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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재난, 왜 투자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엄청난 태풍이 해안을 강타했고, 거대한 지진이 도시를 덮쳐 인프라가 마비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사람들은 대개 이런 상황을 혼란과 파멸의 시작으로 느낀다. 물론 재난은 끔찍한 피해를 남기고, 지역 사회와 경제 전반에 큰 상흔을 새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재해 직후에는 시장 논리가 다르게 움직이기도 한다. 피해가 클수록 복구가 불가피해지고, 복구에 필요한 자본은 어느 방향으로든 흘러간다. 그 흐름을 제대로 포착하면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
재난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큰 공포를 느낀다. 보험사들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보험금 지급 부담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재보험사가 등장한다. 일반 보험사가 이미 인수한 위험을 또 한 번 나눠 지는 구조인 재보험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시점에 보험사에 보호막을 제공한다. 모두가 위험하다고 피할 때, 이들은 오히려 보험료를 높여 새로운 계약을 받고 한층 더 큰 수익을 기대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나 동일본 대지진 사례를 살펴보면, 재해 발생 직후 재보험사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흔들리지만 비교적 빨리 회복하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이는 재해 발생 이후 보험료가 크게 상승하고, 유동성이 급격히 유입되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언뜻 보기에 불안정해 보이는 국면이 재보험사 입장에서는 장기적 이익을 확보하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불확실성이 극에 달할 때, 거꾸로 재보험사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이 늘어난다.
재해는 공포 그 자체이지만, 복구와 재건이 뒤따르는 과정에서 대규모 건설, 원자재 수요, 인프라 재정비가 불가피하다. 기술적으로 보면 부실해진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기준과 설계로 재건축하는 일련의 사이클이 몇 년간 지속된다. 이때 건설과 소재 기업, 재보험사, 그리고 관련 금융상품은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순간에 이들이 틈새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보험, 익숙하지 않은 이름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재보험은 쉽게 말해 보험사의 보험이다.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각종 보험을 들듯이, 보험사도 손실 분산을 위해 또 다른 보험을 든다. 어떤 회사가 해안 지역에 거대한 태풍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면, 사실 그 위험의 상당 부분은 재보험사에게 이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재보험사는 한두 지역이나 한두 상품에 집중되는 위험을 넓고 다각도로 분산해 글로벌 차원에서 큰 수익을 창출한다.
피해가 광범위해질수록 재보험료는 상승한다. 누군가 그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면, 그 대가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보험사는 대형 재해 직후 더 큰 보험료를 받을 수 있고, 그만큼 미래 수익이 높아진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필연적인 재해 시장의 순환 구조다.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뒤 수개월에서 1년 사이에 보험료가 급등하고, 지급 위험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이익률이 수직 상승한다.
워런 버핏이 재보험 사업을 특히 좋아했던 이유도 이 점에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재보험사 제너럴 리는 글로벌 리스크를 다루면서 금융위기나 대재해 때마다 큰 이익을 얻었다. 단지 주가의 단기적 급락만 보고 겁에 질려 매도하는 사람들과 달리, 버핏은 재해 이후의 구조를 내다보고 지분을 확대한다. 가장 위험이 커 보이는 국면에서 매수를 결정하는 투자 방식이 궁극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가져왔던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재보험만으로 모든 투자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재보험사 역시 재해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커지면 재무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탑티어 재보험사들이 수십 년간 다양한 재난을 겪으며 축적해온 리스크 관리 노하우는 무시하기 어렵다.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시장과 계약 구조를 재편해 가며, 새로운 재해가 올 때마다 보험료가 높아지는 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거대한 파도 속에서, 어떻게 오래 살아남을 것인가?
자연재해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기후 변화로 인한 태풍, 해수면 상승, 도시에 집중된 인구와 고층 건물의 취약성 등은 언제 어디서나 재난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미래를 맞이하면서 투자자는 두려움에 빠질 수도 있지만 그 와중에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
관련하여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분산이다. 어떤 재해가 어떤 지역에 어떤 방식으로 닥칠지 누구도 모른다. 재보험사가 전 세계의 다양한 위험을 나누어 갖듯, 투자자 역시 한 자산, 한 지역, 한 업종에만 몰입하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 재난 이후는 단기적 공황 상태로 전개되지만, 곧이어 재건 수요가 커지고 원자재부터 인프라, 금융 전반에 새로운 자금이 흘러간다. 재해가 시장에 드리운 그늘을 기회로 바꾸려면, 미리 준비한 포트폴리오가 핵심이다.
두 번째로 기억해야 할 점은 너무 빨리 팔지 않는 침착함이다. 재해 직후 주가는 하락하지만, 회복 단계가 시작되면 빨라야 수개월, 길면 1년 이상에 걸쳐 충분히 반등한다. 거기에 재보험료 인상까지 반영되면 안정적 수익을 기대해볼 만하다. 가장 흔들리는 순간에 차분하게 버티거나 오히려 추가 매수를 결정할 수 있다면, 다른 이들이 공포에 질려 매도할 때 비교 우위를 지킬 수 있다. 투자 세계에서 이성적 태도가 왜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결국 대규모 자연재해는 사회와 경제에 크나큰 상처를 남기면서도, 새로운 흐름과 기회를 만들어왔다. 재보험사에 대한 관심, 원자재 및 건설 인프라 기업의 상승, 그리고 방재 관련 기술의 발달이 그 예시다. 자본 시장은 늘 공포와 탐욕이라는 양면의 얼굴을 품고 있고, 재해라는 비극적 사건도 시장을 새롭게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부분이 있다. 재해 자체를 단순히 기회라고만 치장해서는 안 되겠지만, 위기가 곧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음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재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재해 이후 어떤 방향으로 세상이 움직일지를 아는 사람에게는, 그곳이 투자와 생존의 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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