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모니터링 중독은 왜 생길까?

트레이더가 고통을 느끼는 지점은 가격 변동 자체가 아니라 가격 변동이 내 계좌를 어떻게 바꿀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다. 인간의 뇌는 원시시대부터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예측해 살아남았다. 그렇게 사자의 포효를 들으면 몸은 즉각적인 결정을 내려왔다. 트레이딩 시장에서 사자의 위치를 대신하는 것이 음봉과 양봉이다.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면 뇌 속 편도체는 이것을 생존 위기 신호로 받아들인다. 땀이 맺히고 맥박이 빨라지고, 확인하는 행동이 발화 스위치로 올라온다. 이때 나도 모르게 매매 앱을 열어 현재 주가와 손익을 확인한다. 계좌를 열어보는 행위 자체가 손익을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뇌는 ‘보는 행위=통제’라는 착각으로 위안을 얻는다.

 

마크 더글라스는 그의 저서에서 “시장은 당신이 느끼는 공포감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할 때 그는 단순히 정신력을 강조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해 차트를 계속 들여다보는 습관이 매매 룰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수차례 파산으로 증명했다. 그의 사례는 불확실성 회피와 통제 착각이 어떻게 차트 확인 중독 루프를 강화하는지 보여준다.

 

도파민 연구로 유명한 스탠퍼드대 브라이언 녹스 박사는 “도파민은 즐거움을 주기보다 기대감을 높인다”고 말한다. 계좌 수익을 확인해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는 그 순간이 즐거운 것이 아니라,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도파민을 분출시킨다. 매매 앱을 켜는 순간마다 미세한 보상이 주어지면서 습관으로 굳어진다. 결과가 이익이든 손실이든 관계없다. 중독 회로는 확인이라는 행동 그 자체에 보상을 연결한다. 결국 트레이더는 자신의 전략 신뢰도보다 확인 빈도에 의존하는 구조에 갇힌다.

 

래리 하이트는 “나는 시장을 예측하지 않는다. 시스템이 예측한다”고 선언하며 스스로 차트를 볼 권리를 빼앗았다. 그는 직원에게 실시간 데이터 피드를 끊어달라고 요청했고 하루에 한 번 엑셀로 정리된 포지션 요약표만 받았다. 하이트가 수십 년간 살아남은 이유는 놀라운 알고리즘이 아니라, 통제 욕구를 제도적으로 제어한 일종의 심리 설계였다. 인간이 가진 본능적 통제 욕구는 개인 의지로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안 보면 불안한 심리는 직접 보지 않으면 불안을 다루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의미와 같다. 불안의 근원은 미래 손실이 아니라, 손실 가능성을 제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리 구조다. 이 구조를 해체하지 못하면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을 돌려도, 아무리 높은 승률의 전략을 갖춰도, 앱을 껏다 켰다 하며 스스로 전략을 무너뜨리고 만다.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으로 본 모니터링 중독

신경과학은 모니터링 중독을 두 가지 회로의 상호 작용으로 설명한다. 첫째는 편도체-시상하부-부신(HPA) 축이다. 가격 급변 뉴스가 들어오면 이 축이 코르티솔을 분비해 위기 반응을 촉발한다. 둘째는 보상 회로, 즉 복측피개영역‑측좌핵‑전전두엽 경로다. 계좌를 열어 수익이 확인되는 순간 도파민이 분비돼 쾌감을 준다. 이 두 회로가 번갈아 작동하면 ‘불안 → 확인 → 일시적 안도 → 다시 시장 변동 → 재확인’의 순환고리가 완성된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를 전망 이론의 ‘손실 회피’와 ‘소유 효과’로 설명한다. 투자자는 실제로 돈을 잃는 것보다,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큰 심리적 비용을 지불한다. 또한 포지션을 보유하는 순간 그 자산을 자신의 일부로 인식하는 소유 효과가 발생한다. 그래서 차트 업데이트 주기가 짧을수록 심리적 고통이 배가 된다.

 

영국 퀀트 헤지펀드 마네 그룹은 2024년 사내 트레이더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시가총액 50억 달러 이상 종목을 1‑분봉으로 모니터링한 집단과 15‑분봉으로 모니터링한 집단을 비교했다. 동일한 자동매매 시스템을 사용했음에도 1분봉 집단은 한 달 뒤 전략 개입 빈도가 평균 37% 높았다. 개입의 72%는 알고리즘이 아닌 인간 판단이었고, 그중 58%가 악역향을 미쳤다. 15분봉 집단에서 나타난 전략 편차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더 자주 확인할수록 더 많이 손댄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현상을 줄이려는 한 시도로 지연 표시 기능을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멘테시스는 HTS 창에 ‘30 분 지연 시세' 버튼을 탑재해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지연 시세만 제공받은 사용자 그룹은 실계좌 수익률에서 컨트롤 그룹 대비 유의미한 차이가 없거나 약간 높았으나, 스트레스 지수는 35% 감소했다. 중요한 것은 지연 그 자체보다 지연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었다. 사용자가 시스템과 일정 시차를 두고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더 이상 실시간 확인을 생존 과제로 인식하지 않았다.

 

일본 동경대 뇌인지과학 연구팀은 같은 해 멀티태스킹 상황에서 실시간 정보가 축소될 때 전전두엽의 베타파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는 의사결정 능력이 감정 폭주로부터 보호된다는 의미다. 트레이더가 실시간 스트림이 아닌 지연된 정보를 받으면 의사결정 영역이 감정 회로에 덜 손상된다는 설명과 맞물린다. 모니터링 중독은 정보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게 아니라 감정이 계속 자극되어 생기는 결과이다. 결국 문제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 자극을 받아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데 있다.


모니터링 중독 탈출하기

첫 단계는 ‘구조적 거리두기’다. 확인 충동이 일어나는 순간 손을 물리적으로 묶을 수는 없지만, 확인까지 동선이 길어지면 충동 강도는 급격히 감소한다. 래리 하이트가 실시간 피드를 끊은 것처럼 계좌 확인을 모바일이 아닌 데스크톱에서만 가능하게 설정하거나 데스크톱 브라우저에 두 단계 로그인 절차를 추가해 30초 이상의 지연을 강제하는 식이다. 약 20초만 지연돼도 편도체 반응은 상당 부분 가라앉는 것으로 심리학계는 보고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정서 외주화’다. 불안과 흥분을 스스로 해결하는 대신 외부 장치에 위임한다. 명상, 호흡, 운동처럼 많이 알려진 기법도 있지만, 트레이딩 코치들이 권하는 방법은 ‘감정 저널링’이다. 포지션을 보유한 상태에서 감정이 솟구칠 때 메모 앱에 글로 풀어쓰거나 음성 녹음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지금 오른손이 떨리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계좌를 확인하고 싶다”라고 소리 내어 말하면 뇌는 언어화 과정을 통해 감정의 자동 폭주를 해체한다. 이 방식은 인지행동치료의 감정 분류 단계와 유사하며, 4주 정도 꾸준히 사용하면 계좌 확인 빈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임상 자료도 있다.

 

세 번째는 ‘전략 충실도 피드백 루프’다. 주간 리포트를 작성하되 수익률이 아니라 ‘전략 규칙 준수율’을 핵심 지표로 삼는다. 예컨대 시스템이 내린 신호를 10회 중 9회 그대로 실행했으면 90 점을 부여한다. 수익이 났는지는 2차 지표로 둔다. 이렇게 하면 뇌는 ‘확인 행위’가 아닌 ‘규칙 이행’에서 보상을 받는다. 미 해군 항공모함 조종사들의 훈련 메뉴얼에 “행동 성공률을 기록하고 결과는 한참 뒤 확인하라”는 조항이 있는 이유도 동일하다. 행동을 보상 대상의 1순위로 올려야 불확실성이 감정을 탈선시키지 못한다.

 

마지막 단계는 ‘사회적 거울’이다. 인간은 집단 규범을 통해 행동을 교정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스터디 그룹에서 ‘오늘 차트를 몇 번 열어봤는지' 같은 데이터를 공유하면 본능적인 과잉 확인 습관이 의식화된다. 과거 한 트레이딩 부트캠프에서는 참가자 전원이 매일 모니터링 횟수를 공책에 기록해 공개하는 룰이 있었다. 2주 차에 가자 대부분이 40% 이상 감소했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엔 70%가 “아무 이유 없이 차트를 틈틈이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회적 피드백은 내부 동기를 환경 기반의 외부 동기로 전환해 중독 루프를 깨뜨린다.

 

우리는 차트와 계좌를 들여다보는 행위로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잘 안다. 그러나 뇌는 사실 ‘안다’와 ‘이해한다’를 구분하지 않는다. 시장은 더 빨라지고, 모니터는 더 고해상도로, 알림은 더 즉각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시대일수록 시스템을 신뢰하는 훈련은 기계 학습보다 인간 학습의 영역임을 기억해야 한다. 감정을 관찰하고 언어화하며 제도적으로 거리두는 루틴을 꾸준히 실천해도 계좌를 확인해야만 안심이 되는 중독 고리는 서서히 끊어진다. 트레이더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결국 정보 처리 속도가 아니라 감정 처리 속도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