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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해서 더 버티기 힘든 매매법

조엘 그린블라트가 처음 ‘마법 공식’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사람들은 그 단순함에 매료되기보다 의심부터 했다. ROIC(자본 수익률)와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이라는 두 지표를 기반으로 순위를 매기고, 상위 종목에 투자한 뒤 일정 기간 보유하는 것. 온갖 난해한 수학 모델과 복잡한 전략이 범람하던 시기에 이것은 하나의 강력한 선언처럼 보였다. 마치 유행하는 레스토랑에서 별다른 양념 없이 구워낸 스테이크를 대담하게 내놓는 것 같은 기이함이었다.

 

그는 헤지펀드 고담 캐피털을 통해 이 룰이 실제로 통한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고,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이라는 저서를 통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모두가 이 공식을 알게 된 뒤에도 끝까지 유지하는 사람은 드물었다는 점이다. 감정은 단순한 논리를 이기는 재주가 있다. 특히 주가가 요동치고 뉴스가 쉴 새 없이 정보를 쏟아낼 때 사람들은 자신이 고른 공식을 의심한다. 이것으로 정말 괜찮을지 의심스러운 순간과 계속 마주한다.

 

애초에 쉬운 전략은 아니었다.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기업 가치와 수익성의 단순 비율만 뽑아내는 방식은 시장 심리에 대한 끈질긴 무시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유행과 공포를 떨쳐내기 어렵다. 온갖 악재 속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냈다고 해도 여론이 만든 프레임을 거슬러 그 종목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조엘 그린블라트는 그런 결심이 자본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하나의 본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펀더멘털과 지표에 집중하되 감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버티기만 하는 게 어려운 이유

마법 공식이 단순하다는 말은 그 자체가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숫자 두 개로 승부를 본다는 것은 얼마나 자주 불편한 결과를 낳는지 이미 시장의 역사가 충분히 보여주었다. PER가 낮은 종목이나 최근에 호재가 없는 기업을 매수해야 할 때가 많고 주변에서는 왜 그런 잡주를 샀냐고 의아해한다. 어쩌면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건 대중이 외면한 것들을 담담하게 사들이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조엘 그린블라트가 말하는 대중의 역설은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심리적으로 험난하다. 모두가 아는 전략이지만, 모두가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때로는 공식이 뽑아낸 종목이 6개월 이상 푹 가라앉아 있기 일쑤다. 호재 하나 없는 뉴스 흐름에 어지러운 매크로 지표까지 겹치면 마음은 쉽게 부정적으로 흔들린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추궁하게 된다.

 

그 물음 앞에서 곧바로 괜찮다고 단언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이 조엘 그린블라트가 강조한 핵심이다. 가치와 질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단순한 룰은 예측 불가능한 시장 변동성을 뚫고 장기적 수익을 견인하는 힘을 내포한다. 때로는 지루하고 한없이 불편해도 마법 공식에 따라 종목 순위가 높으면 사서 일정 기간 보유한다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야 비로소 그 공식이 가진 위력을 체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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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의 믿음을 시험하는 문턱

마법 공식에는 목표가가 따로 없다. 일정 기간마다(보통 1년 단위) 순위를 재계산하고, 상위권에서 벗어난 종목은 매도하고 새롭게 들어온 종목을 매수하면 그만이다. 이 과정은 감정을 개입시킬 구석을 최소화한다. 이른바 자동화된 리밸런싱인데, 아마 이것이 실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보통은 특정 종목에 애정을 갖고 조금이라도 상황이 좋아 보이면 계속 들고 있고 싶은 본능이 작동한다. 반대로 흔들리는 종목은 팔아치우고 싶은 충동이 강해진다. 둘 다 개입의 정도가 높으며 공식이 추구하는 단숨함과는 멀어진다.

 

마법 공식이 마법인 이유는 모든 걸 꿰뚫는 신비로운 힘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기 어려운 일관성과 규칙성을 근본에 둔 설계라는 데 있다. 시장을 매일 들여다보며 이슈와 공포, 환희에 시달리는 대신, 정해진 룰을 차곡차곡 지키는 쪽에 가치를 부여하는 철학이 녹아 있다. 그래서 이 공식은 결국 사람의 심리적 한계를 어떻게 견뎌내느냐에 달린 전략이다.

 

결국 조엘 그린블라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함의 힘이다. 세상의 어느 부분이든 복잡함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믿음을 지탱해 주는 건 과감한 절제에서 나온다. 이제 막 주식을 시작했든 수십 년간 해왔든 간에 이 공식과 한 번쯤은 교차점을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단순함을 의심으로만 받아들이던 과거에서 벗어나 판단 기준의 변화 등 모종의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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