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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수면 위에서 파동을 읽는 법

금융 시장을 바라볼 때 ‘언제 사야 할까'라는 의문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진짜 미스터리는 ‘어떤 시간대에서 보는가’에 달려 있다. 초단타로 1분봉만 바라보면 이내 뒤죽박죽 흔들리는 차트 속에서 스릴만 느낄 뿐 큰 수익은 커녕 시장의 물결에 금세 휩쓸리기 쉽다. 반면 일봉이나 주봉만 고집하는 장기 시각을 갖추면 빨리 움직이고 싶어도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고 단기간의 예민한 흐름을 놓칠 위험이 있다.

 

금융 시장에는 거시적 추세와 미시적 변동이 공존한다. 국가 정책 발표나 글로벌 이슈는 장기적인 방향의 변화를 만들어내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이슈가 터지는 시점을 기다리지 않고 이미 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단 하루 만에 극적인 상승이 나오기도 하고 몇 시간 뒤에 급락이 이어지기도 한다. 주가든, 환율이든, 가상자산이든 이런 복합적 변동 패턴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선 다중 시간 프레임 분석(Multi-Timeframe Analysis, MTFA)이 요구된다.

 

다중 시간 프레임 분석은 말 그대로 여러 시간 단위를 병렬로 관찰하면서 상위 흐름과 하위 흐름 사이의 맥락과 조화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큰 흐름으로 방향성을 잡은 뒤 작은 흐름에서 타이밍을 포착하거나 하위 흐름의 경고 신호를 통해 상위 구조의 전환 가능성을 미리 탐색하는 식이다. 가령 일봉 차트가 상승 국면이면 분봉 차트에서 과매도 상태가 되었을 때 짧은 눌림목 매수를 노리는 식의 전술이 가능하다. 물론 상위 추세가 이미 약해지고 있다면 하위 차트의 상방 시그널이 오히려 함정이 될 수도 있으니, 여러 프레임을 동시에 지켜보며 신호 불일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다중 시간 프레임 분석은 시장에 숨어 있는 비효율성을 찌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사람마다 투자 성향과 보유 기간이 다르다 보니 어떤 이는 5분 이내에 결정해버리고, 또 어떤 이는 주간 혹은 월간 사이클만 의식한다. 이 간극에서 발생하는 왜곡과 불일치가 곧 정보의 비대칭성을 낳는다. 다중 프레임은 그러한 시간대별 수급과 심리를 한 장의 퍼즐로 맞추어 보다 균형 있는 관점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다중 타임 프레임의 심층 원리와 뉴스의 파장

다중 시간 프레임 분석은 단순히 차트만 여러 개 띄워놓고 보라는 말이 아니다. 상위와 하위 차트가 어떤 관계로 얽혀 있는지를 유기적으로 파악하는 데 의의가 이다. 예컨대 상위 차트(일봉 이상)에서 강력한 지지 구간을 찾았다면 해당 지점이 하위 차트(5분, 15분 봉 등)에선 어떤 형태의 패턴으로 구현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급락하며 하락 추세가 이어지는 중에도 어느 순간 하위 차트에선 매수 신호가 발생할 수 있다.

 

뉴스와 같은 외부 변수가 등장했을 때 다중 시간 프레임의 진가가 발휘된다. 국제유가 변화나 중앙은행의 긴축 발언 혹은 경제지표 발표와 같은 이벤트가 터지면 단타 트레이더들은 순식간에 매수·매도를 반복한다. 이때 하위 차트는 진동폭이 심화되며 급등락 한다. 그러나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상위 차트는 단 며칠간의 변동으로 크게 꺾이거나 반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괴리가 곧 단기적 과장과 장기적 안정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주는 실마리가 된다. 크게 흔들린 뒤 거래량이 특정 지점에서 집중되고, 상위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면 그것은 일시적 패닉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하위 차트가 아무리 급락해도 상위 추세가 견고하면 빠르게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뉴스 반응이 오래가면 결국 상위 프레임도 변화를 수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의 부정적 이슈가 단기적으로 시장을 뒤흔들다가 며칠이 지나 주봉 또는 월봉 차트 수준에서 추세선을 완전히 무너뜨린다면 이는 중장기적 충격으로 해석해야 한다. 결국 뉴스 이벤트가 상위 시간 프레임까지 영향을 주면 그 종목 혹은 자산의 내재적 지지가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다중 시간 프레임 분석(MTFA)은 ‘뉴스가 단기 파동을 불러일으킬 때 이를 어떻게 필터링 해야 할지, 언제부터 장기 추세가 꺾이게 되는지’에 대한 적절한 자료가 된다.


새로운 통찰, 그리고 알고리즘 시대의 MTFA

시장 분석에 있어서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매매가 뜨거운 화두로 자리하고 있다. 머신러닝 모델이 과거 수많은 캔들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다중 시간 프레임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이도록 설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컨대 15분봉, 1시간봉, 4시간봉, 일봉을 각각 딥러닝의 별도 채널로 투입하여 추세 변곡점 예측률을 높이는 식이다. 인간 투자자에게도 MTFA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즐기는 컴퓨터라면 그 효용가치는 더욱 클 수 있다.

 

알고리즘 매매 시스템에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보니 하위 차트 정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하위 신호가 심하게 출렁이더라도 상위 추세의 방향성이 바뀌지 않았다면 공격적인 매수·매도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모델 역시 상위 추세를 놓치지 않고 인식할 수 있도록 프레임별 지표를 함께 학습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역사적인 트레이더들의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라”는 격언이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시장에 답은 없다지만 다중 시간 프레임 분석이 던져주는 힌트는 분명하다. 단기 변동만 바라보면 큰 파도를 놓칠 것이고, 장기 추세에만 매달리면 작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그렇기에 여러 시간대를 함께 바라볼 때 하나의 신호가 주는 목소리가 더욱 분명해진다. 뉴스라는 외부 충격이 들어와도 그 파장이 길게 이어질지 아니면 순간적 소나기인지 알 수 있는 단서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