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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딩의 세계에서 말하는 모멘텀 지표는 속도를, 강도 지표는 추세의 힘을 보여준다. 오늘은 해당 지표들의 흥미로운 이면과 전략적 활용성, 그리고 오실레이터라는 정체 불명의 진동 지표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런 시장의 맥박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신호 속에서 길을 찾는 법이 있다면
이제 막 거래를 시작한 초보자에게 가장 큰 환영사는 지표의 홍수다. RSI, 스토캐스틱, CCI, ROC 같은 이름들은 각종 정보지와 투자 포털을 휘젓고 다닌다. 이들은 보통 ‘모멘텀 지표’로 묶인다. 모멘텀 지표의 핵심은 가격이 단기간 얼마나 빨리 오르거나 내리는지를 측정한다는 것이다. 속도가 관건이다. 일례로 RSI(Relative Strength Index)는 최근 상승폭과 하락폭의 비율을 산출해 0~100 범위로 나타낸다. 시장에서 RSI가 70을 넘어가면 과매수, 30 아래로 내려가면 과매도 신호를 보낸다. 스토캐스틱도 비슷한 원리로 0~100 사이 어딘가에서 현재 가격이 고점 대비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혹은 저점 대비 얼마나 올라가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숫자에 모두가 열광할까. 단기적으로 ‘너무 올라갔다’ 혹은 ‘너무 내려갔다’는 사실이 반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과열되면 적절한 조정을 거친 뒤 다시 균형점을 찾는 경향이 있다. 모멘텀 지표는 그러한 변곡점을 찾아낼 열쇠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매번 속고 속이면서도, 평균회귀라는 시장의 관성을 믿는다. 재밌는 건, 이 지표들이 언제나 맞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RSI가 80을 돌파해도 더 오를 수 있고, 20 아래에서 잠복하던 시장이 한참 뒤에야 반등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것이 투자라는 게임의 묘미다.
강도는 시장의 근력을 보여준다는 말이 있는데
추세 추종 투자자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속도가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방향이 뚜렷하면 끝까지 붙들고 간다. 강도 지표는 이러한 관점에 딱 부합한다. 예를 들어, 유명 지표 중에 ADX(Average Directional Index)라는 게 있다. ADX는 추세가 강한지 약한지를 수치로 나타낸다. 25 이상이면 추세가 강하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20 이하에서 오락가락하면 별다른 추세가 없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방향성은 DI+와 DI-가 담당하고, ADX는 오직 추세의 힘이 얼마나 세냐를 말해준다.
RVI(Relative Vigor Index) 같은 지표도 있다. 현재 시장의 에너지가 충분히 지속될 만한가를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강도 지표라고 해서 전부 똑같은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량을 함께 고려하는 OBV(On-Balance Volume)는 추세 방향을 좀 더 확신 있게 해석하게 돕는다. 거래량이 급증할 때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면 이를 시장의 강한 매수세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상승추세인데 거래량이 급감한다면 ‘힘이 빠지고 있다’고 해석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강도 지표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올랐나”가 아니라 “얼마나 확실한 기반 위에서 오르고 있나”를 따진다.
오실레이터, 진동이라는 뜻이긴 한데
기술적 분석을 접하다 보면 오실레이터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사람들은 주로 0~100 범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RSI나 스토캐스틱을 떠올린다. 그런데 MACD나 RVI 같은 지표도 오실레이터 범주에 들어간다. 중요한 것은 정해진 상한선과 하한선이 있냐가 아니라, 어떤 기준선을 중심으로 진동하느냐라는 특징이다. MACD는 0을 기준선으로 위아래로 움직인다. RVI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진동은 무엇을 암시할까. 오실레이터는 시장이 과열되거나 침체될 때, 즉 표준 범위를 벗어나 과매수나 과매도 상태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때로는 중심선을 뚫고 가파르게 움직일 때가 있는데, 이는 보통 큰 변동이 시작될 조짐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이 징후를 기반으로 반전 매매, 즉 “너무 올랐으니 곧 떨어지겠다” 혹은 “너무 떨어졌으니 반등하겠다”라는 전략을 계획하기도 한다. 재밌는 사실은, 특정 추세가 아주 강력할 때 오실레이터는 한쪽 극단에 몰려 한동안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그러니 오실레이터를 활용할 때는 추세의 흐름과 병행해서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지표를 바라보는 법, 시장을 해석하는 법
모멘텀 지표와 강도 지표를 동시에 활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는 어느 한쪽에만 의존하면 생길 수 있는 가짜 신호를 걸러내기 위함이다. 예컨대 RSI가 80을 넘어선 상태라서 너무 많이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ADX가 40 이상으로 가파르게 상승 중일 수 있다. 이렇다면 시장의 추세가 워낙 강력해 더 오를 수도 있는 시나리오를 또한 고려해야 한다.
사실 모든 지표는 과거 데이터의 산물이다. 미래를 예측한다고 큰소리치기에는 불완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투자자에게 유용한 도구인 건 분명하다. 통계적 확률과 시장 심리는 어느 정도 반복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표들을 날카롭게 활용하고, 그것을 읽어낼 눈을 기르면 분명 시장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오실레이터를 통해 잠재적 반전 지점을 탐색하고, 강도 지표로 추세가 아직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전략은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당연히 절대적 법칙은 아니다. 누구도 특정 지표가 100% 맞는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도 간단한 데다 직관적이라는 이점이 있다. 특히나 투자 입문자라면, 차트를 복잡한 패턴보다 숫자와 선으로 구성된 지표를 먼저 익히는 것이 차라리 낫다. 수많은 뉴스, 정치 이벤트, 기업 재무제표가 요동치는 시장에서, 지표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가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은 종종 무정한 전쟁터로 비유된다. 그러나 지표는 무기라기보다 나침반에 가깝다. 방향감을 잃고 방황할 때, 최소한 언제쯤 항로를 수정할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물론 나침반이 언제나 정북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거센 폭풍우나 강력한 자장이 형성되면, 나침반도 흔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본질적인 기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모멘텀 지표와 강도 지표는 단기 반전 포착과 장기 추세 판단이라는 목적에 부합하여 오늘도 차트 위에서 깜박이고 있다.
시장은 결코 하나의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여러 지표들이 교차하며 크고 작은 사건, 수많은 이슈, 그리고 사람들의 욕망이 맞물린다. 가끔은 터무니없이 폭발적이고, 때로는 고요하게 잠잠한 날들이 이어진다. 그렇기에 지표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도구다.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활용 방법은 트레이더 수 만큼이나 다양하다. 모멘텀, 강도, 오실레이터라는 이름 아래 놓인 이 복잡한 세계를 제대로 파헤치고 싶은 이라면 차근차근 공부해보기를 권한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누구도 몰랐던 통찰을 얻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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