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하루 종일 놀기만 하는데도, 시간이 이렇게 천천히 간적은 처음인 것 같다. 심지어 오후 3시에 일어났는데도 말이다. 열정적으로 무언가 열심히 하지는 않았는데, 뭔가 잘 될 것만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지만, 그 마음은 신체라는 프레임에 대부분 영향을 받기에, 신체를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술이 무조건 건강에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점. 적당히 마신 어제의 술은, 다음날 미묘하게 비장한 자신감 같은 게 샘솟게 하는 것 같다. 기분탓인진 몰라도, 고급술에서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오는 것 같다. 기분은 새벽 2시 즈음인데, 아직 11시 이전이다. 지금부터는 코딩해야지.
얼마 전 압생트를 구매했고, 조금씩 홀짝홀짝 마시다가 혼자 마시기 아까워 프로젝트 팀원들을 초대해서 같이 마셨다. 가자주류 사장님이 "압생트가 뭐에요?"라며 나보다 더 생소해 하던 것 처럼, 다들 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맛도 처음 본다고 했다. 쑥같은 풀더미가 알콜에 젖은 맛에 민트가 섞인듯한 향. 낯설고 비건스러웠다. 소주잔으로 한잔의 알콜이 소주 반병정도에 해당하는 알콜량이었다. 아주 독하고 특이했다. 안주가 모자르진 않았나 싶었는데, 딱 맞아서 다행이었다. 다들 웃기거나 웃기에 바빳고, 좋았다.
얼마나 좋을까.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공부는 체질에 안맞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하고 싶어하는 분야가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여담으로, 얼마나 반감이 심했는지,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수학은 쓸데없는 학문으로 생각하고 있다. 컴퓨터는 컴퓨터용 수학이 따로 있다고 봄.. 세부 분야가 나뉘면 그때 필요한 수학들만 추가로 더 배우면 되지 않을까.. 애초에 산업화 공장형 교육과정이 나랑은 캐미가 안맞았던 것 같다. 사실 조금 더 자세히보면 누구나 공부를 좋아한다. 역사 책에 나라가 망하든 말든, 누가 죽든 말든 일절 관심이 없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각종 사생활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좋아하는 게임의 업데이트 내용이나 아이템 시세는 주변 누구보다 잘 아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오늘 인성 시험을 봤다. 군대에서는 신인성 검사인가.. 이거 자주 해석 불가로 뜨는 바람에, 두 번 세 번 풀곤 했었는데, 실제로 아직 인성검사를 통과해본 적이 없다... 내 친구는 "너 임마 인쓰(인성 쓰래기)라 그래 임마"라며 놀리곤 하는데, 이해가 안되진 않는다. 인성 시험 문제들 중 "운이 좋아 남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질투가 난다"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아니라고 답하면 왠지 떨어뜨릴 것 같아서.. 그리고 정말 그렇기도 하니까. 최근엔, 특히 비정상 루트로 이득을 취한 것들에 질투가 나는 것 같다. 요즘엔 선거 시즌이기에, 기호 몇번 몇번 하면서 선전들을 하는데, 자랑한다는 것 중 하나가 20대에 교수로 임용되었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학부 졸업과 군대를 다녀오면 26이고 석사를 하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