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밈(Meme)'을 그저 유행하는 농담이나 현실을 풍자하는 거울 정도로 생각한다. 틀렸다. 밈은 현실을 비추는 수동적인 거울이 아니라, 현실을 뜯어고치고 새로 짓는 능동적인 설계도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의 절반 이상은 누군가가 아주 정교하게 설계하여 퍼뜨린 밈이 굳어진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하다. "거짓말도 백 번 하면 진실이 된다"는 괴벨스의 말은 섬뜩하지만,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는 그 속도가 빛의 속도로 빨라졌다. 이제 거짓말은 백 번 반복할 필요도 없다. 수만 명이 동시에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그 거짓은 순식간에 물리적 실체를 얻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팩트(Fact) 위에 지어진 것이 아니다. 믿음(Belief) 위에 둥둥 떠 있다. 밈은 그 믿음을 조종하는 가장 강력한 주문이다. 그러니 현실을 분석하려 들지 마라. 대신 현실을 창조할 수 있는 거짓말, 즉 '예언적 밈'을 던져라. 세상은 당신이 던진 그 설계도대로 공사를 시작할 테니까.

숫자가 아니라 광기가 만드는 시장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차가운 이성과 숫자가 아니라 뜨거운 감정과 맹목적인 믿음이다. 주식 시장을 봐라. 기업의 가치가 하루아침에 두 배가 되고 반토막이 나는 게 정말 그 회사의 본질적 가치가 변해서라고 생각하는가. 착각이다. 그것은 "이 주식이 오를 것이다"라는 밈이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오를 거라 믿고 돈을 던지면 실제로 가격은 오른다. 가격이 오르면 그 믿음은 확신으로 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싸 들고 달려든다. 이것이 바로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전형이다.

테슬라 주가가 천장을 뚫을 때, 도지코인이 미친 듯이 날뛸 때, 그 기저에는 정교한 기술 분석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밈의 힘이 작동하고 있었다. "화성 갈끄니까"라는, 어찌 보면 황당무계한 한 마디가 수조 원의 자본을 끌어모으는 블랙홀이 되었다. 사람들은 전기차를 산 것이 아니라, 미래를 혁신한다는 그 거대한 서사에 탑승 티켓을 끊은 것이다. 이 현상을 거품이라고 비난하는 건 쉽다. 하지만 기억해라. 그 거품이 충분히 단단해지면 우리는 그것을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집단 최면이라는 이름의 비전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들을 단순히 뛰어난 경영자나 발명가로 정의하는 건 그들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그들은 탁월한 밈 메이커이자 교주에 가깝다.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고, 대중을 집단 최면 상태로 몰아넣는다. "우리는 우주로 나갈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바꿀 것이다"라는 그들의 선언은 처음에는 망상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망상에 매료된 인재들이 모여들고, 투자금이 쏟아지고, 소비자들이 열광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역전된다.

허황된 꿈(Vision)이 밈이 되어 퍼져나가면, 그 밈을 실현하기 위해 세상이 억지로라도 돌아가기 시작한다. 불가능해 보이던 기술적 난제들이 '신도'들의 열정으로 해결되고, 법과 규제조차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 바뀐다. 이것은 사기인가 혁신인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이 예언하지 않았다면 그 미래는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예언적 밈은 없는 길을 만드는 불도저와 같다.

가짜 약이 병을 고치는 사회

의학계에는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이 있다. 아무런 약효가 없는 설탕물이라도 환자가 명약이라고 굳게 믿으면 실제로 병이 낫는 현상이다. 이 원리는 사회 전반에, 특히 마케팅과 트렌드 영역에서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하게 작동한다. "요즘 이게 대세래", "이거 없으면 찐따래"라는 밈이 돌기 시작하면, 실제로 그것은 대세가 되고 필수템이 된다.

마케터들은 있지도 않은 트렌드를 있는 것처럼 꾸며낸다. 인플루언서 몇 명에게 같은 가방을 들게 하고, 커뮤니티에 바이럴 글을 몇 개 심어 "요즘 난리 난 가방"이라는 밈을 생성한다. 대중은 소외되는 공포(FOMO)를 견디지 못하고 그 가방을 산다. 결과적으로 그 가방은 진짜로 길거리를 도배하게 된다. 처음의 거짓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권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전문가로 포장하고 찬양하는 밈을 계속 생산하면, 그는 진짜 전문가가 되어 강단에 선다. 실력이 있어서 유명해지는 게 아니라, 유명해졌기 때문에 실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세상이다. 이 순서를 혼동하면 당신은 평생 남이 만든 밈의 소비자, 아니 피해자로 살게 된다.

미래를 결정하는 자의 특권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려고 애쓴다. "내년 트렌드는 뭘까?", "어떤 주식이 오를까?" 하며 수정구슬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진짜 포식자들은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래를 결정해 버린다. 그들은 강력한 밈을 설계하고, 그것을 세상에 퍼뜨려 대중의 뇌 구조를 바꾼다. 그들이 "내년엔 빨간색이 유행할 거야"라고 선포하고 그 메시지를 밈으로 만들면, 실제로 내년엔 온 거리가 붉게 물든다.

당신이 만약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다면, 그것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는 대신 그것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라. 당신의 목표와 비전을 전염성 강한 밈으로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감염시켜라. 당신이 "나는 성공할 사업가다"라는 밈을 완벽하게 연기하고 퍼뜨린다면, 자본과 기회는 당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검증하기 전에 먼저 당신에게 줄을 설 것이다.

현실은 고정된 상수가 아니다. 그것은 가장 강력한 이야기를 가진 자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진흙덩어리다. 거울을 보며 현실을 한탄하지 마라. 대신 망치를 들어라.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현실의 조각상을 깎아라. 예언은 기다리는 자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내뱉는 자에게 이루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