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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심리를 어떻게 포착할 것인가?

시장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투자자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종종 인간 군중의 심리와 다르지 않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탐욕과 두려움이 뒤섞여 공포를 만들어내고, 극단적인 기대감이 반전을 일으키는 순간이 차트라는 그래프 위에 선명하게 드러나곤 한다. 기술적 분석이 겉보기에는 캔들과 막대가 얽힌 딱딱한 숫자의 세계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 담긴 것은 일종의 거울이다. 린다 라쉬케(Linda Raschke)는 이 거울을 통해 군중의 심리를 꿰뚫어보려 했고, 그 흔적을 패턴으로 정리했다.

 

그녀는 과거 차트 데이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데이터 뒤에 묻어 있는 시장 참가자들의 감정적 결정을 파악하는 과정에 가치를 둔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어느 지점에서 캔들 패턴이 반복되는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지점에서 매수와 매도가 몰려서 특정한 형상을 만들어내는지를 고민한다. 이런 시각은 진입·청산 시점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숫자보다 사람의 심리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일례로 갑작스러운 급등 후에 형성되는 위꼬리 캔들은 이후 매도세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과열 구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고, 반대로 긴 꼬리를 단 하락 캔들은 대량의 공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더 이상 주가가 떨어지기 어려운 지지 구간을 만드는 상황일 수 있다고 해석하는 식이다.

 

린다 라쉬케는 시장이 합리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군중이 일정 구간에서 비합리적인 판단을 반복한다는 가정 위에 전략을 세운다. 말 그대로 심리가 반복되는 패턴을 찾는 것이므로, 어떤 종목이나 자산군이든 패닉과 랠리를 번갈아가며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차트 속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기술적 분석,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린다 라쉬케가 제안하는 접근법은 우선 시장 구조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추세 또는 비추세 구간에 따라 다른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기 이동평균선과 장기 이동평균선이 어느 방향으로 교차하는지, 거래량이 특정 구간에서 급증했는지를 먼저 본다.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도구 가운데는 이동평균선, MACD, RSI, 볼린저 밴드 같은 전통적인 지표가 포함된다. 이러한 지표들의 숫자 자체를 맹신하기보다는, 지표가 나타내는 시그널이 사람들의 어떤 심리적 흐름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라쉬케는 가격이 볼린저 밴드 상단에 꽉 달라붙어 흐르는 상황을 군중이 과도하게 한쪽으로 치우친 신호로 바라본다. 이때 시장이 한 번 더 상승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지만, 이미 상당수 매수 포지션이 들어가 있어서 작은 악재에도 쉽게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면 볼린저 밴드 하단에서 가격이 더 이상 밀리지 않고, RSI 지표가 극단적 과매도 수준에서 반등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사람들의 공포가 이미 정점에 달했다고 해석하고 매수 시나리오를 준비한다.

 

MACD의 시그널선 교차나 히스토그램 변화를 살펴볼 때도 같은 맥락이다. 상승 추세에서 MACD 선이 시그널선을 위로 돌파한다면 다수의 트레이더가 과거의 매물대를 돌파하거나, 손실을 보지 않으려는 두려움에서 도망쳐 탈출이 종료된 이후에 더 들어올 매수세가 생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한다. 이렇게 지표 하나하나가 인간의 심리가 투영된 결과물이라고 보는 태도가 기술적 분석의 기계화된 모형에 숨을 불어넣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린다 라쉬케, 어떤 디테일이 진짜 비밀인가?

간혹 린다 라쉬케의 특별한 지표나 공식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나온다. 하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강조하는 것은 지표나 공식 자체가 아니라, 인간은 반복해서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는 사실에 대한 믿음이다. 본인이 직접 개발한 전략인 ‘Turtle Soup’나 ‘Holy Grail’ 패턴 역시 그 이름 때문에 신비롭게 여겨지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차트에서 나타나는 특정 되돌림을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과열 또는 과매도 구간에서의 반사적 매매를 이용한 것에 가깝다.

 

‘Turtle Soup’ 전략은 과거의 고점이나 저점을 단순히 돌파하는 움직임에 시장 참여자들이 몰리다가, 어느 순간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떨어지면서 반대 방향으로 크게 튀는 현상을 노린다. 이는 결국 인간이 새로운 고점을 넘겼으니 무조건 상승한다고 믿는 집단심리를 역이용하는 방식이다. 라쉬케는 그런 심리를 기술적 분석 차트에서 빠르게 포착해, 과감히 단기 매매에 나선다. 성공률 향상을 위해 본인의 원칙대로 손절라인을 엄격하게 설정하고, 지표 시그널이 틀렸다는 느낌이 들면 빠르게 대응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그렇기에 특정 차트 패턴이나 보조지표가 마치 현자의 돌처럼 모든 시장 국면에서 기적의 해답을 주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라쉬케의 말대로라면, 차트를 들여다볼 때 사람들의 ‘두려움, 희망, 탐욕, 절망’이 축적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차트가 계속 우상향하다가 어느 순간 쏟아내는 커다란 거래량 속에는 불안이 함께 들어 있고, 하락 국면에서 오랜 침묵 끝에 튀어나오는 작은 꼬리 캔들에는 간절한 바닥 확인 심리가 숨어 있다는 점을 캐치해야 한다. 그 미세한 단서들을 모아서 판단하는 것이, 곧 라쉬케가 말하는 디테일의 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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