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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거대한 퍼즐

매매하려고 차트를 바라볼 때마다 한동안은 '어떤 보조지표를 어디까지 의지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누군가는 최적화된 공식과 복잡한 계산식을 동원해 보조지표 여러 개를 겹겹이 깔아놓는다. 반면 누군가는 그 모든 것을 지워내고 오직 가격과 거래량, 호가 흐름 같은 기초만으로 시장을 해석한다. 시장은 실시간으로 수많은 참여자의 심리와 전략이 뒤섞이는 거대한 퍼즐이다. 거래자는 그 퍼즐을 풀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다. 문제는 어느 한쪽이 완벽히 정답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보조지표가 적든 많든, 궁극적으로 수익과 손실을 가르는 기준은 ‘이 방식으로 일관된 매매가 가능한가’로 귀결된다.

 

트레이더 세계에는 언제나 ‘보조지표 최소화’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지표가 많아질수록 의사결정이 복잡해지고, 서로 상충되는 신호에 치여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진영에서는 “상호 보완적 지표를 여러 개 결합해야 거짓 신호를 거르고,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확률적 우위를 확보한다”고 역설한다. 마치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가 맞서는 듯한 구도다. 그러나 둘의 목표점은 같다. 시장 움직임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이익을 내는 것이다.


보조지표가 적을수록 단순해진다는 믿음

한눈에 차트가 복잡해 보이면 심리적으로도 멀미가 난다. 바로 이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조지표 사용을 최소화하는 트레이더들이 존재한다. 모든 보조지표는 결국 가격과 거래량 같은 기초 데이터를 재가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들은 말한다. 이동평균선은 과거 가격의 평균치를 시각화한 것이고, RSI나 MACD처럼 ‘과매수·과매도’ 영역을 표시해주는 지표 역시 일정 기간의 시세 변동 폭을 재해석해 그래프화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점에서는 지표가 많아질수록 결국 비슷한 신호를 반복적으로 읽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예컨대 MACD를 쓸 때, 따로 이동평균선을 추가로 겹쳐놓으면 결국 MACD의 기초가 되는 이동평균 정보가 중복되는 꼴이다. 이런 중복이 쌓이면 신호 해석이 복잡하게 되고, 특정 신호 하나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매수·매도 결정에 장애가 발생하고, 시장이 반대로 움직일 때 손절이 늦어지는 문제도 생긴다.

 

또한 지표가 많아질수록 오로지 눈앞의 차트에만 집중하게 돼 시장 전체의 맥락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큰 추세 전환이 나타나는 시기, 혹은 글로벌 경제 이벤트로 인해 시장이 들썩일 때, 캔들 패턴과 거래량 같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시그널을 복잡한 지표 해석에 매몰돼 놓쳐버리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조지표 최소화를 외치는 사람들은 “차트에 너무 많은 선과 그래프가 있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 주장한다.


다중 지표로 거짓 신호를 걸러낸다는 논리

반대편에 서 있는 트레이더들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보조지표를 하나만 쓰면 거짓 신호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RSI 지표가 과매수 구간을 가리켜도 실제로는 추가 상승이 이어질 수 있고, MACD가 골든크로스를 보여도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시장이 변동성이 심할 때, 혹은 특정 자산에 기관 세력이 집중 매수·매도를 시도할 때, 단일 지표가 잘못된 신호를 남발한다면 큰 손실이 발생한다.

 

이들은 다중 지표를 사용하는 이유를 “서로 다른 유형의 지표가 역할을 분담한다”는 점에서 찾는다. 예컨대 추세 확인용으로는 단순 이동평균선(SMA)을, 모멘텀 파악용으로는 MACD나 스토캐스틱을, 변동성 체크용으로는 볼린저 밴드를, 거래량 추적용으로는 OBV(On Balance Volume) 같은 지표를 두세 개씩 동시에 확인한다. 그중 대부분이 동일한 방향을 가리킬 때만 매수·매도 결정을 내린다면, 단일 지표에 기대는 것보다 확률적으로 더 높은 신뢰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도 위험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보조지표가 많아지는 만큼 백테스트 과정에서 ‘과적합(Overfitting)’이 일어날 수 있다. 과거 시장 데이터에 맞춰 설계된 지표 조합이 실제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보조지표가 많더라도, 각 지표의 역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고, 실전에서 꾸준히 미세 조정을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매매 경험을 통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매매 스타일을 가르는 핵심, 시장 구조와 심리

보조지표를 얼마나 쓰는지, 어떤 조합으로 세팅하는지보다 우선인 것은 결국 시장 구조와 심리다. 시장 참여자들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차트는 곁가지일 뿐,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시장 참여자의 심리와 자금 흐름”이라고 말하는 부류, 그리고 “차트가 심리를 반영한다. 그 반영 양상을 지표로 정밀하게 읽어야 한다”고 믿는 부류다.

 

어느 쪽이든 리스크 관리는 동일하게 강조한다. 아무리 지표가 완벽한 듯 보여도,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으로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따라서 손절선과 목표 수익선을 미리 설정해두고, 지표가 보여주는 신호가 바뀔 때마다 한 발짝 물러서서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매매 횟수가 많든 적든, 보조지표가 많든 적든,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면 결국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트레이더에게 차트는 일종의 지도처럼 활용된다. 여기서 더 깨어 있는 이들은 “지도가 너무 복잡하면 길을 잃는다”고 말한다. 반면 다른 이들은 “지도가 상세할수록 험한 길을 안전하게 피해갈 수 있다”고 한다. 명제 자체는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결국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장이라는 미개척지를 탐험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는 데서 둘은 만난다.


보조지표 최소화 vs 다중 지표, 화해의 지점

현실적으로는 중도적 접근을 선호하는 트레이더가 많다. 보조지표를 싹 지워버리지는 않으면서도, 꼭 필요한 지표만 골라 쓰겠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추세는 이동평균선을 통해 확인하고, 변동성은 볼린저 밴드나 ATR(Average True Range)로 체크하며, 모멘텀은 MACD만으로 한정한다. 이런 방식을 쓰면 그래프가 너무 지저분해지지 않고, 동시에 다양한 측면의 신호를 동시에 포착할 수 있다.

 

이처럼 보조지표를 너무 많이 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만, 아예 안 쓰면 필요한 포인트를 놓칠 수 있다는 현실적 고민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핵심 지표만으로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백테스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시점에 강점을 보이는 지표들로 조합을 만들어 실전에서 검증하고, 시장 상황이 바뀌면 필요에 따라 설정값을 조정할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표가 매매 신호를 발생시키면 자동으로 믿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매매 경험을 통해 ‘이 지표는 어떤 상황에서 특히 잘 맞고, 어떤 때에는 잘못된 신호를 많이 준다’는 맥락적 정보까지 습득하는 것이다.


긴 여정의 끝, 그리고 새로운 의문

보조지표를 쓰든 쓰지 않든, 중요한 것은 매매 방식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자신만의 기준을 흔들림 없이 적용할 수 있느냐다. 마켓에서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어떤 때는 보조지표 신호를 무시하고, 어떤 때는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식의 갈팡질팡이다. 무엇보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통계적으로 유의해 보이던 지표 조합도 특정 국면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투자자로서의 유연한 사고가 요구된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해서는 자기가 세운 전략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손실이 나더라도 왜 실패했는지를 기록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이란 거울에 끊임없이 얼굴을 비춰봐야 ‘아, 지금 화장이 번졌구나’라고 인지하듯, 보조지표 시스템이든 가격 흐름 중심의 매매든 결국 자기 점검이 빠지면 한순간에 깨져버린다. ‘어떤 지표를 몇 개나 쓸 것인가’라는 물음은, 어쩌면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언제나 살아 있는 질문이어야 한다.

 

자신의 매매 철학과 스타일에 따라 일치하는 보조지표 세트를 구축할 수도 있고, 완전히 배제하고 시장 심리를 직관적으로 꿰뚫는 길을 갈 수도 있다. 결국 양쪽 모두 같은 결론을 공유한다. “앞으로도 시장은 끊임없이 움직일 것이고, 완벽한 답안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보조지표를 많이 쓰든 적게 쓰든,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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