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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중심을 붙잡기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체스 판 위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듯한 지능을 뽐내고, 무술 대회에서 예리한 동작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인물이 바로 조쉬 웨이츠킨이었다. 그러나 그의 여정은 겉치레로 포장된 성공담이 아니다. 타고난 재능이 어찌할 수 없는 돌발 변수를 마주하며, 끊임없는 실패와 좌절을 반복해왔다. 완벽해지고 싶은 욕망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순수한 성장과 발전이 시작되었다.
체스 신동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순간부터 그는 주변의 과도한 관심과 기대를 감내해야 했다. 뉴욕의 거리 체스판에서 놀라운 재능을 보이자마자, 언론은 그를 ‘보비 피셔의 재림’처럼 포장했다.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그의 삶은 대중의 흥밋거리가 되었고, 그는 늘 천재라는 압박감 아래 살았다. 그런데 그가 지금 전하는 메시지는 정반대에 가깝다.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선 먼저 그것을 망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가짜 질주에 몰렸지만, 정작 자신은 수많은 실패 속에서 배움을 얻었다고 강조한다.
이는 대단히 역설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실수를 두려워한다. “이번엔 꼭 성공해야 한다”는 압력에 매몰된다. 그러나 웨이츠킨은 실패를 ‘유익한 자산’으로 본다. 그 자신이 체스계에서 받았던 관심과 보상 구조를 모두 등지고 무술 세계로 뛰어든 것도, 결국 실패 속에서 태어난 용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타격과 강인함을 직접 몸으로 느끼는 무술은 체스판 위의 이론 싸움과 전혀 달랐다. 패배가 곧바로 신체적 고통까지 유발하는 세계에서, 그는 또다시 실패를 반복하며 점점 더 단단한 몸과 마음을 길러나갔다.
거칠고 불확실한 무대에서 자신만의 학습 방법을 개발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태극권과 주짓수를 통해 얻은 깨달음이 체스보다 훨씬 실천적이다”라는 웨이츠킨의 말은, 실패를 통해 내재화된 교훈이 생생함을 더해준다. 이는 트레이딩과도 궤를 같이한다. 시장이 늘 논리적이지는 않기에, 예상이 빗나갔을 때 생기는 손실은 중요한 교사가 되곤 한다.
체스 천재에서 무술 챔피언으로
체스 세계에 부는 보수적인 바람은 결코 만만치 않다. 전통적인 훈련 방식과 정형화된 대국 스타일은 수십 년 이상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웨이츠킨은 어린 시절부터 그런 시스템 안에서 활동했다. 어린이 체스 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했고, 유명 선수들과 치열한 대결도 벌였다. 그러나 주목받는 신동이 되는 동시에, 한계를 뛰어넘기보다는 한정된 평가 기준에 갇히는 기분을 떨쳐내지 못했다. “왜 더 창의적인 시도를 하지 못하는가?” 하는 불만은 점차 그를 잠식했다.
그는 체스가 지닌 아름다움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학습 방법과 체스계의 관습이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과감히 무술로 분야를 변경했다. 태극권의 ‘팽, 리, 지, 안’(밀고, 당기고, 누르고, 누르는 등)을 익히고 대회에 나가면서 물리적으로 겪는 실패의 무게를 실감했다. 상대에게 기술을 허용하는 순간 고통이 닥쳐왔다. 무대는 피와 땀으로 얼룩졌고, 한 번의 작은 실수가 그대로 패배의 지름길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둘러싸온 명성이나 칭찬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 세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극도의 긴장감을 동반한 무대가 그에게는 더 자유롭게 느껴졌다. 기존 체스계에서 느꼈던 억압과는 달리, 스스로 판단하고 실수를 통해 배운 내용을 곧바로 몸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조언은 단순한 입발린 말이 아니었다.
트레이딩, 그리고 삶의 다른 장면들
이 메시지는 트레이딩 시장에도 적절하다. 주식과 코인 시장은 언제나 합리적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예측 불가능한 사태가 터지고, 감정적 매수·매도가 연쇄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상적으로만 설계된 전략은 시장이 던지는 급작스러운 공포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여기서 실패가 학습을 위한 핵심 자료가 된다. 백테스트나 모의투자를 통해 완벽해 보였던 전략이 실전에서 무너지면, 그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조쉬 웨이츠킨의 말처럼, 큰 실패 대신 작은 실패를 여러 번 겪으면서 리스크 관리와 전략 수정을 반복하는 것이 결국 승리로 가는 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모한 실패를 권장하는 의미는 아니다. ‘자금이 바닥날 정도로 시도하라’는 말이 아니라, ‘통제 가능한 리스크 안에서 시행착오를 빠르게 여러번 반복하라’는 뜻이다. 실패로부터 배우려면 철저한 기록과 분석이 필요하다. 매매 일지를 쓰고, 시장 변화를 관찰하며, 감정이 격해진 순간을 인지하고, 한계점을 명확히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실패를 그저 운이 나빴다고 치부하면 발전할 계기가 사라진다.
결국 웨이츠킨은 체스, 무술,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얻은 깨달음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망가뜨려 보고,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개인은 진정한 내공이 쌓인다.” 실패는 고통스럽지만, 그저 고통에만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 그 가치가 발휘된다. 이는 단지 무술 지침서나 체스 훈련서에서만 통하는 말이 아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삶의 전환점을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실패가 주는 지혜
조쉬 웨이츠킨이 체스계를 떠났다고 해서 그가 체스를 완전히 지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체스에서 배운 패턴 인식 능력과 전략적 사고법을 무술 세계에 접목했다. 무술에서 배운 순발력과 감각은 다시 학습 이론을 연구하는 토대로 전환되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분야를 오가며 실패와 재도전을 반복한 끝에, 그가 다다른 결론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실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실패를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이루어지도록 설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무술에서 한 번의 실수는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듯, 트레이딩에서는 큰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방어선을 치고, 실패했을 때 배울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체스에서 매 수를 신중히 고려하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전략적 유연성을 가로막지 않도록 의식하는 것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
나아가, 웨이츠킨은 자기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배움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통찰을 전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 임원과 스포츠 선수를 코칭하며, 그의 ‘학습 철학’을 전파하는 중이다. 한계를 부정하기보다는 실패를 분석해 전략적으로 보완하는 루프를 구축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인간은 때때로 한 번의 큰 좌절에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기 쉽지만, 그 좌절을 제대로 껴안아야만 다음 번에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
실패가 없으면 발전도 없다. 완벽함을 향해 치닫는 것처럼 보이는 과정이 사실은 수많은 균열과 실수로 엮여 있다. 그 균열 속에서 새로운 통찰이 튀어나오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발판이 만들어진다. 예측 불가능한 금융 시장, 보수적인 체스 무대, 땀 냄새 가득한 경기장, 그 어떤 곳이든 같은 원리가 통한다. 웨이츠킨의 말은 결국 모든 이에게 유효하다. “망쳐보지 않고선 잘할 수 없다.” 이는 단순한 말이지만, 얼마나 깊은 성찰이 배어 있는지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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