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선물 트레이더

문득 그냥 써보는 글

잊어버린 과거

블로그에 참 오랜만에 들어와봅니다. 예전에는 정해진 기간안에 글을 꾸준히 써야한다는 압박 때문에라도 썼었는데, 요새는 그렇게 생각하질 않으니 뜸 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추석이 어제인가 벌써 지나버렸네요. 저는 이미 기숙사에와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하나 듣고왔는데 벌써 저녁이고 밤이네요.

 

추석때는 별일 없었지만 즐거웠습니다. 그냥 딱히 하는건 없어도 그냥 같이 얼굴보고 얘기도 할 친척분들이 많이 있다는게 좋았습니다.

 

 

 

 

사촌동생중에, 곧 고3이 되는 친척동생이 하나 있는데 걔한테 뭔가 도움이 될 말을 많이 해주고 싶었는데 사실 나 조차도 제대로 자기관리를 못하는데다 전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은 많이 해봤지만 딱히 한두 문장 정도로 정리해본적이 없어서 얘기는 서로 좀 했는데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네요. 오히려 별 얘기 안했는데도 본인 마음 속 얘기를 잠깐이나마 꺼낸 사촌동생이 고마웠습니다.

 

 

 

 

 

자기관리에 대한 얘기라면 최근에 깨달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사는 기숙사방엔 커다란 창문이 하나 있고 거기를 내다보면 층수가 꽤 높기에 전망이 참 좋습니다. 특히 아침에 맑은날엔 침대에서 눈을 뜨면 보이는 구름들이 아름답고 해가 질 때면 노을에 젖어버리는 수많은 건물들이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학교가 국책사업을 많이 끌어오는탓에 학교 캠퍼스 절반가량에서 공사를 하고있는데요, 특히 제 기숙사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면 운동장 조성공사 때문에 굉장히 시끄럽습니다.

※기숙사 방에 있는 창문 생김새 구경하기[링크](현재의 방과는 전망이 다름)

 

이 운동장 공사는 낮밤을 가리지않고 계속합니다. 건물을 부수고 부순 건물 아래 기반까지 다 파내느라 할일이 굉장히 많지요. 소음은 당연 대단하구요.

 

그런데 어느날은 그게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겁니다. 

 

 

 

 

아마 밤 11시인가였던 것 같은데, 조용하다가 문득 땅땅 거리며 금속을 치는 소리가 나는겁니다. 그 때 갑자기 저도 모르게 "아.." 하면서 뭔가 느꼈습니다. 아마 이런걸 보고 깨닳았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뻥 뚤리는 듯하고 머리가 맑아지는 듯하면서.. 이 느낌을 잊어버릴 거 같아서 잽싸게 적어두었습니다.

 

많은 느낌을 순식간에 받았지만, 그 때의 느낌을 요약하자면 "효율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얼만큼 더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할 뿐" 였습니다. 조금더 추가하자면 더운날에도 땀방울 흘리면서 책 보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혹은 가치있음)을 포함한, 고통의 인내에 대한 조금은 다른 시각과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 늦은 시간에도 능률과 관계없이 꾸준히 일 하는 소리를 듣고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분명 밤에 일하는게 낮에 일하는 것 보다 능률이 훨씬 낮을텐데 말이죠.. 어두워서 위험한데다 낮에도 일해서 지치고 그럴텐데 말입니다.

 

"왜이렇게 앉아서 책 보는게 싫을까" 하는 고민을 잔뜩 하던터라 어쩌면 이러한 생각이 든 게 우연이 아니었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할건 많은데 정말 하기 싫은날"들"을 겪는 중이었는데, 그 곡괭인지 뭔지가 철 때리는 소리가 마음고생의 탈출구가 되었습니다.

 

 

 

 

효율은 정말 기계한테나 어울리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 하고 안하고의 경계를 마음에 담고있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입니다.

 

그러면서 사촌 동생도 생각이 나더라구요. 이 느낌을 전해줄 순 없을까하고말이죠. 그럼 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해서말입니다. 근데 그게 안되더라구요. 말로써 이 느낌을 구현하면 말로 정리한 순간 느낌이 식어버리는겁니다. 도를 도라고하면 도가 아니다는 말도 덤으로 생각나더라구요; 생각해보니까 위에 깨달은걸 요약했다고 써놓은 말을 읽으셔도 아마 별 느낌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고3 사촌 남동생에겐 좀 미안하지만, 그냥 겪어야겠죠 머.. 많이 생각하고 많이 겪어보고 그러면 눈뜨고 일어난 어느날 아침엔 알게되지 않을까요. 아 그런데 얘보다 어린 사촌 여동생은 미래를 주도하는 마인드가 대단했습니다. 그 쪽 방향에 관심을 놓지않는다면 큰 인물이 될 거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나중에 제가 다시 읽어본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저번학기 텀 프로젝트한거 잠깐 열어봤는데 이렇게 어려운걸 했었나 할 정도로 다른사람 얘기같았는데 요 글도 그럴 것 만 같은 느낌이듭니다.

 

어찌되었던 지난시간은 지난시간이고 저는 이제 잠 자고 일어나서 내일을.. 아니 오늘을 준비해야겠습니다. 노래하나 추천하고 갈게요. 이 음악의 음색은 과거의 일을 아름답게 떠오르게 해 주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니네이발관 - 유리[검색]