는 수많은 AI 스타트업들의 미래가 될 것이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AI 기반 생산성 툴’, ‘AI 기반 콘텐츠 생성기’들은 대부분 서로를 베낀 복제품에 불과하며, 명확한 수익 모델 없이 오직 VC의 투자금으로 연명하고 있다. 자금줄이 끊기는 순간, 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물론, 닷컴 버블이 꺼진 폐허 속에서도 아마존과 구글 같은 진정한 거인들은 살아남았다. 마찬가지로 AI 버블 붕괴 이후에도 몇몇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들은 살아남아 다음 시대를 지배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수천 개의 기업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수조 달러의 자산이 증발했다는 사실이다. 혁명의 과정은 언제나 파괴를 동반하며, 그 대가는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이 치른다.

기대가 꺾이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다

우리는 유리성 안에서 영원한 파티를 꿈꾸지만, 성의 기반은 단단한 기술이나 수익이 아닌, ‘기대’라는 위태로운 얼음 위에 서 있다. 현재의 AI 투자는 기술의 실제 가치가 아니라, 언젠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집단적인 믿음을 먹고 자란다.

2027년은 그 믿음의 첫 번째 시험대다. 만약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얼음은 녹기 시작할 것이고 유리성은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때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열광했던 것은 AI라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었던 장밋빛 미래에 대한 환상이었음을. 그리고 모든 환상은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라는 냉정한 진리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