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비트코인의 강세장과 약세장을 구분하는 가장 드라마틱한 지표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이른바 ‘온체인 데이터’라고 불리는 기록이다. 거대한 분산 원장 위에서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는 비트코인의 특성을 활용하는 분석 기법이다. 보유기간, 트랜잭션 패턴, 지갑 이동 내역 같은 데이터를 조합해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해석하고 미래 흐름을 짐작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긴 시간 동안 잠들어 있던 코인의 총량을 뜻하는 ‘Long-Term Holder(LTH) Supply’가 특히 주목받는다. 155일이라는 기준이 언급될 때, 사람들은 이 지표가 마치 미래를 예견하는 비밀 열쇠인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과연 이 숫자가 단순한 미신이 아닌지는 끊임없이 논란이 된다. LTH Supply가 실제로 가격 방향을 예측하는지, 아니면 뒤늦게 해석되는 후행 지표에 불과한지, 또한 기관 자본이 밀려들어 오는 상황에서 이 지표가 의미가 있을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 반감기라는 가장 상징적인 이벤트와 LTH Supply의 상관관계 역시 중요한 화두다.

 


온체인 분석,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온체인 분석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된 모든 거래 데이터를 토대로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을 추적하는 시도다. 이 행위를 가능케 하는 배경에는 비트코인이 가진 특유의 투명성이 있다. 중앙화 서버가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노드(채굴기)에 모든 기록이 남아 있으며, 지갑 주소가 가진 코인이 언제,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공개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단기 보유자 구분, 거래소 유입 출금량, 코인 재분배 상황 같은 정보를 수집한다.

 

가격이 폭등하면 장기 보유자들이 코인을 대거 매도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더 담는지 파악하려고 한다. 반대로 가격이 폭락할 때는 단기 투기 세력이 떠나고 장기 보유자들의 비중이 커지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이렇게 축적된 온체인 지표는 기존 증권시장과는 달리 자산 이동 경로를 훤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갖는다. 그러나 모든 데이터가 즉시 예측력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디지털 발자국 중 실제 시장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지표는 제한적일 때가 많다. LTH Supply가 시장 분석가들 사이에서 각별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지표가 장기 투자자의 심리를 농축해 보여준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장기 보유자는 하루가 다르게 변동하는 시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성향이 있다. 거래소 지갑에서 단기 회전율이 높은 물량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지갑 안에 잠겨 있는 코인에 주목하는 것은 그러한 성향을 찾기 위함이다. 그런데 왜 155일이 기준인지 궁금할 수 있다. 155일이라는 숫자는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관이 보유 패턴을 면밀히 추적한 결과라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이 기준이 가진 의미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어쩌면 155일이 아니라 180일이 될 수도 있고 200일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주요 기관이 155일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느 정도의 실증적 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LTH Supply는 과연 미래를 예측하는가

LTH Supply 지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어느 쪽은 이 지표가 상당히 선행적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비트코인 사이클에서 LTH Supply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강세장의 중후반부 신호였고, 증가하는 시점에서는 바닥을 다져가는 패턴이 반복됐다고 설명한다. 시중 매도 물량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 보유자들이 축적을 멈추지 않으면, 시장은 서서히 상승 국면으로 전환했다는 논리를 덧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후행 지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시점에서 LTH들이 일부 물량을 내놓기에 LTH Supply가 감소하고, 이 감소가 기록되는 순간에는 시장이 이미 상승 추세를 타고 있을 때가 많다는 주장이다. 예측을 하기보다, 과거의 움직임을 수치로 확인하는 데에 가깝다는 말이다. 또한 LTH Supply가 어떠한 매크로 경제적 요인이나 규제 이슈, 특정 사건의 영향을 선제적으로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LTH Supply는 시장 참여자의 행동과 심리를 드러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것 만으로 완벽한 미래 지침이 되기는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방은 단순히 데이터 해석 방식의 차이만은 아니다. LTH Supply가 감소한다고 해서 모두가 당장 매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LTH Supply가 증가한다고 해서 바로 매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시장의 흐름은 심리와 대외 환경 변화, 대규모 투자자의 매집 시점 같은 여러 요소가 결합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LTH Supply를 하나의 기계적 신호처럼 받아들이는 태도는 위험하다. 대부분의 온체인 분석가들이 SOPR, MVRV, 거래소 보유량 같은 여러 지표를 함께 살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대한 기관자본이 들어오면 온체인 지표는 흔들리는가

최근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기관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ETF 승인 이슈가 공론화되고 대형 금융사들이 비트코인을 거래하거나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에 넣으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큰손 자본이 들어오면 온체인 지표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 가늠하기 어렵다. 기관들은 보통 장외거래나 커스터디 서비스를 통해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은 일부 온체인 지표에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효율적 시장 가설이 강화되는 상황이라면, 정보의 비대칭성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생긴다.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유사한 온체인 데이터를 주목하게 되면, 그 지표가 가진 알파 가치가 점차 사라지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온체인 지표를 기반으로 시장 타이밍을 잡는 전략이 대중화되면, 더 이상 차별화된 이점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온체인 데이터가 전혀 무의미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 각 지갑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여전히 시장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기관 자금이 유입되어 가격의 변동성이 일정 부분 완화되더라도, LTH Supply 같은 지표는 최소한 시장 참여자들의 보유 성향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그 영향력의 크기는 과거처럼 압도적이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시장이 성숙할수록 온체인 지표가 미래 방향을 이전과 같을지는 더 알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지표가 보여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유자들의 성향이기에, 매수와 매도가 단순히 감정적 이유로만 좌우되지 않는 기관 주도 시장에서는 정보 해석이 상대적으로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반감기와 LTH Supply의 교차점은 어디인가

비트코인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상징적인 이벤트로 반감기를 거론한다. 채굴 보상량이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시장이 새롭게 반응하는 흐름이 반복되어왔다. 이 시점에서 LTH Supply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반감기 직전, 장기 보유자들이 코인을 들고 기다리는 경향이 강해지면 LTH Supply가 서서히 증가한다. 반감기가 다가올수록 상승 기대감에 대한 심리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반감기 이후 시장이 본격적으로 들썩이기 시작하면, 일부 장기 보유자는 보유 물량을 차익 실현 목적으로 내놓는다. 이 시점에는 LTH Supply가 감소하고, 가격이 단기간 급등하는 패턴이 과거 몇 차례 사이클에서 반복적으로 관측됐다. 다만 언제나 반감기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대외적인 경기 침체나 예기치 못한 사건이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치면, 그 흐름이 온체인 지표나 반감기 효과를 잠재울 가능성이 있다.

 

결국 반감기와 LTH Supply의 관계는 비트코인 내부 메커니즘과 투자 심리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공급이 줄어드는 구조와 장기 보유 패턴이 서로 맞물릴 때 시장은 강한 상승 동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반감기는 주기적으로 돌아오며, LTH Supply가 모두에게 알려진 지표가 됐다. 정보가 알려질수록 투자 행동은 조금씩 달라지고, 그로 인해 과거 사이클과 전혀 다른 예외적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투명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혼재해 있는 것이다.

 


온체인 지표는 비트코인의 나침반 혹은 후행 지표라는 상반된 평가 사이를 오가지만, 투자자 행동을 가장 근접하게 포착한다는 점에서는 부정하기 어렵다. LTH Supply 같은 세부 지표가 정말 미래를 예측하는지는 누구도 확언하기 힘들다. 다만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 압력이나 축적 흐름을 가늠하고, 거기에 시장 사이클과 외부 환경을 결합해 해석할 수 있다면 더 나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기관 자본 유입으로 기존의 온체인 지표의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이 태생적으로 지닌 투명성과 개방성은, 전통 자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정보를 계속 제공한다. 비트코인이 반감기와 함께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지, 그리고 LTH Supply 같은 지표가 그 길을 밝히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를 주의 깊게 지켜볼 가치가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