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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빨리 벌고 싶은 마음이라는 함정
투자 시장에서는 너도나도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투자를 처음 시작한 사람뿐 아니라 경험이 많은 이들도 마찬가지다. 마치 로또 같은 행운을 꿈꾸듯, 단숨에 부를 얻고 싶은 마음은 인간적인 욕망이다. 그러나 찰리 멍거의 한마디가 이 욕망에 찬물을 끼얹는다. “빠르게 돈을 벌려는 사람은 결국 돈을 잃는다.” 워런 버핏과 함께 투자 세계를 거인처럼 누비는 멍거가, 단지 투자를 모르는 군중을 도발하기 위해서 이런 말을 했을까. 실제 투자 역사를 살펴보면, 단기에 폭발적 수익을 거둔 예외적 사례 뒤에는 더 많은 실패담이 쌓여 있다.
장기적 시선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언뜻 신중한 태도를 권하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멍거는 한걸음 더 나아가 “큰돈은 사고파는 과정이 아니라 기다림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인내 자체가 리스크를 줄이고 복리의 마법을 누릴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뜻이다. ‘지금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결국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전략이 더 안정적이고, 실제로 더 빠른 길일 수 있다고 역설한다.
좋은 기업을 찾는 눈, 적정 가격에 매수하는 손
멍거는 “위대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는 것이, 평범한 기업을 싸게 사는 것보다 낫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노키아가 한때는 싸게 살 수 있는 기술주였고 애플은 가격이 높아 보이는 고평가 기업으로 비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애플이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며 기업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매수하는 접근은, 결국 평범한 기업을 오래 지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반면 시장의 변동성을 잠깐의 할인 찬스로 활용해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멍거가 말하는 “좋은 기업”이란 수치로만 측정하기 어려운 경쟁력을 갖춘 곳이다. 브랜드파워, 특허, 네트워크 효과, 시장 점유율, 그리고 경영진의 비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거꾸로 생각하라”는 그의 대표적 격언도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실패하는 방식부터 알아내어 피하라는 뜻이다. 역발상으로 접근해보면, ‘저평가’를 노린다며 재무구조가 취약한 회사를 매수하는 전략이 얼마나 위험한가가 선명해진다.
조급함이 깎아먹는 복리의 힘
많은 투자 성공담이 복리에 대한 예찬으로 이어진다. 연 10%의 수익률이라 해도 장기적으로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이유는 복리 효과 때문이다. 72의 법칙에 따르면, 10%씩 불어나면 7.2년 만에 자산이 2배가 된다. 비록 첫 1~2년 동안은 미미해 보이더라도,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그 차이는 극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라는 벽을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하루빨리 달콤한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기회를 잃을까 봐”라는 두려움이 마음을 급하게 만든다. 이럴 때 나타나는 행태가 레버리지 남용이나 과도한 단기 트레이딩이다. 높은 변동성에 노출되면, 작은 시장 충격에도 전 재산을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런 패턴을 반복하다 보면 수익은커녕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멍거의 시선은 항상 장기적 결과에 머무른다. 성급함이 가져오는 무리수를 최대한 피하고, 좋은 기업을 오래 보유해 시장의 자연스러운 성장과 기업의 경쟁력 확장에 편승하는 길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매 순간의 거래가 아니라 수백 번의 거래 후를 생각하라”는 조언도 여기서 나온다.
매일 조금씩 현명해지는 투자자의 태도
멍거가 자주 언급하는 문장 중 하나는 “매일 아침보다 조금 더 현명해지도록 노력하라”는 말이다. 한눈에 보면 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시사점이 숨겨져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이에 발맞춰 자신이 소화할 지식의 폭을 넓히지 않으면 점차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와 학습에 대한 멍거의 집착은 워런 버핏과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이 둘은 매일 엄청난 양의 문서를 읽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장 트렌드를 연구하고, 기술 변화를 흡수하며, 새로운 사업 모델을 파악한다. 이런 꾸준한 습관이 오랜 세월 동안 복리처럼 쌓여 의사결정의 정교함을 높여준다.
결국 멍거가 제시하는 투자 철학은 숫자 몇 개에 의존하는 게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내재 가치를 보고, 경영진의 인센티브 구조를 파악하며,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공포나 탐욕에 휘둘리지 않는 심리적 안정성을 갖추라는 것이다. 이는 투자뿐 아니라 개인이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모든 과정에서 통하는 원리다.
사람들은 종종 “장기 투자는 지루하다”고 말하지만, 역설적으로 시장을 단기 시각으로 뛰어드는 이들이 실패하고 퇴출되는 동안 장기 투자를 실천한 이들은 복리의 위력을 만나게 된다. 시간은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자기 편으로 만들 생각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멍거가 말하는 인내와 합리적 판단의 가치는 그래서 더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거꾸로 생각하라(Invert, always invert)”는 말처럼, 실패 사례와 함정을 먼저 곱씹으면서 자신을 경계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대박을 노리면서도 “어떻게 하면 망할까”를 미리 상상하면, 지나친 레버리지나 무리한 종목 선정에 손이 쉽게 안 가게 된다. 이것이 멍거가 제시한 인생과 투자 방정식의 핵심이다. 지금 당장 수익을 못 낸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이미 탄탄한 기업에 투자해 두었다면, 그리고 자신의 역량을 매일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복리는 당신에게 선물 같은 보상을 안길 것이다.
멍거의 통찰은 특정 시장 상황에서만 통하는 단기 처방이 아니다. 오히려 세대가 바뀌어도 변치 않는 근본 원칙을 알려준다는 점이 매력이다. 사람의 심리는 신기하게도 같다. 지금 당장 주가가 뛰고 있다면 뛰어드는 걸 망설이기 어렵고, 하락장이면 덜컥 겁이 나기 쉽다. 그런 변덕스러운 시장 심리를 초월해, 탄탄한 기업을 고르고, 멍거의 말대로 “기다림을 통한 복리 효과”를 누리는 길을 택하는 것, 이것이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투자 대가의 지혜가 아닐까.
장기적 성공을 다루는 이 핵심 메시지는 투자뿐 아니라 인생 전반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안일함과 조급함 사이를 오가면서 대박만 노린다면, 방향감 없이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성장하는 아이디어나 사람을 찾고, 자신의 잠재력을 매일 조금씩 쌓아가는 과정을 소중히 여긴다면, 언젠가 복리처럼 ‘엄청난 변화’를 맛보게 될 것이다. 멍거가 던진 한마디 한마디는, 인생이라는 기다림의 게임에서 어떻게 승리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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