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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비유되는 매매의 시작
어떤 매매법을 접할 때, 누구나 막막함을 느낀다. 지표와 차트를 어디서부터 확인해야 할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는 시장 흐름을 어떻게 따라가야 할지 막연해진다. 그래서 많은 이가 레시피를 대입해본다. 레시피가 주방에서 제 역할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재료 손질부터 불 조절, 간 맞추기까지 한 단계씩 순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매매법도 마찬가지다. 어떤 순간에 매입해야 하는지, 언제 매도해야 하는지 순서와 기준을 만들어두면 복잡해 보이던 흐름이 의외로 간단하게 정돈된다.
매매법을 레시피라고 부르는 근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레시피는 숙련도와 경험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매매법 역시 투자자의 경험과 시장 이해도에 따라 수익률이 극적으로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레시피대로만 조리해도 적당히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들지만, 숙련된 요리사는 같은 재료로 레스토랑급 요리를 완성한다. 매매법도 기술적 분석을 토대로 기계적으로 따라가면 일정 부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지만, 시장 정서를 정확히 파악하거나 예측 불가한 변동성을 간파하는 사람은 훨씬 높은 성과를 거두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매매법, 그리고 레시피 사이에는 어떤 구체적인 공통점이 있을까. 레시피에는 의외로 많은 ‘숨은 단계’가 존재한다. 예컨대 재료를 세척하거나 수분을 제거하는 과정, 혹은 발효가 필요한 경우 충분히 숙성하는 시간이 들어간다. 매매법에서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차트를 보는 것 이상의 단계가 숨어 있다. 자산 배분 전략, 시황 분석, 심리적 안정, 복기 등을 모두 고려하는 종합적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추가 작업을 생략하면, 마치 요리에서 발효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한 반죽처럼 어딘가 덜 익은 상태로 매매에 나서게 된다.
주방에서도, 자산 시장에서도 기대한 맛을 내려면 시간과 정성이 필수다. 단번에 모든 단계를 습득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함정이다. 때로는 퀵 레시피 같은 느낌으로, 단기 수익을 노리는 초단타 매매법이 유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항상 성공적이진 않다. 장기적으로 전반적 흐름을 파악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레시피가 훨씬 안정적이라는 사실이 여러 데이터를 통해 입증됐다. 영국의 한 투자 전문 매체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장기 플랜을 가지고 매매하는 투자자가 단타 위주의 투자자보다 평균적으로 1.4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단계별 체크리스트와 재료 손질의 유사성
크게 볼 때, ‘1단계: 재료 손질 → 2단계: 불 조절 → 3단계: 간 맞추기’라는 레시피가 있다고 하자. 매매법도 마찬가지다. 투자 종목을 선정하고(재료 손질), 진입과 청산 시점을 결정하며(불 조절), 최종적으로 이익 실현 또는 손절 전략(간 맞추기)을 확정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변수가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요리에서 ‘적당히 익힌 상태’가 요리사마다 다르듯, 매매에서 ‘고점’ 혹은 ‘저점’이라는 신호도 사람마다 다르게 포착될 수 있다.
그러나 레시피처럼 매매법에도 어디까지나 기준이 존재한다. 중간에 맛을 보듯, 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절차가 있다. 장중 변동성, 기업 이슈, 시장 분위기 등을 면밀히 살피면서 자신의 매매법 체크리스트와 비교한다. 노이즈를 제외하고 진짜 흐름만 잡아내는 능력은 숙련되었을 때 나온다. 초보자는 사소한 흔들림에도 쉽게 겁먹고 판단을 바꾼다. 오버쿡이 되는 것이다. 요리에서 불을 너무 세게 오래 가하면 재료 본연의 맛이 사라지고 마는 현상이, 투자에서는 과도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레시피는 수많은 시도를 통해 더 정교하게 개선될 수 있다. 매매법 역시 시장에서의 시행착오가 축적될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경험 있는 요리사가 재료 특성에 따라 불의 세기를 다르게 조절하듯, 숙련된 투자자는 종목의 변동성, 거래량, 매물대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이 모든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면 그게 바로 고급 매매법이 된다.
창의성과 철저함의 이중주
레시피는 창의성과 철저함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동시에 요구한다. 정밀 계량, 온도 관리, 순서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황에 맞는 변형과 대체 재료 사용이 어우러져야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 매매법 또한 마찬가지다. 기술적 분석 지표들, 예컨대 캔들 패턴, 거래량, 이동평균선(MA), 상대강도지수(RSI), MACD 등의 지표를 일종의 계량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움직임을 정형화하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진입과 청산 시점을 고민한다.
그런데 막상 매매에 들어가면, 시장이 단순히 이론적 지표만 따르는 경우는 드물다. 갑작스러운 국제 정세 변화나 기업 이슈, 혹은 투기적 자금이 대거 들어오면서 차트가 요동칠 때, 기계적인 지표 신호만 봐서는 예측 불가한 부분이 생긴다. 요리사가 오늘의 재료 상태를 고려해 레시피를 조정하듯, 투자자도 상황을 고려하여 매매 전략을 유연하게 변형해야 한다.
물론, 즉각적인 대응에만 의존해 모든 규칙을 무시하고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 레시피를 무작정 뜯어고치면 요리가 망가질 가능성이 커진다. 마찬가지로, 매매법에서 기본적인 손절 라인이나 리스크 관리 방안을 허물어버리면 계좌가 순식간에 녹아버릴 수 있다. ‘철저함’과 ‘창의성’이라는 두 축을 적절히 유지하는 균형 감각이야말로 레시피와 매매법의 핵심 교집합이다.
숙성과 마스터리: 반복의 가치를 놓치지 말 것
요리는 시간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특히 반죽이나 발효 과정, 혹은 재료의 맛이 어우러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매매에서도 마찬가지다. 종목을 잘 골랐다고 해서 바로 수익이 날 거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어떤 종목은 특정 이벤트를 계기로 짧은 시간에 급등하기도 하지만, 거시적 환경이 호재로 작용해 길게 우상향하기도 한다. 이처럼 매매에는 숙성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흔히 말하는 가치투자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믿고 오랜 시간을 들여 투자하는 행위다. 이는 발효식품을 오래 숙성시켜 깊은 맛을 내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숙성과정은 매매법을 완성하는 투자자의 ‘마스터리’와도 이어진다. 요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작은 실수도 놓치지 않고 복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소금을 얼마나 넣었는지, 불 조절을 몇 분이나 했는지 꼼꼼히 기록해둔 후 다음에는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보면서 경험치를 쌓아나간다. 매매법도 마찬가지다. 손실을 경험했을 때, 단순히 시장이 나빴다고만 탓하면 성장이 없다. 진입 시점과 청산 지점, 사용한 지표와 포착 신호 등 여러 요소를 체계적으로 복기하고 데이터화하여 다음 매매에 반영해야 한다.
노련한 트레이더들은 트레이딩 일지를 거르지 않는다. 손실과 이익을 구분 없이 기록하며, 매매 결정의 근거를 꼼꼼히 정리한다. 이런 축적의 결과로, 레시피가 요리사에게 점점 더 최적화되듯 매매법이 자기만의 색깔을 갖추게 된다. 그렇게 차근차근 완성된 매매법은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을 갖게 된다.
시장 상황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끝까지 지키는 힘은 결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좋은 요리가 오랜 시간 뒤에야 완성되는 것처럼, 탄탄한 매매법은 오랜 시장 경험과 복기를 통해 완성된다. 이를 기억해둔 사람만이 시장의 급격한 파도에도 의연함을 유지할 수 있다.
길게 보면, 매매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습관의 영역이다. 레시피를 숙지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그 레시피를 자기 손에 맞게 길들이는 과정이 중요하다. 매매법 역시 원리에 관한 이해와 반복 학습을 통해, 결국 자기 고유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길을 찾는다. 이것이 매매법을 곧 레시피로 볼 수 있는 핵심적 이유다. 레시피에는 늘 변주와 창조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매매법 역시 정해진 틀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매매법은 레시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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