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 같은 어린 아이의 뇌붉게 물드는 노을을 보는 아이가 호기심에 가득 차 질문을 퍼붓는 광경을 상상해본다. 왜 하늘은 붉어지는가, 구름은 어디로 가는가, 태양은 언제까지 뜨거운가. 아이의 뇌는 짧은 순간에 스펀지처럼 정보를 흡수하고 또 흘려보낸다. 마치 빗속에서 종이컵을 들고 서 있으면 물이 금세 넘치듯이 아이의 뇌 안에는 수많은 시냅스 연결이 동시에 폭발해 정리 없이 쌓인다. 학자들은 이 현상을 두고 시냅스 가지치기 전 단계라고 부른다.뇌가 모든 자극을 빠르게 잡아채는 덕에 아이는 새로운 단어나 개념을 놀라울 정도로 쉽게 배운다. 하지만 그만큼 유지하기도 힘들다. 발가락으로 종이비행기를 접는 법을 익혔다고 해도 며칠 뒤에는 완벽히 잊어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어른들은 이 과정을 그저 어린아이니까라는..

어제와 다른 내일, 소비자심리지수의 풍경거리에 활기가 도는 날에도 사람들의 마음은 한순간에 얼어붙을 수 있다. 이른 아침 뉴스를 켜면 국내외 경제 소식들이 번갈아가며 낙관과 비관을 뒤섞는다. 누군가는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 믿고 과감한 소비에 나선다. 누군가는 불안감이 커져 지갑을 꼭 쥐고 지출을 자제한다. 그 분위기를 하나로 묶는 지표가 소비자심리지수다. 뉴스에서 종종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다”거나 “낙관적 심리가 이어졌다” 같은 헤드라인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개인들이 스스로 느끼는 경제 전망을 조사해 수치로 만든 것이다. 소비자심리지수를 영어로는 CSI(Consumer Sentiment Index)라 부른다.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는 만큼 체감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발표 주기는 월간이 일반..
정보를 끊고, 가격만 본 남자니콜라스 다바스라는 이름은 주식 투자 역사에서 전설로 통한다. 1950년대 후반, 무용수 출신이었던 그는 공연을 위해 온 대륙을 넘나들었다. 이동이 잦았기에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다바스는 전신 전보로 전달되는 마감 후 주가만 바라보면서도 기계적이고 단순한 규칙을 바탕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그는 복잡한 경제지표나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철저히 무시하고 오로지 캔들이 그날 어디서 마감됐는지에 집중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그의 ‘박스 이론(Box Theory)’은 지금도 추세 추종 전략의 대표 격으로 불린다. 그 이론의 정수는 간단하다. 일정 기간 동안 주가가 머무는 구역을 박스라 칭하고 이 박스의 상단을 종가 기준으로 강하게 돌파하면 매수한다. 하단을 이..
반짝이는 음식? 식용 금의 세계금이라는 금속은 인류가 발견한 초창기부터 매혹의 상징이었다. 고대 사회에서 금은 단순한 화폐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때로는 태양을 닮은 빛깔로 영원성과 권위를 나타냈고 때로는 신과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왕관이나 성궤, 귀걸이와 반지처럼 역사 속 문화유산을 살펴보면 황금은 어느 곳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역사를 떠올릴 때 식탁에서 금을 맛볼 수 있다는 발상은 놀라움을 준다. 미묘하게 빛나는 금박이 뿌려진 디저트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 진귀한 장면을 오래 기억하게 된다. 초콜릿 표면을 감싸는 얇은 금박 혹은 시럽 위에 살짝 흩뿌려진 금가루가 만들어내는 비주얼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누군가에게는 과시적일 수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상징적 기쁨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손잡이 전쟁?병원의 긴 복도를 상상해본다. 매끄러운 바닥 위에 투명하게 닦인 유리창, 곳곳을 가로지르는 소독약 냄새가 뒤섞인 공기. 감염과의 전쟁이 일상인 곳에서 가장 자주 눈길이 가는 물건은 의외로 문의 손잡이다. 매시간 수도 없이 돌아가는 문고리에 얼마나 많은 손이 닿는지 모른다. 감염 전파가 이 표면에서 수도 없이 벌어졌을 것이다. 실제로 병원 내에서의 접촉성 감염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흔들던 시기에 주된 감염 경로가 공기 중 비말뿐 아니라 표면 접촉이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손잡이나 침대 레일, 의자 팔걸이 등이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음이 새삼 주목받았다. 이때 조명을 받은 항균 소재가 있었다. 바로 구리이다. 구리는 오래전부터 청동기 시대라는 말이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