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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
[1] 어제의 시장 급락으로 경험한 공포는, 1970년대 금(Gold)이 '안전자산'이 되기 전 겪었던 극심한 변동성의 역사적 재현이다.
[2]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금은 10년간 2,300% 폭등과 반복적인 폭락을 겪었으며, 이는 현재 비트코인이 겪는 성장통과 소름 돋게 닮아있다.
[3]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될 것인가의 문제는 믿음의 영역이며, 진짜 질문은 한 자산이 시장의 완전한 신뢰를 얻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변동성을 개인이 감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젯밤, 당신의 스마트폰 화면이 파랗게 질리는 것을 보았다. '업토버'의 환희가 하룻밤 만에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당신은 물었을 것이다. '결국 이것도 사기였을까?'라고.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수천억 달러가 증발하는 이 광기 어린 시장에서, '디지털 금'이라는 고고한 약속은 한낱 마케팅 문구처럼 초라해 보였을 테다.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당신의 그 불안과 혼돈이,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과거의 한 페이지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은 것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비트코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금'의 이야기이자, 모든 새로운 자산이 왕좌에 오르기 전 반드시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에 대한 기록이다.

우리는 금을 당연한 안전자산으로 여긴다. 전쟁이 나거나 경제가 휘청이면 본능적으로 금을 찾는다. 수천 년의 역사가 보증하는, 변치 않는 가치의 상징. 하지만 그 찬란한 명성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애써 외면하는 금의 '야생성' 넘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특히 모든 것이 시작된 그날, 1971년 8월 15일을 기억해야만 한다. 그날은 금이 비로소 자유를 얻었지만, 동시에 기나긴 혼돈의 시대로 들어선 날이었기 때문이다.

1971년 이전, 금은 왕이었지만 황금 감옥에 갇힌 왕이었다. '금본위제'라는 이름의 이 감옥은 1온스당 35달러라는 절대적인 족쇄를 채워두었다. 가격이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없었다. 변동성이란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금은 그저 미국 달러의 가치를 보증하는 배경, 무대 장치에 불과했다. 투자자들은 금을 거래하며 부자가 될 꿈을 꾸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의 우리가 예금 통장의 숫자를 보며 느끼는 감정과 비슷했다. 지루할 정도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그래서 매력 없는.

그러던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나타나 달러와 금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렸다. 역사에서는 이를 '닉슨 쇼크'라 부른다. 수십 년간 세계 경제를 지탱하던 닻이 뽑혀나간 순간이었다. 금을 묶어두던 족쇄가 풀렸다. 자유가 주어졌지만, 그 자유의 대가는 혹독했다. 가격을 고정해주던 정부가 사라지자, 시장은 스스로 금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야만 했다. 그 누구도 금이 얼마짜리인지 몰랐다. 35달러가 맞는지, 100달러가 될지, 아니면 10달러로 추락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가격 발견'의 실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실험의 과정은 '광기'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족쇄가 풀린 금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1970년대는 오일 쇼크로 인한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냉전의 긴장감이 세계를 뒤덮던 시대였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었던 달러가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고, 그 공포는 고스란히 금으로 향하는 투기적 수요가 되었다. 금은 더 이상 지루한 안전자산이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수 있는, 혹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가장 뜨거운 투기판이 되었다.

숫자는 당시의 광기를 증명한다. 1971년 35달러였던 금 가격은 1980년 1월, 850달러까지 치솟는다.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무려 2,300%가 넘는 경이적인 폭등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아름다운 우상향 곡선이 아니었다. 1974년 말 197달러까지 폭등했던 금은, 이후 2년 동안 반 토막 가까이 폭락하며 103달러까지 추락했다. 사람들은 '거품이 꺼졌다'고 말했다. 금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절망의 바닥에서 금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1976년부터 1980년까지 불과 4년 만에 8배 넘게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상상해 보라. 당신의 자산이 몇 년 만에 반 토막 났다가, 다시 몇 년 만에 8배가 되는 시장. 그것이 바로 1970년대 금 시장의 민낯이었다.



이 이야기가 낯설게 들리는가? 숫자를 '1970년대'에서 '2020년대'로, '금'을 '비트코인'으로 바꾸면, 그것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다. 2017년의 광적인 폭등과 2018년의 기나긴 하락, 2021년의 새로운 전고점 돌파와 어제 겪었던 공포스러운 급락. 지정학적 리스크(닉슨 쇼크와 트럼프의 관세)에 시장이 흔들리고, 인플레이션 헤지(스태그플레이션과 양적완화) 수단으로 주목받으며, 수많은 이들에게 '벼락부자'의 꿈과 '쪽박'의 악몽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까지. 비트코인은 금이 50년 전에 걸었던 그 길을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이, 다만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압축해서 재현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의 금융 시장 한복판에 서 있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이다. 어떻게 그 미친 말이던 금은 지금의 고고한 안전자산이 되었는가? 마법 같은 이유는 없었다. 답은 단순했다. '시간'과 '시장 합의'였다. 수십 년에 걸친 등락을 거치면서, 단기 투기꾼들은 지쳐 떠나갔다. 광기가 걷히자 사람들은 금의 본질적인 가치, 즉 희소성과 역사성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금이 결국 가치를 지켜냈다는 데이터가 수십 년간 쌓였다. 이 데이터가 신뢰를 만들었고, 신뢰가 시장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금은 위기 시에 사는 자산'이라는 명제가 상식이 되기까지 5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안정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그것은 수십 년의 광기와 혼돈, 수많은 투자자의 눈물을 먹고 자란다.

이제 다시 당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라. 파랗게 질린 숫자들이 여전히 당신을 비웃고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이 미래의 안전자산이 될지, '디지털 금'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자산이 될지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것은 여전히 증명해야 할 가설이자, 신념의 영역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제의 급락은 비트코인만의 특별한 실패가 아니라는 것. 그것은 새로운 자산이 기성 체제에 편입되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역사적인 성장통이라는 사실이다. 금은 그 성장통을 50년간 견뎌내고 스스로를 증명했다. 이제 비트코인은 고작 10여 년의 역사를 지났을 뿐이다.

그러므로 진짜 질문은 '비트코인이 금이 될 것인가'가 아니다. '나는 이 자산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수십 년의 변동성을 견뎌낼 수 있는가'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어제의 금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의 비트코인도 자신의 운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문제는 당신이 그 여정의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