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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
[1] 오늘날의 시장은 명백한 불법이 아닌, 법의 허점을 이용한 '합법적 부당 이득'이 만연한 회색 지대이다.
[2] 고빈도 매매(HFT) 알고리즘과 복잡한 파생상품은 법이 따라잡지 못하는 속도로 시장을 왜곡하며, 규제는 언제나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
[3] 법의 완벽한 보호를 기대하기보다, 투자자 스스로 '현명한 회의주의자'가 되어 장기적 관점과 명확한 원칙으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커피 한 잔과 함께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을 켠다. 간밤 뉴욕 증시는 평온했고, 세상은 어제와 다름없이 돌아가는 듯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당신의 포트폴리오 한구석을 차지하던 견실한 기업의 주가가 개장 직후 수 분 만에 30% 가까이 폭락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공포에 질려 매도한 사람들의 비명만이 커뮤니티 게시판에 메아리친다. 악재 공시도, 어닝 쇼크도 없었다. 범인은 '알고리즘'이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기계가 일으킨 찰나의 소란에 당신의 자산 일부는 먼지처럼 증발했다. 이것은 불법일까? 안타깝게도, 아닐 확률이 높다.

우리는 지금 '합법적 부당 이득'의 시대에 살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발언에 누군가는 막대한 부를 챙겼다는 의혹처럼, 과거의 부당 이득이 권력자의 내부 정보에 기댔다면, 21세기의 약탈은 법전의 빈틈과 기술의 격차를 파고든다. 이것은 명백한 절도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룰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는 게임에서, 나만 모르는 비밀 통로를 이용해 승리하는 플레이어에 가깝다. 그리고 그 비밀 통로는 법이 미처 조명하지 못하는 '회색 지대'에 존재한다.

 

회색 지대: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교묘한 약탈

자본 시장의 법은 '네거티브 규제'를 따른다. 즉, '하지 말라'고 명시된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은 허용된다. 문제는 자본의 탐욕이 언제나 법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는 데 있다. 법이 하나의 금지 조항을 만들면, 자본은 그 조항을 우회하는 열 개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 그 결과, 시장은 검은색(불법)과 흰색(합법)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거래가 회색 지대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곳의 포식자들은 내부 정보를 훔치지 않는다. 대신 공개된 모든 정보를 인간보다 백만 배 빨리 처리하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한다. 그들은 주가를 조작하라는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 대신 수백만 개의 허수 주문을 1초에 수천 번 넣었다 빼면서 시장의 심리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미세한 차익을 무한대로 쌓아 올린다. 이 모든 행위는 법의 그물코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간다. 기존의 법률 용어로는 정의할 수 없는 신종 기법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법을 어기지 않는다. 그저 법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에서 먼저 이익을 거둘 뿐이다.

 


사례 연구: 알고리즘, 파생상품을 이용한 신종 시세 조종

'합법적 약탈'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고빈도 매매(HFT, High-Frequency Trading)다. HFT 알고리즘은 일반 투자자의 주문이 체결되기까지 걸리는 찰나의 시간(밀리초, 1/1000초)을 파고든다. 예를 들어, 당신이 A기업 주식 1만 주를 시장가로 매수 주문을 넣는 순간, HFT는 이를 감지하고 당신의 주문보다 0.001초 먼저 A기업 주식을 사들인다. 그리고 즉시 당신에게 약간 더 비싼 가격으로 되판다. 당신은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지만, 당신의 거래는 이미 누군가에게 '통행세'를 지불한 셈이다. 이 행위를 수백만 번 반복하면 천문학적인 수익이 된다. 이것이 불법적인 '주문 가로채기'일까, 아니면 더 빠른 기술을 이용한 '정당한 거래'일까? 법은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은 더욱 교묘하다. 총수익스와프(TRS)와 같은 복잡한 계약을 이용하면, 특정 기업의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고 실질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을 모두 챙길 수 있다. 이는 5% 이상 지분 보유 시 따라오는 공시 의무를 완벽하게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 누군가 물밑에서 특정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만큼 지분을 모으고 있어도, 기존의 공시 제도로는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다. 모든 준비가 끝난 뒤에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때, 시장은 충격에 빠지고 개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회색 지대의 작동 방식이다.

 


규제는 왜 항상 뒷북을 치는가?: 입법 과정의 한계

시장에서 문제가 터지면 사람들은 정부와 규제 당국을 비난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방치했냐고 묻는다. 하지만 규제가 탐욕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새로운 금융 기법은 월스트리트의 최고 두뇌들이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하루 24시간 내내 개발한다. 하지만 이 기법의 위험성을 분석하고 법안을 만드는 규제 당국과 의회는 한정된 예산과 인력, 그리고 복잡한 정치적 절차에 묶여 있다. 하나의 법안이 발의되고,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로비와 논쟁을 거쳐 최종적으로 통과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그사이 시장의 포식자들은 이미 낡아버린 규제를 비웃으며 다음 사냥터로 이동한 지 오래다.

이는 마치 전속력으로 달리는 스포츠카를 자전거를 타고 추격하는 것과 같다. 가끔 운 좋게 범법자를 잡아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배기 가스를 마시며 뒤처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규제는 본질적으로 '사후 대응'의 성격을 가지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법의 완벽한 보호를 기대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개인의 방패: 법이 보호해주지 못하는 영역에서 살아남는 법

렇다면 법의 보호막이 닿지 않는 이 정글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포식자들과 같은 속도로 달릴 수 없다면, 게임의 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첫째, '시간'을 무기로 사용해야 한다. 알고리즘이 밀리초 단위의 초단타 매매로 이익을 얻는다면, 개인은 수년, 혹은 수십 년을 바라보는 장기 투자를 통해 그들의 놀이터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에게 찰나의 '플래시 크래시'는 그저 사소한 소음에 불과하다.

둘째, '단순함'을 방패로 삼아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파생상품, 너무 복잡해서 설명조차 어려운 투자 전략은 피해야 한다. 복잡함은 종종 실체를 가리기 위한 위장막으로 사용된다. 내가 완벽하게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단순하고 명확한 투자 원칙만이 회색 지대의 함정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다.

셋째, '뉴스'가 아닌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시장을 뒤흔드는 수많은 뉴스와 루머는 대부분 HFT 알고리즘의 먹잇감이 되거나, 특정 세력의 의도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흥분해서 추격 매수하기 전에, 기업의 재무제표와 사업 보고서라는 변치 않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법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현명한 회의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 부를 향한 인간의 탐욕과 기술의 발전 속도를 결코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법이 나를 완벽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순진함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시장 참여자는 모두가 잠재적 경쟁자이자 약탈자일 수 있다는 냉정한 인식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를 지키는 것은 법 조항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투자 철학이다. 모든 정보를 의심하고, 군중의 광기로부터 거리를 두며, 시간과 단순함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사용할 줄 아는 '현명한 회의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회색 지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넓고 깊어질 것이다. 그곳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길을 밝혀줄 등불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자기 안에 마련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