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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통화량 논의가 중요한가?

자본주의 경제 구조에서 통화량은 혈액처럼 돌며 호흡을 책임지는 존재라고 여겨진다. 돈의 흐름은 단순히 화폐가치 측정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이끌어가는 숨은 동력과 같은 성격을 띤다. 과거 1929년 대공황 시기에 통화량이 급감했던 상황이 경제 침체를 심화시켰다는 점은 통화 공급의 역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거대한 공장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며, 은행이 도산했던 파국 뒤에는 긴축적 통화정책과 급속한 M2(통화량) 축소가 깔려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적 시선에서 통화량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측정되고 해석된다. 금본위제에서 탈피한 이후,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절하거나 양적완화 등의 정책으로 시장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거나 흡수한다. 그렇게 통화량 지표는 경제의 리듬을 가늠하는 강력한 창문이 되었다. 지난해부터 M2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재차 회복되는 흐름이 관찰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 숫자가 과연 경기를 예측하는 실제 지표인지, 단순한 정책적 조정 결과인지를 두고 흥미롭게 지켜봤다.

 

통화량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혹은 줄어들었는지가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과도해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통화량이 뚜렷하게 줄면 경제 전반이 냉각되며, 기업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거나 개인이 소비를 줄이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쪽이든 극단을 피하기 위해서는 통화량을 비롯한 유동성 흐름이 적절히 조절될 필요가 있다. 다만 숫자 하나만 보고 이를 전부 판단하기는 어렵다. 통화량이 회복되었다고 해서 경기침체 위험이 완전히 가셨다고 단정하기 힘들며, 반대로 통화량이 줄었다고 해서 바로 공황이 닥치는 것은 아니다.


통화량 M2 변화와 금융시장의 숨은 신호는 무엇인가?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정기예금 등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빠른 자금을 폭넓게 포함한다. M1에 비해 범주가 넓으며, 실질적인 소비와 저축 흐름을 동시에 비춘다. 통상적으로 M2가 감소하면 유동성이 경직되었다고 해석하며, 이는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자금 조달이 어렵거나 부담스러워짐을 시사한다. 따라서 자산시장도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된다. 대표적으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갑작스러운 통화량 축소 또는 증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몇 년간의 사례를 보면, 팬데믹 시기에 중앙은행들이 자금을 대규모로 풀어주었고, 그 결과 M2가 폭증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이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그간의 완화적 정책을 되감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M2 증가세가 주춤했다.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금방 반등했을 때, 일부 전문가는 경제의 근본적 체력이 좋기에 금세 회복된 것이라고 봤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일회성 정책 효과에 따른 유동성 반등일 수 있고, 아직까지 부채 축소 과정이 끝나지 않아 시장이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진실은 여러 지표를 더해봐야 알 수 있다. M2 외에도 금리, 고용률, 소비 지출, 기업투자, 생산지표 등을 종합해보면 경기 흐름이 훨씬 명확하게 드러난다. 만약 M2가 증가했어도 기업들이 실제로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상태라면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 반면 M2가 줄어들었더라도 생산성이 높아지고 기업 이윤이 탄탄하게 유지된다면, 생각보다 큰 타격이 없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이 한 지표에만 의존하기에는 경제가 너무나 복합적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어디로 가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맞물리는 흐름은 늘 단순한 예측을 거부한다. M2 변화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동시에 M2는 통화정책 방향과 시장의 유동성을 가늠하는 데 꽤 유용한 단서를 제공한다. 시중에 돈이 풍부하면 자산가격이 한껏 치솟을 수 있고, 반대로 급격한 축소가 이뤄지면 소비와 투자 모두가 얼어붙기 쉽다.

 

개인이나 기업이 대비할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통화량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성, 국제 정세, 기술 발전 등을 다각도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통화량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자산시장에 무조건 낙관론이 피어오를 것이라 단정하기는 이르다. 긴축과 완화가 교차하는 전환기는 변동성을 높이기 마련이다. 이런 시기에는 현금 확보와 분산투자, 혹은 경기민감도가 낮은 업종에 대한 관심도 유효하다. 고금리가 지속될지, 다시 완화로 돌아설지는 각국 중앙은행의 동향과 경제지표가 교차로 작동하며 결정되는 흐름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두 달의 M2 증감률보다, 통화정책과 실물 수요 간 괴리가 얼마나 좁혀지느냐다. 예를 들어 모든 체계가 원활히 굴러가면 대출이 확장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며 고용이 늘어나고,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반면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통화량 증가도 투자와 소비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숫자 하나에만 반응하기보다, 여러 지표와 시장 분위기에 좌우된다. 그렇기에 통화량 통계는 단서이자 출발점일 뿐, 확정판결이 되기는 어렵다.

 

그래도 전체 흐름을 조망하는 데 M2만큼 직관적이고 종합적인 지표가 드문 것도 사실이다. 급감과 급증 모두 시장에 충격을 준 사례는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남아있더라도 M2가 살아난다면 혹시나 하는 기대가 시장을 휘감는다. 그 기대가 실제 경제 전반을 살려내는 에너지가 되거나, 반대로 막연한 기대만 남고 거품이 꺼진 뒤에는 더 깊은 침체가 찾아올 수도 있다. 결국 어느 쪽으로 흐를지는 지금 벌어지는 다양한 지표와 정책,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가 맞물리면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