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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지표, 시장을 움직이는 비밀 무기인가

트레이더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말이 있다. “정말 돈이 되는 지표라면 절대 팔 리가 없다.”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사람들의 귀에 쏙 들어가는 논리다. 내 손 안에서만 굴려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무언가를 굳이 남에게 공개하거나 유료 판매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이 맞다는 듯, 대형 헤지펀드는 거래 전략을 극도로 비밀스럽게 관리한다. 뛰어난 퀀트 트레이더들은 코드를 개발하고 결과를 엄중히 보호한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트레이딩뷰나 기타 플랫폼에 올라온 유료 지표들은 이미 공개 순간부터 가치를 잃었다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러나 모든 유료 지표가 순전히 ‘허상’만을 파는 것이라 단정하기에는 섣부른 구석이 있다. 지표는 단순히 진입과 청산 시점을 알려주는 신탁이 아니라, 하나의 참고 자료이자 분석 도구이기 때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지표를 비싼 돈 주고 사면서 ‘기적’ 같은 수익을 기대하는 일은 당연히 위험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지표를 학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며,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통찰을 얻는 경우도 생긴다.


결국 보조지표가 ‘시장 주도적 무기’인지, ‘꽤 쓸 만한 연구 자료’인지, 아니면 ‘무가치한 데이터 조각’인지 판단하는 것은 사용자의 몫이다. 진짜 문제는 그것이 공개됐다는 사실만으로 과연 모두에게 동일하게 무의미하냐, 혹은 거래 전략을 직접 설계할 만한 통찰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이 사기이고, 무엇이 단순 판매인가

사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선 법적 요건을 떠올리게 된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흘려 상대를 속이고 금전적 이익을 취했다면, 그것이 전형적인 사기다. 유료 지표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보통 “지표가 마치 확실한 수익을 보장하는 듯 과장되었다”거나 “허위 백테스트 결과만 보여주었다”는 지적이 있을 때 사기의 틀에 걸린다.


그러나 플랫폼에 올라온 지표가 “이 도구는 수익 보장을 하지 않는다”거나 “본 지표는 과거 데이터 검증을 토대로 했으며 미래 성과는 달라질 수 있다” 같은 고지를 제대로 해두었다면, 법적 사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특정 약품을 판매할 때 ‘모든 질병을 완치시킨다’고 과장하면 문제가 되지만, ‘사용 결과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밝혀두면 어느 정도는 책임이 한결 가벼워지는 현상과 비슷하다.


다만 유료 판매라는 행위 자체가 소비자에게 그럴듯한 기대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문제다. 구매자가 비용을 지불한다는 사실만으로, 원래는 무해했던 단순 지표가 단숨에 “나를 고수로 만들어줄 무언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를 알고도 제대로 된 경고나 상세 안내 없이 기회를 악용한다면 윤리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유료 지표가 불러일으키는 심리적 착시

가격이 높을수록 더 높은 가치가 있을 거라는 심리적 편향은 여러 연구에서 꾸준히 거론되었다. 신경과학이나 행동경제학 분야에서도, 사람은 ‘비싼 만큼 좋은 물건일 것이다’라는 막연한 믿음을 품는 경향을 보인다. 지표 판매자들은 이 같은 소비심리를 이용해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실제로, 값을 지불했을 때 자동으로 “유명 트레이더들이 쓰는 그 비밀 알고리즘일지도 모른다”라는 기대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스캘핑 전략, 추세 추종, 돌파 매매 같은 분야에서 여러 보조지표가 조금 다른 이름으로 변형되어 판매되는 경우가 흔하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특별판”이나 “2.0”이라는 문구를 보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인디케이터 하나로 시장을 지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자금관리 방안, 손절 기준, 목표 수익률 같은 체계적인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표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손익은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남는다. 심리적 착시는 지표가 ‘마법 지팡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지만, 결국 매매 버튼을 누르는 것은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수익, 어디에서 오는가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과 퀀트 분야의 선구자 제임스 오쇼너시 등은 시장에서 꾸준히 이기는 전략은 존재하되, 그것이 공개되는 순간부터 알파(초과 수익)는 사라진다고 말해왔다. 이 말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매매 규칙이 널리 퍼지면, 결국 시장 참여자들이 그 규칙에 기반한 움직임을 모두 예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유료 지표가 무조건 무가치하다고 말하기에는 지나치다. 존 볼린저의 ‘볼린저 밴드’ 같은 보조지표는 공개 이후 오히려 더 널리 연구되며 다양한 활용 사례가 쏟아졌다. 미국의 모틀리 풀이나 시킹 알파처럼 유료 모델을 운영하는 플랫폼 역시, 정확한 백테스트와 적절한 리스크 디스크로저를 통해 사용자가 지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분석하도록 돕는다.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은 하나의 지표가 아니라, 지표를 활용하는 투자자가 얼마나 치밀하게 원칙을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 트레이더라면 누구라도 알 만한 이동평균선도 숙련된 트레이더 손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 반대로, 온갖 난해한 수식을 적용한 고급 지표라도, 무작정 매수와 매도를 반복한다면 결국 계좌를 잃을 확률이 높다.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한계와 리스크를 명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에 맞게 응용하는 능력이다.


정보는 넘치는데, 어떤 선택을 해야

트레이딩뷰 지표 시장을 보면, 무료와 유료를 불문하고 수많은 스크립트가 넘쳐난다. 판매자 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더욱 독특한 이름이나 화려한 광고 문구를 사용해 눈길을 사로잡으려는 흐름이 강하다. 일부는 거래량 지표를 변형하거나, 오실레이터에 새로운 값을 덧붙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를 사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사용자가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기 힘들다는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


결국 자신에게 맞는 보조지표를 발견하고,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적절한 매매 규칙을 곁들일 수 있는지가 승부처다. 지표가 허상일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스스로 수익 기회를 포착하고 위험을 제한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옳다. 이 과정에서 유료 지표 구매는 선택사항일 뿐이며, 맹목적으로 의존하거나 “이것만 있으면 부자가 된다” 같은 환상을 품는 행동은 금물이다.


이제 정보 접근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대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백테스트를 하고, 과거 차트 위에 지표를 덧씌우는 과정을 손쉽게 수행한다. 이렇듯 누구나 데이터를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지표 판매 자체를 무조건 사기로 단정 짓기보다, 판매 방식과 구매자의 태도 양쪽 모두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누군가가 공유한 지표가 ‘통찰’을 심어줄 수도 있다. 반대로 그저 허무한 기대만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핵심은 내가 어떤 원칙과 목적을 가지고 이 보조지표를 쓰느냐에 달려 있다. 이 사실을 무시한 채 “비싸게 팔수록 잘 먹히더라”라는 상술만 믿는다면, 종국에는 불필요한 비용과 함께 심각한 손실을 떠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