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선물 트레이더

11. 기본점수

일기

요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군에서는 뭘 하든지간에 "그 정도면 되었다"라는 기준이 굉장히 낮은 경우가 있다. 예를들어 예전에 응시했던 장교 시험 절차 중 하나인 체력검정을 예를 들자면, 1~9급까지 등급이 나뉘어져 있지만 1급과 7급의 차이가 1자리 점수 차이밖에는 안나고 어떤 구간은 소숫점으로 차이나기도 한다. 반면, 8급 9급은 수십점씩 차이가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때부터 약간 이런 기본점수에 대한 낌새가 있었는데, 내부 분위기도 비슷했던 것 같다. 아얘 준비를 안 하는 것은 0점이지만, 일단 퀄리티가 어떻던간에 크게 관계 없이, 일단 준비하려고 하는 노력과 그에 대한 결과물이 개략적으로라도 있으면 낙제는 아닌 느낌이었다. 여기에 개선하겠다는 멘트와 함께 적당한 예우를 해 드리면 더욱 낙제하기 힘들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다. 드물게 "내가 곧 군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면 90% 이상의 완성도를 요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도 있다.)


나쁘게 말하면, 입만 산 인간들끼리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배끼기 바빠 발전이 없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연하다고 여기거나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도 했음에 의의를 두는 경우가 많다.


사실, 좋은 결과가 있엇다면 그 명예를 자랑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기 때문에, 미흡한 결과에 따른 정신승리라고 보여지지만, 어쩌면 그것을 할 수 있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잘 될수도 안 될수도 있지만, 일단 무언가 할 수 있음에 의의를 두는 마음가짐을 스스로 갖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미흡한 경우에 무언가 탓하기 바쁘기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더 잘하지 못해 안타깝고, 환경이, 주위 사람이, 내 능력이, 돈이, 운이 따라주지 않아 그런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무언가를 했음에 의의를 둘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미리 생각하여 각오한 정도의 여유와 아량에서 나온다. 이는 맨 처음에 이야기 했던 기본 점수를 후하게 준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장교 합격 시 체력이 7급이건 1급이건 그 인원은 17주의 사관후보생 기간동안 매일 10 Km 이상을 걷거나 뛰기에, 낙오하지만 않는다면 임관하기 위한 최소한의 체력을 기르는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추가로, 선택한 병과에 따라 일일 20 Km 이상을 걷거나 뒬 수도 있다. 아침 구보 6 Km로 하루를 시작 병과학교도 있으니까... 즉, 7급이상은 일단 들어오기나 하라는 아량이기도 했다.


꼭 좋은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균형있게 고려하여, 갑작스레 불운이 닥쳐도 그것을 쉽게 흘려보낼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단순히 무언가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낼 수도 있겠다 싶다. 그것이 심지어 질책을 받는 일이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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