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안은 ‘인력 부족’의 해결책이 아니라 ‘책임 회피’의 수단이다 morgan021 2025.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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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
[1] 기업 리더들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실패의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AI 보안을 도입하는 경향이 있다.
[2] 이러한 접근은 알고리즘의 편견에 따른 새로운 차별을 낳고, 인간의 직관을 퇴화시키며, AI 자체의 취약점을 공격하는 새로운 위협을 만든다.
[3] 진정한 해결책은 AI를 인간의 대체재가 아닌 능력 증강 도구로 보고, 인간이 최종 결정권을 가지며 AI의 판단 과정을 투명하게 통제하는 것이다.
새로 들어온 비서는 완벽했다. 눈부시게 똑똑했고, 지치지도 않았으며, 단 한 번도 불평하는 법이 없었다. 수천 개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정리해 보고했고, 내가 놓칠 법한 아주 사소한 이상 징후까지 미리 알려주었다. 덕분에 나는 지긋지긋한 인력 문제에서 벗어나 우아하게 핵심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모두가 그 비서를 칭송했고, 나는 내 선택에 만족했다. 그 비서의 이름은 ‘AI’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시스템이 무너졌다. 회사의 가장 민감한 정보가 속수무책으로 외부에 유출되는 끔찍한 사고가 터졌다. 이사회가 소집되었고,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제 책임이 아닙니다. 완벽하다고 알려진 AI 시스템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시스템이 왜 그런 비정상적인 접근을 허용했는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고용한 것은 유능한 조력자가 아니라, 모든 실패를 집어삼키는 편리한 ‘디지털 방패’이자 ‘책임의 블랙홀’이었다는 것을.
이것은 어느 리더의 고해성사처럼 들리지만, 지금 우리 사회와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세련된 책임 회피의 방식이다. 우리는 ‘인력 부족’이라는 편리한 핑계를 앞세워 AI라는 화려한 기술을 경쟁적으로 도입한다. 사람을 뽑고, 교육하고, 그들의 실수에 책임을 지는 고단한 과정을 건너뛰고 싶어 한다. AI는 이 모든 인간적인 번거로움을 해결해 줄 완벽한 구원자처럼 보인다. 경영진은 AI 도입이라는 치적을 내세우며 혁신가의 가면을 쓰고, 정작 그 똑똑한 비서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는다.
문제는 AI가 결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패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차가운 서버와 복잡한 코드 더미를 질책할 수 없다. 결국 그 피해는 사람이 감당하고, 그 책임은 최종 결정권자가 져야 하지만, 우리는 “AI가 그랬다”는 한마디 뒤로 숨어버린다. 기술 뒤에 숨은 리더는 가장 무능하고 비겁한 리더다. 그들은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AI라는 단어로 그 책임을 기술에 떠넘기며 자신의 자리를 보전할 뿐이다.
이 교묘한 책임 전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훨씬 더 기만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배신하기 시작한다. 바로 ‘알고리즘의 편견’이라는 유령을 통해서다. AI는 과거의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만약 우리가 먹여준 데이터 속에 인간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면, AI는 그 편견을 수백, 수천 배로 증폭시켜 절대적인 기준으로 만들어버린다.
과거 데이터에 특정 학교 출신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많았다면, AI는 그 학교 출신의 모든 지원자를 잠재적 위험인물로 분류할 것이다. 특정 지역의 사용자가 비정상적인 활동을 보인 기록이 많았다면, 그 지역의 모든 선량한 사용자들은 보이지 않는 차별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것은 과거의 주먹구구식 차별과는 차원이 다르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라는 지극히 논리적인 가면을 쓰고 있기에, 우리는 이것이 차별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효율적인 시스템의 판단’이라고 믿어버린다. AI는 그렇게 새로운 종류의 디지털 카스트 제도를 만들고, 우리는 그 시스템의 정당성을 의심할 능력조차 상실하게 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우리가 AI라는 완벽한 비서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동안, 우리 자신의 능력은 서서히 퇴화한다. 미세한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하는 베테랑의 ‘직관’, 수치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상황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은 더 이상 필요 없는 구시대의 유물이 된다. 우리는 AI가 제시하는 정답만을 쳐다보는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한다. AI가 ‘정상’이라고 말하면 의심하지 않고, ‘위험’이라고 경고하면 생각 없이 버튼을 누른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리더는 AI의 꼭두각시와 다를 바 없다. 그러다 결국 AI의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데이터에 없던 창의적인 공격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인간 직관의 종말은 곧 조직 전체의 회복 불가능한 붕괴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똑똑하지만 책임감 없는 비서를 해고해야 할까? 아니다. 우리는 이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설정해야 한다. 해결책은 기술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AI를 우리의 책임을 대신 져 줄 방패로 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판단력을 극대화하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마치 최첨단 자동항법장치를 갖춘 비행기의 조종사와 같다. 유능한 조종사는 자동항법장치에 비행을 맡겨두고 잠을 자지 않는다. 그는 장치가 제시하는 데이터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자신의 경험과 직관에 비추어 그것이 최선인지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난기류를 만났을 때, 주저 없이 직접 조종간을 잡는다. 그는 기술의 편리함을 누리되, 비행기와 승객의 안전에 대한 최종 책임은 오직 자신에게 있음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
우리는 AI에게 ‘왜?’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 AI가 특정인을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어떤 데이터와 논리를 거쳤는지 설명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만약 AI가 자신의 판단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결정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최종 결정권은 언제나 모니터 앞의 인간에게 있어야 하며, 그 결정에 따르는 모든 책임 또한 인간의 몫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 길은 두 가지다. 파도에 휩쓸려 책임을 놓아버리고 표류할 것인가, 아니면 파도 위에 올라타 능숙하게 서핑을 하며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기술은 우리를 편리하게 만들지만, 결코 우리를 책임감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 책임감이야말로 우리를 AI의 주인으로 만들어주는 마지막 열쇠이자, 인간의 위대함 그 자체다. 당신의 똑똑한 비서는 오늘도 당신의 책임을 대신 져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용기가,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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