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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함정, 그리고 그 속에서 움트는 희망
어둠이 가장 짙을 때 비로소 해가 떠오른다는 말은 금융가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바닥을 찍은 뒤 반등이 찾아온다는 통념이 너무나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손실이 커지는 순간, 대부분의 투자자는 마지막 한 발의 희망을 놓지 못하고 차마 포지션을 정리하지 않는다. 실낱같은 상승 가능성에 목숨 걸고 매달리는 모습은 어쩌면 인간 본능에 가깝다. 손실을 확정 지으면 내 능력이 부정되는 것 같고, 내 돈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흩어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는 돈보다 중요한 것, 곧 살아남을 기회마저 앗아간다. 폴 튜더 존스가 손절을 강조한 이유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체가 있는 생존 전략이다.
1987년의 블랙 먼데이 이후, 시장 폭락으로 대다수 투자자가 패닉에 빠졌을 때 존스는 묵묵히 공매도로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여기서 진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폭락을 예견했다’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존스가 언제든 손절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위험 관리가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 과감하게 베팅하되, 손실이 발생하면 즉시 빠져나오는 원칙을 지켰다. 리스크가 엄연히 존재하는 시장에서 초심을 지키고자 할 때, 결국 이 손절이라는 행위가 필수적인 보호막으로 작동한다.
손절이 어려운 이유, 인간의 본능과 맞서는 싸움
사람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본능적이고 감정적이다. 프로스펙트 이론이 보여주듯이, 사람은 손실의 고통을 이익의 기쁨보다 훨씬 더 크게 느낀다. 즉 10만 원을 얻었을 때보다 10만 원을 잃었을 때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는 구조다. 그래서 ‘조금만 더 버티면 오르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희망을 내려놓기 어렵다.
이 희망적 사고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 긍정적 태도는 분명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것이 시장이라는 냉정한 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현실을 직시하면, 특히 단기 변동이 큰 트레이딩에서는 ‘절대 다시 올라오지 못할’ 구간이 얼마든지 생긴다. 손실을 최대한 빨리 차단하지 않으면, 계좌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는 것도 순간이다. 그래서 존스는 “손실을 빠르게 인정하고, 손절을 절대 주저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 말은 고통의 순간을 미리 각오하라는 뜻이고, 그 고통의 크기를 제한해야 다음에 찾아올 기회를 붙잡을 수 있다는 생존 전략과 직결된다.
기술적 기준과 자동화, 희망이 피어날 틈을 없애기
손절이 어려운 이유는 결국 감정 때문이다. 감정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체계화된 매매 규칙과 자동화가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매매하기 전에 손실 한도를 미리 정해두고, 해당 기준에 도달하면 누구나 당연히 포지션에서 이탈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진이 사나운데 정리할까 말까’ 하는 수준의 모호한 규칙은 종종 감정에게 자리를 내주기 마련이다.
가장 흔한 방법 중 하나가 ‘스탑로스(Stop-Loss)’다. 진입가를 설정한 뒤, 만약 시장이 특정 구간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포지션이 종료되도록 하한을 걸어둔다. 이때 중요한 건, 스톱로스마저도 사전에 충분히 계산된 지점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1~2% 손실이니까 손절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작은 손실이 연속적으로 쌓여 시드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적절한 기술적 지지선, 변동성 수준, 과거 데이터 등을 참고하여 손절이 필요한 합리적 지점을 확인하고 설정하면 감정의 개입 없이 기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반면, 자동화 도구가 있다고 해도 손절을 끔찍한 실패로 여기는 심리적 장벽이 여전하다면 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손절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손절은 잘못을 바로잡는 처벌이 아니라, ‘더 큰 손실을 막는 보험’이자 ‘다음 기회를 위한 자금 보전’이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새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톱로스를 지정했어도 막판에 철회하거나, 당일 시장 분위기가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기준을 몇 번씩이나 바꾸게 된다.
큰 손실을 막아야 진짜 기회를 잡는다
폴 튜더 존스는 기회가 보일 때마다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지만, 동시에 언제든 손절할 수 있도록 준비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리스크를 제한하면 자연스럽게 수익을 극대화할 기회가 온다’고 했다. 이는 손절이 벌칙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성공의 징검다리라는 역설적 사실을 보여준다.
시장의 흐름은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 많다. 아무리 뛰어난 전략가라 해도 시장이 오르내리는 모든 순간을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다. 결국 각 매매 시도에는 승부가 갈릴 확률이 존재하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작은 패배를 기꺼이 감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패배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막아놓으면,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어 더 냉정하게 시장을 보게 되고, 다음 기회가 왔을 때 여유롭게 진입할 수 있다. 손실을 줄이고 자본을 지켜두면 언젠가 큰 파도를 만났을 때 제대로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살아남기’가 진짜 목표가 되는 순간
트레이딩은 결국 확률 게임이다. 운이 좋으면 단기간에 커다란 이익을 낼 수도 있지만, 운만 믿고 달리다 보면 손실이 자칫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존스뿐 아니라 대부분의 뛰어난 트레이더가 한결같이 말하는 조언이 있다. 바로 “잃지 말라”는 것이다.
이 말은 당장 매매를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성공 확률이 높은 전략을 구사하되, 손실이 발생했을 때는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빨리 인정하고 빠져나오라는 의미다. 허황된 희망이나 막연한 예감으로 버티다 보면, 다음 기회를 맞이하기 전에 계좌가 먼저 무너진다. 반면, 손절이 확실히 지켜지면 시장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다. 시장에 오래 남아 있다는 것은 곧 미래에 유리한 국면을 만났을 때, 충분한 자본과 안정된 심리로 베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거듭되는 손절은 하나의 비용이자, 미래의 성공을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트레이딩은 끝나지 않는 마라톤과 같다. 매수와 매도의 리듬, 손실을 줄여 생존을 도모하는 태도, 그리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합쳐졌을 때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 결국 성공적 결과이지만 그 전에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손실을 감수할 수 없는 수준으로 키우지 않는 것, 이것이 살아남기의 핵심이고, 폴 튜더 존스가 우리에게 남긴 절대적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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