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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다 삼각지대. 대서양의 한가운데에서 간혹 들려오는 실종 사건과 음모론이 섞인 루머가 지속적으로 울려 퍼진 지역. 오랜 세월 동안 배와 비행기가 자취를 감추고,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어떤 이들은 초자연적 힘이 도사리고 있다고 확신하고, 또 다른 이들은 단지 통계적 착각과 과장된 보도 탓이라 말한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지만, 매혹적인 신비와 커다란 불안이 뒤섞인 이 지역에 대해서는 한 번쯤 관심을 두게 된다.

 

그런데 과연 이곳이 세계적으로 특별한 주목을 받을 만한 장소인지 의문이 남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표현을 쓸 때, 정작 해안경비대나 국제해사기구 통계는 이곳이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기상 악화, 항법 오류, 걸프 해류의 강력한 영향, 심해의 메탄 분출 가능성 등 다양한 과학적 해명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왜 매번 버뮤다 삼각지대는 미스터리의 대명사로 거론될까.


대중문화에서 반복되는 ‘실종’ 서사, 초자연 현상을 믿고 싶어 하는 심리, 그리고 완전히 해명되지 않은 과거 사건들이 뒤엉켜 이 삼각 해역을 오늘날까지도 ‘미지의 공간’으로 부각시키는 듯 보인다. 어쩌면 이것은 버뮤다 삼각지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갖는 미스터리에 대한 근원적 갈망일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과 호기심이 함께 스며들어, 때로는 사실보다 소설 같은 이야기를 더 믿고 싶어 한다.


실제로 세상 곳곳에는 버뮤다 삼각지대처럼 과학과 미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의 ‘구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면 한 발짝 떨어져 냉정하게 통계를 읽고, 과학계나 전문가가 분석한 자료를 검토해야 한다. 오랫동안 굳어져 온 신비는 쉽게 깨지지 않기 마련이지만, 적어도 각종 의문과 소문을 검토해볼 근거는 충분하다.


버뮤다 삼각지대, 전설과 신화의 교차로

대략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버뮤다, 그리고 푸에르토리코를 잇는 해역을 가리키는 이 지역은 1950년대 무렵부터 언론과 저술가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종종 ‘악마의 삼각지대’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외계인 납치나 시공간 왜곡 등 온갖 초현실적 해석이 가미되곤 했다.


특히 1945년에 발생한 미 해군 소속 비행편대 ‘Flight 19’ 실종 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인용된다. 훈련 중이던 조종사들이 비정상적인 방향 감각 상실을 호소했고, 이후 투입된 수색기까지 추락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나침반조차 먹통이 된다”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하지만 좀 더 살펴보면, 당시 조종사가 경로를 착각했고 연료 부족까지 겹쳤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나침반이 아예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수색기마저 사라졌다’는 강렬한 사실이 과장되면서, 버뮤다 삼각지대가 지닌 신비감은 대중의 머릿속에 단단히 자리 잡았다.

 

온갖 전설과 괴담은 시시때때로 인용된다. 1918년에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고 전해지는 미국 해군 보급함 ‘USS Cyclops’의 침몰 사건도 자주 거론된다. 거대한 배가 레이더상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졌다는 서술은 소름끼치도록 신비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공식 분석에 따르면, 악천후와 더불어 화물을 과적한 상태였다는 점이 드러난다. 악조건에서 균형을 잃고 침몰했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이는데, 사람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보다 “갑작스런 실종”이라는 지점에 집중한다.

 

이런 사례들이 누적되어 ‘버뮤다 삼각지대=불가해한 사건의 온상’이라는 도식이 굳어졌다. 그 배경에는 흥미와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대중문화와 언론의 역할이 컸다. 추적 불가능한 미스터리는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언론이 멋들어지게 포장하기에 제격이었다. 이런 식의 정보가 반복 재생산되면서 하나의 신화가 탄생하는 과정이 비슷한 사례에서도 관찰된다.


사건과 진실, 그 간극

막상 해안경비대와 국제해사기구의 기록을 살펴보면,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선박 혹은 항공기 사고가 지구상의 다른 해역보다 높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오히려 통계적으로 평균 수준이거나 더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1975년에 출간된 로렌스 쿠쉬의 책 The Bermuda Triangle Mystery: Solved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그는 각종 실종 사건 사례를 조목조목 조사했고, 그 결과 많은 사건이 버뮤다 삼각지대가 아닌 곳에서 일어났거나, 나중에 원인이 명백히 규명된 것들을 미스터리라는 틀에 끼워 맞춘 것임을 지적했다.

 

해류가 세고 날씨 변화가 급격한 해역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잔해나 생존자를 찾기 어려운 일이 잦다. 걸프 해류 같은 강력한 해류가 잔해를 다른 곳으로 빠르게 옮겨 놓아, 마치 흔적 없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과거에는 항법 장비와 통신 기술이 지금만큼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예상치 못한 기상 악화나 메탄가스 분출 같은 돌발 상황에도 대처가 어려웠다.


설령 그렇게 배나 비행기가 사고를 당하더라도, 미디어는 “버뮤다 삼각지대의 신비”라는 프레임 속에서 보도해 왔다. 이것이 쌓이고 쌓여 몇몇 사실을 오도하고, 큰 사건 몇 건을 근거 삼아 전체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결국 진실과 사건 사이에는 온도 차가 존재한다. 여러 건의 실종 사례가 분명 일어났으나, 통계적으로 이 구역을 특별히 위험지대로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 게다가 초자연적 요인을 시사할 근거가 거의 없다는 점이 이미 수많은 전문가의 분석으로 입증되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군용기와 선박이 사라지는 사례가 발생했으니, 흥미로운 소재라는 점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체로 기상 악천후나 인간의 실수, 구식 장비 탓이라는 과학적 해명이 충분히 확인된 상태다.


사람들이 매혹되는 이유

버뮤다 삼각지대에 대한 호기심은 어쩌면 사건 자체보다, 인간 심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확증 편향과 선택적 인지 때문에 신비로운 사건만 골라서 기억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미 이곳이 미스터리한 공간이라 확신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과학적 설명을 듣고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언론과 대중문화가 반복적으로 전하는 ‘기묘한 실종’ 서사는 미지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충족한다. 과학적 분석보다 초자연적 가설이 더 ‘이야기’로서 재미있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거기에 음모론의 요소가 결합하면, “정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거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외계 문명” 같은 자극적인 상상력이 가미된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은 단순한 데이터를 보고 이해하는 것보다 극적인 이야기에 이끌리는 편이다. 항법 장비 고장, 비행사 착각, 기상악화 같은 설명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반면, 차원의 문이 열리고 군대가 사라졌다는 식의 얘기가 훨씬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런 구조적 메커니즘이 움직이면서, 버뮤다 삼각지대의 실종담은 마치 끝나지 않는 이야기책처럼 세대를 거쳐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

그렇다면 버뮤다 삼각지대가 낳은 수많은 논란과 전설은 완전히 거짓일까.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변모했고, 미디어와 대중 심리가 미스터리를 강화해온 과정을 보면 허구적 측면이 크다는 해석이 많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사건들이 특별히 빈번하지 않고, 이미 합리적 설명도 가능한 사안이 대다수다.


사람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신비를 믿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이 될 수도 있다. 진실이 그리 복잡하지 않아도, 인간은 종종 사실보다 소문을 찾고, 설명 가능한 현상에 판타지를 입히고 싶어 한다. 버뮤다 삼각지대와 같은 사례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언젠가 또 다른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바닷속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져보는 날이 오면, 우리가 상상했던 화려한 초자연 이론 대신 거칠고 현실적인 진실만 남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말만 들으면, 드넓은 바닷속에서 한없이 펼쳐지는 미스터리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이런 양가적 태도가 인간을 계속 진보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과학과 상상력을 한데 묶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실과 소문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바다 한가운데서, 우리는 궁극적으로 얼마나 많은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결국, 버뮤다 삼각지대는 조용히 통계를 들여다보면 그저 평범하게 지나칠 수도 있는 바다 한 구역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곳을 단순한 바다로 내버려 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 ‘미스터리가 사라지면 낭만도 사라진다’는 말처럼, 혹시 스스로 신비의 물감을 덧칠하며 낭만을 만들어내려는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