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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모차르트를 따라잡은 날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 AI가 창작한 초상화가 등장했다. 알고리즘으로 탄생한 이 그림은 약 43만 달러에 팔리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예술이라는 인간 고유의 성역에 기계가 발을 디뎠다. 이제 그림뿐 아니라 음악, 소설, 시, 영화까지 AI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예술 분야는 없다. 하지만, 정말 이걸 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까? 혹시 우리가 인간만이 창의적일 수 있다는 믿음에 기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창조, 인간만의 특권이었는가?

인간의 창의성은 신성한 영역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뉴턴이 말했듯, 모든 혁신은 거인의 어깨 위에서 이루어진다. 스티브 잡스 또한 "창의성은 단지 사물을 연결하는 것"이라 말했다. 결국 인간조차도 분야는 다를 수 있어도 기존의 것들을 재조합하여 무언가를 창출할 뿐이다. 예를 들어, 예술계의 특정한 무언가를 공학계에 적용했다던가 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기존 패턴을 결합해 새로운 결과물을 창출하는 방식과 인간의 방식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오늘날 AI는 그림(DALL·E, Midjourney), 음악(Jukebox, AIVA), 글쓰기(ChatGPT, Sudowrite) 분야에서 인간 수준에 이르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믿던 ‘창의성’이라는 개념에 균열이 생겼다.


AI 창작의 진실? 효율성과 혁신 사이에서

AI의 창조는 분명 인간과 다르다. 인간은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작품에 독자적인 의미와 철학을 부여하지만, AI는 단지 입력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재구성할 뿐이다. 하지만 과연 인간도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모든 창의적 결과물은 과거의 경험과 정보에서 비롯된다. 고흐의 독특한 화풍도 인상주의라는 기존 흐름 속에서 탄생했고, 베토벤조차 고전주의의 규칙을 변형 및 발전 시켰다. 결국 인간과 AI의 창작 과정의 차이는 효율성의 차이, 그리고 감정과 의도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알고리즘의 한계, 혹은 인간의 착각?

인간이 AI의 창조성을 낮춰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AI가 인간의 창조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우리가 믿었던 '인간의 특별함'이라는 가치는 위협받고 있다. 반대로, AI는 이런 두려움과 무관하게 효율적으로 무수한 패턴을 조합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작품을 쏟아낸다.

 

예술의 본질을 "감정과 철학이 담긴 창조물"로 정의한다면 AI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예술의 본질을 “새로운 패턴의 창출”이라고 본다면, AI는 이미 그 경계를 넘어섰다. 어쩌면, 인간이 AI의 창조성을 폄하하는 건 창의성의 정의를 인간의 입맛에 맞추려는 교묘한 자기방어 전략일 수도 있다.


'의미 없는 창작'이라는 신화

인간은 예술에 감정을 불어넣는다. 사랑, 슬픔, 분노, 고통을 작품 속에 녹여낸다. 그러나 AI의 작품은 의미가 없다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작품의 의미란 결국 관객이 결정한다. AI가 만든 그림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작품은 인간이 만든 작품보다 덜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미 많은 예술가들이 AI와 협력하고 있다. 소설가들이 AI가 제안한 초안을 바탕으로 글을 완성하고, 작곡가들은 AI가 작곡한 멜로디를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의미'와 '의도'는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재정립된다.


AI와 인간, 경쟁이 아닌 공존을 향해

AI의 창조력이 인간을 위협한다고 느끼는 대신, 협력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AI가 기존 틀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재구성한다면, 인간은 그 틀을 깨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확장시킬 잠재력이 있다. 인간은 기존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계하는 설계자로, AI는 이를 현실화하는 충실한 동반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AI의 창조성 논쟁은 우리의 본질을 다시 묻는 철학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AI가 아니라, AI 앞에서 우리의 창의성이 무너질 것이라는 불안감일지도 모른다. 이제, 창의성의 본질을 다시 정의할 때다. 이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AI의 손을 잡고 새로운 창조의 시대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