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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
[1] 사이버 보안 세계에는 돈과 자유를 추구하는 '용병(버그 헌터)'과 명예와 안정을 중시하는 '기사(모의 해커)'라는 서로 다른 길이 존재한다.
[2] 용병의 길은 예측 불가능한 광야에서 고수익을 노리는 스릴 넘치는 삶이며, 기사의 길은 왕국(기업)의 신뢰 속에서 체계적으로 성벽을 점검하는 안정적인 임무다.
[3] 어떤 길이 더 나은가는 없으며, 자신의 성향이 자유를 갈망하는지 안정을 추구하는지 알아야만 자신에게 맞는 전장을 선택하고 성공할 수 있다.


새벽 세 시, 모니터 불빛만이 방 안의 어둠을 밀어내는 시간. 세상이 잠든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날카로운 눈으로 코드의 틈새를 들여다본다. 수백만 줄의 텍스트로 이루어진 거대한 성벽, 그 어딘가에 숨겨진 비밀 통로를 찾기 위한 외로운 사냥. 이 행위의 본질은 뭘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기술적인 노동일까? 아니면 시스템을 보호하려는 숭고한 사명감일까?

어쩌면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세계는 하나의 길이 아니라, 전혀 다른 두 개의 전장으로 나뉘어 있으니까. 하나는 예측 불가능한 바람이 부는 광야, 다른 하나는 질서정연한 규칙이 지배하는 왕국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중 하나의 전장에 설 운명을 타고났다. 당신은 돈과 자유를 위해 싸우는 고독한 용병인가, 아니면 명예와 안정을 위해 서약한 충직한 기사인가. 당신의 키보드는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가.

 

돈을 위해 싸우는가, 명예를 위해 점검하는가

모든 선택의 근원은 욕망이다. 당신이 이 세계에 발을 들인 이유, 밤을 새우며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이유를 정직하게 마주해야 한다. 당신을 움직이는 가장 원초적인 에너지는 무엇인가. 짜릿한 상금인가, 아니면 안정된 소속감인가.

어떤 이들은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수배지를 보고 심장이 뛴다. ‘이 버그 하나면 인생이 바뀐다.’는 식의, 한 방을 노리는 승부사의 기질. 그들에게 보안은 곧 상금이고, 실력은 곧 돈이다. 이들은 기업의 안위나 시스템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능력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결과물’에 매혹된다. 이들이 바로 용병이다.

반면 어떤 이들은 잘 구축된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그것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만족을 느낀다. 기업의 공식적인 신뢰를 얻어 내부를 들여다볼 권한을 부여받고, 체계적인 계획 아래 성벽의 균열을 점검하는 임무. 그들에게 보상은 돈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신뢰받고 있다’는 명예와 안정적인 소속감이다. 이들이 바로 기사다. 이 두 부류는 사용하는 기술은 비슷할지 몰라도, 세상을 보고 움직이는 철학 자체가 다르다. 당신의 심장은 어느 쪽 이야기에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가.

 

버그 바운티: 규칙 없는 광야에서 살아남는 법

용병의 삶을 선택한 당신을 환영한다. 이곳은 버그 바운티라 불리는 광활하고 무법적인 전쟁터다. 국경도, 정해진 규칙도 거의 없다. 오직 실력과 운, 그리고 끈기만이 당신의 생존을 보장한다.

이 광야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현상금 수배지(Bug Bounty Program)’를 붙여놓는다. 당신은 그중 마음에 드는 사냥감을 골라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아무런 사전 허가도, 계약도 없다. 당신이 사냥에 성공해 유효한 증거(취약점 보고서)를 가져오기 전까지, 기업은 당신의 존재조차 모른다. 당신은 완벽한 유령이다.

몇 날 며칠을 굶주린 늑대처럼 시스템 주변을 어슬렁거려도 아무런 소득이 없을 수 있다. 당신이 투자한 모든 시간은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진다. 누구도 당신의 노력을 보상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당신이 놓은 덫에 거대한 맹수가 걸려들었다고 상상해보라. 남들이 보지 못한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해 수천, 수만 달러의 포상금을 받는 순간의 희열. 그 짜릿함이 바로 용병의 삶을 지탱하는 마약이다.

이곳에서는 당신 위에 아무도 없다. 언제 일하고, 무엇을 사냥하고, 언제 그만둘지 모두 당신의 자유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당신의 등 뒤를 노리는 다른 용병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당신이 한눈을 파는 사이, 다른 누군가가 당신이 노리던 사냥감을 채어갈 것이다. 이곳은 오직 결과로만 말하는 비정한 시장이다. 과정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살아남고 싶다면 더 교활해지고, 더 빨라져야 한다. 그것이 용병의 유일한 생존 법칙이다.

 

펜테스트: 왕국(기업)의 허락을 받고 성벽을 점검하는 기사의 길

기사의 길을 선택한 당신에게 경의를 표한다. 당신은 이제 ‘펜테스트(Penetration Testing)’라 불리는, 왕국의 공식적인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더 이상 어둠 속의 유령이 아니다. 왕(기업)에게 자신의 신원을 증명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정식으로 임무를 부여받은 기사다.

당신의 임무는 계약서와 함께 시작된다. ‘이 성벽의 이 부분부터 저 부분까지, 정해진 기간 동안 모든 균열을 찾아 보고하라.’ 당신의 활동 범위와 시간, 그리고 보수는 미리 정해져 있다. 당신은 더 이상 불확실성에 목마르지 않아도 된다. 약속된 임무를 완수하기만 하면, 약속된 보상을 받는다. 설령 아무런 균열을 찾지 못했다고 해도 당신의 노력과 시간은 정당하게 보상받는다. 왕국은 결과뿐만 아니라 당신의 충직한 ‘과정’에도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당신은 성문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가 내부 지도를 건네받는다. 평범한 용병이라면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왕국의 심장부까지 들여다볼 권한이 주어진다. 당신의 임무는 파괴가 아니라 보호다. 당신은 발견한 모든 균열을 상세히 기록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고, 왕국의 기술자들과 협력하여 성벽을 보수하는 일에 참여한다. 당신의 이름은 어둠 속에서 속삭여지는 것이 아니라, 왕국의 공식 기록에 남아 존경의 대상이 된다.

물론 기사의 삶에는 제약이 따른다. 당신은 정해진 규칙과 시간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 용병처럼 마음 내키는 대로 사냥터를 옮겨 다닐 수도 없다. 당신의 칼은 오직 왕국이 허락한 곳에서만 뽑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제약은 당신에게 안정과 명예라는 더 큰 가치를 선사한다. 불확실한 자유보다 예측 가능한 안정을 원한다면, 당신은 기사의 갑옷을 입을 자격이 충분하다.

용병의 자유와 기사의 안정, 당신의 성향은 무엇을 원하는가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당신의 영혼은 무엇을 갈망하는가.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오히려 아드레날린을 느끼는가?’
‘나는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 것보다 차라리 굶는 쪽을 택하겠는가?’
‘나는 과정이야 어찌 됐든, 오직 결과로만 승부하는 세상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들에 ‘그렇다’고 답했다면, 당신의 심장에는 용병의 피가 흐르고 있다. 당신은 자유로운 영혼이며, 고위험 고수익의 스릴을 즐기는 타고난 사냥꾼이다.

반대로 이렇게 자문해보자.
‘나는 명확한 목표와 계획이 주어졌을 때 더 큰 안정감을 느끼는가?’
‘나는 혼자 싸우기보다 팀의 일원으로 협력하며 성취감을 느끼는가?’
‘나는 나의 노력이 결과와 상관없이 존중받고 보상받기를 원하는가?’
이 질문들이 더 와닿는다면, 당신은 기사의 서약을 할 준비가 된 것이다. 당신은 질서와 명예를 중시하며,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수호자다.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광야의 늑대에게 갑옷을 입히면 움직임이 둔해져 굶어 죽을 것이고, 성안의 기사에게 갑자기 홀로 사냥을 떠나라 명하면 길을 잃고 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본성을 아는 것이다.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어느 전장에 설지 결정할 수 있다

사이버 보안이라는 거대한 세계는 단순한 기술의 집합이 아니다. 그곳은 서로 다른 철학과 욕망을 가진 인간들이 충돌하고 협력하는 삶의 현장이다. 당신은 이 세계에서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은가. 돈을 좇아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바람 같은 용병인가, 아니면 왕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굳건한 기사인가.

기술을 연마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당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당신의 본성에 맞는 갑옷을 입고, 당신의 심장이 뛰는 전장에 서라. 그때 비로소 당신의 코드는 진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