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선물 트레이더

논어 별거아닌줄 알았는데..

잊어버린 과거


나는 가끔 전철역이나 버스를 탈때 혹은 기다릴땐 논어를 읽곤 한다.
고등학교 일학년때 부터인가 읽었으니 년도수는 어느정도 된 것 같다.
그당시엔 그걸 읽는 이유는 한문선생님의 기세? 라고 해야좋으려나..
 
그 한문선생님은
자기는 논어를 26번인가 밖에 보질 못했는데.. 라고 말씀하신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평소 수업하실때나 가끔은 삼천포로빠져 다른 이야기를 하실때나
맑개갠 눈동자로,때론 은은하고 때론 강한 아름다운 아우라를 뿜어 내셨다.
얼굴이나 몸매가 예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사람의 분위기 라고 해야 적절할 듯 싶다.

클래식이 옛날에 만들어진 노래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듣는사람이 많고, 고급노래로 취급되듯
고전서적이 훌륭하다는건 누구나다 알고 있다.
때문에, 고전을 많이 읽으셔서 저렇게 훌륭하게 되셨구나 하고 판단했고,
가장 얇고 만만해 보이는 논어를 학교도서관에서 한두번 빌려보던게 논어와의 인연이 되었다.


나는 일부러 무주석 무해석 본의 논어를 구입해서 보고있다.
이것을 읽는 나의 마음은 마치 수학문제를 푸는 학생과 같은 느낌이다.
수학과 다른점이라면, 안풀리는 수학문제를 풀었을 당시는 인생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을 얻게하는반면
논어는 아, 그거구나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 생각하는 눈이 변하게 된다는점이 다르다면 다르달까.

공대생인만큼 생각도 공대적이어서 그런지
논어 내용 구절하나하나를 분석하며 보는 경향이 있다.
이미 수십번을 봤던 같은 내용이지만, 정말 말하려는게 그건지. 숨은 내용은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한다.



최근엔 이런 내용이 와닿았다.
아마 '이단을 학문하는것은 해롭다' 이전에 있던 구절인가 그럴텐데.
"배우기만하고 생각하질 않으면 내것이 되지않으며 또한 생각하기만하고 배우지않으면 독단에 빠진다."
사실 논어의 구절구절 모두가 공자님이 70평생 겪어온 일들에 대한 충고이기 때문에
참고하면 좋은건 어느구절이나 마찬가지지만, 이번엔 요 내용에 삘이 꽃혀버렸다.

이런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어느날엔 지하철 탈일이 많아서 3일만에 논어 3번을 연달아 본적이 있다.
심심하니까 읽지 뭐, 수준으로 마구마구 읽었었는데 읽고나서도 별 느낌이 없는 그런 독서였다.
(배운것 없이 논어를 읽고 생각하기만 한것)

그런데 이번엔 거의 몇달만에 읽는 논어였는데 그동안에 배운게 있어서 그런지
왠지 천자만이 지낼 수 있다는 '체재'라는 의식의 본뜻이 무엇인지 알아버린듯한 느낌을 받았다.
배운거라 해봤자 공대공부다. 분석하고 또 분석하고 정확히 표현하고 알아듣기 쉽게 간결화하고 등등.
하지만 분명 3일연속 3번 본것보다 훨씬 적은양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뒷 구절에 보면 이런 내용도 있다.
공자님으로부터 배울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자연의법칙'이다. 라는 내용인데,
공자님이 만약 현대에 살아계셔서 '자연의법칙'을 다루는 자연계나 공대쪽 공부를 했더라면,
좀더 위대한 저서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단어' 하나가지고도 공자님은 제자들의 질문을 탁 막아버리는 경우도 많고.
제자들은 스승님이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토를 달 수 있을까 ^^;;
그냥 듣고 있는거지 ;;

인간의 언어는 자연어라 하여 단어 하나에도 여러뜻이 있기 때문에
그 단어가 다른 의미의 뜻이었으면 제자들 입장에선 얼마나 답답했겠으며
수박 겉핥는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얘를들어 '말재주'라는것이 있는데,
이당시는 '말재주'라는 단어를
1. 상대보다 내가 논리적으로 우월하다 라는걸 말에서 묻어나게 하는것을 말하는것.
2. 그저 조리있게 말하여 자신의 뜻을 잘 전달하는것.

둘중에 1번의 의미로 많이 쓰인것 같다.
공자는 언제나 '말재주'라는 단어가 나오면 태클을 걸고 말을 끊는다.
그런거 좋은거 아니라고 하면서...
그리고 그 절이 끝나버린다 -_-;;;
뒷이야기도 원래의 의미도 무슨의도로 그런건지도 엄청궁금하지만.. 끝나버린다..

아무튼 나에게 논어는 지금도 여전히 풀어야할 문제가 많은책이고
읽을 때 마다 한두문제씩 서서히 풀리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논어속 공자의 70평생 인생을 겪으면서 만들어진 삶의 노하우가 적힌 책이기도 하며
새로운 의미를 찾을 때 마다 자신의 생각의 깊이나 정도를 느낄 수 도 있는 책이며
구절구절에 구구절절 소박하지만 멋진 말들이 많이 있는 책이므로
여러분도 가끔 한번씩 읽어보는것을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