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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군중심리를 거스를 때 반짝이는가?
시장이 폭락할 때마다 투자자들은 두 부류로 갈린다. 하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매도하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바닥을 잡겠다고 나서는 소수다. 후자는 대체로 외로운 길을 택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길에서 진주를 건져 올리는 사례가 있다. 이른바 컨트라리언(Contrarian) 전략이다. 억눌린 공포와 탐욕, 그리고 증권가의 집단적 환상이 교차하는 시점에, 누군가는 한쪽에만 지나치게 쏠린 군중심리를 역이용한다.
반대의견을 낸다는 것은 마음을 단단히 다지지 않으면 쉽게 감당하기 어렵다. 증시는 감정이 예민한 전장이다. 한쪽이 몰리면 끝까지 쏠리는 경향이 있다. ‘남들 다 파는데 왜 아직도 들고 있느냐’라는 질문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군집행동과 결합해 압박을 가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폭락 후의 잔해 속에서 숨어 있던 가치를 알아보고 담대한 매수를 감행한 사람이 곧 수익을 독식하는 역사의 순간들은 반복해서 존재해 왔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워런 버핏이 은행주에 투자했던 사례나, 2020년 3월 팬데믹 충격 초기에 호텔·항공 업종이 저점에서 회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군중심리를 피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컨트라리언 전략은 목표한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이른바 역행충에 그치면 대세 하락장에서 끝도 없이 추락하는 종목을 붙잡다가 손절도 못 하고 무너질 수 있다. 군중심리를 역이용하되, 왜곡된 시세가 정상적인 가치보다 저평가되었는지 근거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행태경제학과 데이터 분석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기초 체력이 튼튼하지만 심리적 패닉으로 순간적인 폭락을 겪는 자산을 찾는 것, 그게 컨트라리언 전략의 핵심이다.
어떤 전략이 실패를 부르는가?
실패하는 컨트라리언 전략에는 전형적인 패턴이 존재한다. 먼저 자신이 시장보다 더 똑똑하다고 과신하는 오만이다. 공포지수가 극단으로 치닫으면 바닥이 분명하다는 식으로 무작정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시점이 실제 바닥인지는 모른다. 시장에서는 하락장도 길게 유지될 수 있다. 닷컴 버블이 터진 뒤에도 한참 동안 IT주가 추가로 빠졌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두 번째 함정은 확증 편향이다.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믿고 싶은 증거만 집요하게 모으려는 경향이 있다. 매수 근거가 애초에 미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유리해 보이는 기사나 지표만 골라 확인하다 보니 최종 판단이 왜곡된다. 결국 추가 급락이 닥쳐도 손절 시점을 놓치고, 최악의 경우 수렁 속에 빠진다.
세 번째는 심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모두가 팔 때 홀로 사들이는 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주변에서는 손실을 경고하고, 언론은 연일 충격적인 헤드라인을 쏟아낸다. 이런 상황을 초연하게 버티려면 자기만의 원칙과 객관화 도구를 갖춰야 한다. 최소한 VIX가 얼마를 찍었을 때 진입 시나리오를 구상해본다든지, 기업 가치와 주가 괴리가 역대 평균보다 훨씬 커졌을 때는 분할 매수를 고려한다와 같은 전략적 규칙이 필요하다. 규칙은 감정을 진정시켜주는 방패다.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컨트라리언 전략이 꾸준히 언급되는 이유는 초과수익 기대치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주가가 극단적인 수준까지 떨어지면, 반등 시 강력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통계가 여러 연구에서 제시된다. 예를 들어 대형 위기 직후 변동성 지수가 40을 넘어선 상태에서 S&P 500 지수를 매수해 1년 보유했을 때 평균적으로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이 발생했다는 연구가 자산운용사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표만 바라보고 무조건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데이터는 과거일 뿐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한계치를 설정해놓고 포지션을 적절히 조정하는 일이다. 분할 매수와 분산 투자, 손실 폭이 커지면 기계적으로 포지션을 줄이는 장치가 결합되어야 한다. 컨트라리언 전략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감정에 치우쳐 시장을 왜곡한다는 가정 아래 작동한다. 감정은 시장의 비효율을 만들지만, 투자자 자신의 결정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 이중성을 통제할 때 비로소 전략이 완성된다.
주요 위험은 시장의 흐름이 생각보다 길게 혹은 깊게 이어질 때 발생한다. 이것이 컨트라리언을 용기와 무모함을 가르는 미묘한 위치에 서게 만든다. 오랫동안 투자 세계를 지켜본 베테랑들은 “큰 수익은 공포를 안고도 버텨낸 자에게만 온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 한 줄 뒤에는 단단한 근거와 통제 기제가 따라야 한다. 아무리 눈을 감고 버틴다고 해서 초과수익이 저절로 찾아오지는 않는다. 컨트라리언 전략이 강조하는 것은, 집단적 착각이 만든 기회를 온전히 잡되 자기 자신조차도 객관화할 수 있는 훈련과 규칙을 꼭 동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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