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5초면 차트 분석 끝
차트에는 캔들과 숫자가 빽빽이 찍혀 있지만 노련한 투자자는 길게 그은 대각선과 수평선 몇 개로 그 복잡한 세계를 해석한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이 도구가 왜 때로는 완벽히 겹치고 때로는 전혀 다른 신호를 내는지, 거래량조차 제공되지 않는 외환 시장에서조차 어떻게 매물대 비슷한 것이 태어나는지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영역이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모아 가격, 거래량, 시간이라는 세 축이 만들어 내는 착시와 실재를 한 편의 서사로 묶어 본다.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기술적 분석을 너머에서 왜 인간은 데이터를 단순화하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그 단순화 과정이 어떻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따라가 본다.
가격과 거래량이 말해 주지 못했던 것들
추세선은 체결 가격의 궤적을, 매물대는 체결량의 분포를 말한다. 추세선(Trend Line)은 말 그대로 가격의 궤적이다. 고점끼리, 혹은 저점끼리 두 개 이상 이어 그은 선은 이러이러하게 캔들이 진행하고 있다는 시각적 표현이다. 선을 긋는 방식이 주관적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캔들의 고가, 저가라는 실제 체결 가격 위에만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 자체는 물리적이다. 반면 매물대(Volume Profile)는 해당 자산이 같은 가격대에서 얼마나 많이 손바뀜을 했는지를 히스토그램으로 표현한다. 힘의 장벽이란 표현도 있는데 과장이 아니다. S&P 500 선물 데이터 60GB를 분석한 한 퀀트 보고서에 따르면 당일 최고 거래량 구간(POC)을 상향 돌파한 뒤 그 아래로 되돌아올 확률은 15%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두 지표는 자주 겹친다. 2021년 비트코인 $42,000 지점은 추세선과 자주 겹치며 상당량이 거래된 대형 매물대로 기록됐다. 우연일까? 아니다. 같은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거래량이 터졌기 때문에 고점과 저점이 형성되었고 그렇게 매물대 지표에도 두꺼운 막대가 생겼다. 가격 궤적과 거래 에너지가 하나의 좌표 위에 중첩된 결과다. 겹쳤다고 해서 추세선이 매물대를 포함하거나, 반대로 매물대가 추세선을 생성한 것은 아니다. 원인은 동일해도 측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둘은 병렬적이다.
거래량이 보이지 않는 시장은 시간을 거래량 대용으로 삼는다. 외환차트는 일부 파생상품을 제외하면 대체로 정량적 체결량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트레이딩뷰엔 EUR/USD의 볼류 프로파일 지표가 있다. 알고 보니 그것은 TPO (Time Price Opportunity), 즉 가격이 머문 시간을 거래량처럼 누적한 가상 매물대였다. 미국 CFTC의 한 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외환 시장은 분산형(OTC) 구조여서 실제 체결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는 것이 제한되므로 글로벌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15초 단위 체결 횟수를 거래량으로 가정한 가상 거래량을 사용한다.
물론 한계가 있다. 실제 돈이 얼마나 오고 갔는지 알 수 없기에 힘의 크기를 직관적으로 해석할 순 없다. 그러나 가격이 오래 머무른 구간은 심리적 균형점이라는 점에서 매물대와 기능적으로 유사하다. 2024년 3월, USDJPY 종목에서 150~152 구간이 36시간 동안 깨지지 않자 알고리즘 펀드들은 이 레벨을 매물대로 인식했고, 실제로 일본은행의 개입 루머가 퍼진 4월 1일 새벽, 해당 구간 아래에 숨어 있던 스톱로스가 연달아 체결되며 150.00까지 3분 만에 급락하기도 했다. 아무런 거래량 데이터 없이도 시간의 밀도만으로 충분히 매물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추세선은 결국 보는 사람이 많아 강해지는 선일까?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는 2022년 일평균 200 만 개의 옵션 주문을 분석해 MACD, 추세선, 피보나치 같은 전통 기법이 특정 가격대에 유동성을 집중시키는 경향을 입증했다. 특히 추세선 접촉 ±0.05% 구간에서 체결된 대량 주문은 무작위 구간 대비 2.8배 많았다. 다시 말해, 많은 트레이더가 추세선을 의식해 미리 주문을 깔아 놓음으로써 선의 효력이 더욱 현실화된다고도 볼 수 있다.
알고리즘도 이 편향을 강화한다. 여러 고빈도 트레이딩 업체와 기관용 알고리즘 트레이딩 플랫폼은 시장의 디테일한 구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잠재적 추세선 후보를 식별하고 해당 가격대 근처에 분할 주문을 자동 배치하도록 설계한다. 이렇게 인간의 시각적 습관이 코드화까지 되어 가격이 추세선에 다가갈수록 유동성 풀이 깊어지는 자가실현적 루프가 강화되는 것이다.
추세선과 매물대를 섞어 미래를 대비하기
첫째, 겹치는 순간이 리스크와 보상이 갈리는 지점이다. 추세선과 매물대가 접촉하면 가격은 거기서 크게 튀어 오르거나 깨진다. 돌파 확률은 낮지만 돌파가 발생하면 큰 변동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스캘퍼라면 첫 번째 반동에 베팅하고 스윙 트레이더라면 돌파 후 되돌림을 기다리는 등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둘째, 거래량 없는 시장이라도 가상의 매물대를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실제 체결량이 없다고 해서 매물대 개념을 버릴 필요는 없다. 대신 가격 체류 시간을 눈여겨보자. 차트가 엔진 소리를 멈추고 한 레벨에 오래 주차돼 있다면 누군가는 거기서 대량 호가를 숨기고 있을 확률이 높다. 특히 외환이나 코인처럼 24시간 돌아가는 시장에서는 조용한 구간이 곧 폭풍 전야인 경우가 있다.
셋째, 자동화 툴과 주관적 통찰을 절충해야 한다. 추세선은 주관적이고 매물대는 후행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 약점을 보완하려면 알고리즘이 그려 주는 다수의 잠재적 추세선과 매물대 중에 거래량과 시간 분포가 겹치는 레벨을 추려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뉴스와 거시지표 같은 외부 변수로 추가 필터링하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취미로 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떡상이라고? 잘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운이 좋은 건데 (0) | 2025.05.10 |
---|---|
자산 시장은 심플하다, 복잡한 건 마음이다. (0) | 2025.05.09 |
비트코인 오랜만에(매매일지) (0) | 2025.05.08 |
언젠가 이기는 100% 승률 전략? 실제로는 100% 청산 당하는 전략 (0) | 2025.05.07 |
은퇴하는 워렌 버핏이 추천한 미국의 이 산업, 그의 마지막 투자 전략은? (0) | 2025.05.05 |
망할 것 같다고 말했던 파일 코인 근황(매매일지) (0) | 2025.05.04 |
손절가 터치 후 급등하는 이유, 스탑 헌팅에 당했기 때문 (0) | 2025.05.02 |
망치형? 장악형? 캔들 패턴은 시드를 갈아먹는 사기일까 (0) | 2025.05.02 |
주식 갭 분석? 아직도 그걸 믿는 사람이 있다? 어디까지 속고 있을까 (0) | 2025.05.01 |
2025년 4월 트레이딩 성과 결산(매매일지) (0) | 2025.04.30 |
1.5초면 차트 분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