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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 위에 새겨진 심리의 궤적

한 세기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바닥을 두 번 찍고 반등하는 “W” 모양은 이미 공식처럼 회자되고 있었다. 1929년 대공황 직후, 뉴욕 증권가의 바닥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잔존 세력들은 “하락장의 끝은 두 번의 검증을 요구한다”는 속설을 남겼다. 그들이 몸으로 배운 교훈은 시장이 ‘공포→회복 기대→의심→확신’이라는 네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을 때만이 추세가 반전된다는 것이었다.


더블 바텀은 바로 이 인간 행동 순서를 시각화한 패턴이다. 첫 번째 저점에서 흘러나오는 급박한 매도 음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공포를 안겨주고 잠깐의 반등은 투매를 멈춘 이들이 숨을 고르는 일시적 희망이다. 하지만 두 번째 저점까지 내려와도 가격이 더 이상 밀리지 않으면 시장 참여자들은 혹시 바닥인지 의문을 품는다.


이 의문이 무수한 관망 주문을 대기열에 세운다. 그 순간, 차트에 그어 놓은 얇은 넥라인은 단순한 선이 아니라 집단 심리가 기다림과 행동을 가르는 경계로 변한다. 그 선 위로 종가가 닫히는 날,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며 거래소의 전광판에는 드디어 볼륨이 터진다. 행동경제학의 전설, 카너먼 트버스키가 ‘손실회피 편향’과 ‘확증 편향’을 설명할 때 사용한 실험 결과들이 현실 차트에서 재현되는 순간이다.


많은 트레이더가 이 패턴을 즐겨 사용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거친 시장 데이터 속에서도 인간 심리는 여전히 선형적 습관을 반복하기에 과거의 통증을 기준 삼으면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블 바텀은 어쩌다 맞는 그림이 아니라 공포와 희망 사이에서 양극 단추를 번갈아 누르는 군중 심리의 흐름을 측정한 지질 단면도 정도로 비유할 수 있다.


데이터·통계·해석, 확률과 원리의 충돌

패턴에 원리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숫자적 유의미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유명 패턴 연구가 토마스 불코우스키가 20 세기 말부터 21 세기 초까지 38년간 수집한 8,000여 종목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넥라인 돌파 이후 더블 바텀의 목표치 달성 확률은 평균 70% 내외로 나타났다. 패턴 크기의 약 1.8배까지 상승한다는 통계도 덧붙여졌다. 하지만 같은 샘플 안에서도 패턴 형성에 소요된 기간, 거래량 동반 여부, 시장 변동성 등에 영향을 받으면 승률은 50%대까지도 미끄러졌다.


흥미로운 점은 외적인 아름다움이 통계적 신뢰도와 비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교과서에서 보듯 날카롭게 떨어지고 완벽히 대칭을 이룬 더블 바텀이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았다. 주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이상적 형태는 대부분 단기간에 급속히 형성되는데, 이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여 개인 투자자 유인 후 급락으로 이어지는 의도적인 시나리오에 악용되기 때문이다.

 

2019년 말 테슬라, 주봉


반대로 시각적으로 거칠고 길쭉한 더블바텀, 이를테면 2019년 말 테슬라가 두 달 넘게 눌림을 반복한 사례에서는 넥라인 돌파 후 무려 3배 이상의 상승 파동이 일어났다. 이렇게 가격이 오래 머문 구간일수록 거래층이 두터우며 패턴 승률을 뒷받침 해준다.


이렇듯 더블 바텀은 확률 게임이면서 동시에 맥락 게임이다. 승률·손익비를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패턴의 심리적 본질은 희미해진다. 반면, 시장 구조·거래층의 기억·거래량 분포·박스권 변동성 등을 함께 읽으면 패턴은 숫자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강력한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트레이딩 시스템에 힘을 더하다

1980년대 시카고의 핏(pit)에서 “Prince of the Pit”이라 불리던 리차드 데니스는 추세 추종 시스템으로 1,600 달러를 수억 달러로 불렸다. 그가 만들어 낸 터틀 트레이딩 실험은 “트레이더는 훈련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명제를 입증했다. 하지만 데니스는 더블 바텀을 단독 진입 신호로 쓰지 않았다. 그의 매매 조건인 ①추세 조건 충족 ②진입 트리거에서 더블 바텀은 두 번째 단계에 불과했다.


왜 그랬을까? 그는 ①단계에서 시장 방향이 상승으로 전환된 부분을 확인한다. 하지만 단순히 추세만으로는 언제 진입할지를 집어낼 수 없었다. 이때 데니스는 더블 바텀을 활용해 진입 타이밍을 일부 정교화했다. 동시에 재진입·분할 매수·리테스트 유무에 따라 리스크를 단계별로 조정했다. 그렇게 더블 바텀을 확률로만 접근한 게 아니라 추세를 재확인하는 심장 박동계의 역할로 사용하였다.


시대가 바뀌어 오늘날 AI 기반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전면에 등장했지만 더블 바텀은 여전히 코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딥러닝 시스템은 더블 바텀 패턴을 이미지로 잡아내고, NLP 기반 뉴스 센티먼트와 결합하여 패턴 발생 직전의 주요 뉴스를 필터링한다. 시장의 미시적인 데이터와 옵션 시장의 변동성을 함께 스캔하여 더블 바텀이 질적 요소를 갖추었는지 확인한다.


암호화폐·원자재·FX 같은 24시간 시장에서는 더블 바텀의 승률이 과거 주식시장보다 낮게 계산되기도 한다. 주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선물·파생 시장의 레버리지 유도로 인해 가짜 신호가 자주 연출된다. 둘째, 시장 참여자의 평균 보유 기간이 짧아져 두 번째 저점까지 가격을 끌고 갈 인내심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변동성 구간이 길고 중앙집중 거래소에서 대기 매수세가 순식간에 몰리는 식으로 더블 바텀은 여전히 수익 기회를 낳고 있다.


결국 더블 바텀의 생명력은 사람이 공포와 희망을 번갈아 느끼는 한 유효하다. 숫자와 알고리즘이 정교해질수록 심리를 읽는 능력은 오히려 희소해진다. 이것이 더블 바텀의 핵심 가치일 것이다. 데이터·통계·AI라는 세 가지 렌즈가 고도화 되더라도 패턴을 보는 눈에는 여전히 인간의 직관과 서사적 사고가 요구되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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