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선물 트레이더

[감상] 퍼팩트워크

잊어버린 과거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는 독서 발표회를 주 1회 가진다.


구성원들의 인격 수양을 지침으로, 다 같이 모이는 회의 시간을 이용하여 독서 발표 시간을 가지고 있다. 모든 구성원이 지속 돌아가며 발표하고, 한 주에 3~4명 정도가 발표를 한다.


오늘 발표 자료 중에 인상적인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퍼펙트워크"


저자는 업무의 완벽함을 지향하는, 투지에 지나치게 불타는 인물로, 당시의 꼼꼼한 마음가짐으로 책을 후딱 써내려간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마치 저런 마음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느낌.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잊고 지냈던 마인드가 아닐까 싶었다.


뭔가 꼼꼼함에서 나오는 뿌듯한 기분과 다부진 느낌. 이런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내가 다 안심되는 그런 느낌. 마치 이 느낌은 잘 정리된 선로, 정리 정돈된 침대, 꼼꼼하게 포장된 선물, 차곡차곡 개진 수건들을 바라볼 때와 비슷하다. 


아마 이런 느낌이 참 좋다고 느껴진 건 고등학교 때 처음 접했던 "스터디 코드"라는 책 때문인 것 같다. "서울대 출신들은 모두 이렇게 치열하게 꼼꼼하고 다부진 생각을 가질까?"와 같은 생각이 들었었다. 내가 당시 이 책을 읽었을 때의 공부 방법이라 하면, 성공한 개개인의 수기가 대부분이었다. 느낌에 따라 또 개인 선호에 따라 상이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느낌에 좌지우지 되다보니 사실상 자기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모른다는 것. 공부가 하고 싶어 열의에 찰 때는 누구라도 비슷한 수기를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은 내용이 많은 것 같다. 이와 다르게 스터디 코드는 여러 수기와 경험들을 통계화하여 치밀하게 분석한 결과물을 가지고 설득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었다. 결론적으로 당시 나의 공부 방법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세심하게 신경 쓴 꼼꼼함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이후 한번 더 이런 게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네이버 개발자 센터"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자주 방문했었을 때 내가 찾던 자료에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주석이 꼼꼼하게 달려있었고 코드 내용도 가독성 및 들여쓰기가 우수했었다. 특정한 다부진 개발자들은 이렇게 하겠지만, 대부분의 자료가 이런 식으로 배려심 깊고 믿음직한 곳은 없었다. 


그래서 대학 때는 완벽을 추구했던 것 같다. 특히 1학점 짜리 수업을 들을 때에도 디테일이 생명이라는 생각으로 마치 3학점 짜리 수업을 수강 하듯이 했었다. 내 이름이 올라가는 보고서와 프로젝트는 돈 주고 사가고 싶을 만큼 노력을 들이는 것이 나름의 목표였고, 참 아름다운 덕목이라고 느꼈다. 그래도 평점 만점이 2년 동안 안 나온 것이 개인적으로는 큰 스트레스여서 그 강도를 대폭 높여 그 느낌을 알게 되었고 결국 노력에 걸맞은 결과물을 받았지만 어느 새인가 주눅 들어 모든 것이 부질 없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말 믿지도 않던 삼재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작년 기준으론 태어난 이래 충격적인 많은 고비도 넘겼고.. 음력 기준으로 삼재가 끝나고 며칠 지나자 그동안 잊고 지냈던, 귀하다고 생각하던 덕목도 생각도 들고 참.. 사실상 종교와도 같았고, 다른 것들은 이 덕목의 하위였던 것 같다. 마치 삶의 전부였던 것 같았다.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해왔는데도 잊어버리게 된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겠다. 환경이 급변하고 익숙하지 않은 부정적인 일들을 많이 만나면서 자연스레 마음에서도 멀어진 것은 아닐까 추측 해본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은 왠지 아름답다. 아마도 나는 이 한마디가 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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